함께 배움

서지현 검사, 2018 NCCK 인권상 수상

농자천하/ 2018. 12. 7. 13:26

 

“서지현 검사는 모두에게 충격이자 감동이었다”

32번째 NCCK 인권상 시상식

 

‘미투’ 서지현 검사

‘재일한국인차별 철폐’ 사토 노부유키 선생

수상

 

2018-12-07

강재선 jseon@catholicpress.kr

 

가틀릭익스프레스

http://catholicpress.kr/m/view.php?idx=5520&mcode=

 

 

지난 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인권센터는 UN의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하며 ‘32회 NCCK 인권상 시상식’을 열었다. 올 해 수상자로는 상관의 성추행을 공개 고발하여 국내 미투 운동(#MeToo)에 동력을 불어넣은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 검사와 일본 사회의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맞서 싸운 사토 노부유키 선생(재일한국인문제연구소)이 선정됐다.

 

시상식에 앞서 NCCK 인권센터는 ‘2018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을 제창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의 존엄을 높이고 인권을 지키며 나아가 보편적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는 일에 사명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특히 NCCK 인권센터는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와 난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엄존한다”면서 “한국교회와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사회에는 인권이 신장되고 있는 한편, 걷잡을 수 없는 혐오와 차별과 배제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고, 이것이 대립의 장으로 치닫고 있다.

 

축사를 맡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상을 받는 서지현 검사님은 모두에게 충격이자 감동이었다. 한국 사회 여성인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에서 소수 민족으로서 차별받고 있는 재일동포를 위해 헌신해온 사토 노부유키 선생을 선정한 것 역시 정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수상자로서 시상식에 함께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준비해온 인사말 대신 좀 더 솔직한 얘기로 수상자와 청중들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임태훈 소장은 “한국 사회 인권이 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권이 신장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세계인권선언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언제나 잔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훈 소장은 예수께서 언제나 낮은 곳에 임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편견에 대한 교육이 되지 않은 가운데, 제대로 된 이해가 아닌 잘못된 선동에 의해, 가짜뉴스가 재생산되면서 공포를 자아내는 것”이라며 “공포는 배움이 아닌 체험으로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자리가 “한국교회가 좀 더 낮은 곳에 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특히 임태훈 소장은 “(약자) 혐오 세력은 전체 기독교라는 관점에서는 한줌의 흙”이라면서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차별방지법을 제정하는데 과감히 투표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에게) 용기를 달라”고 촉구했다.

 

 

 

인권상 수상 소감 전문

 

#metoo #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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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상을 주신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사실 좀 놀랐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모든 종교는 통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기독교인의 눈으로 보면 사이비 신자일 수 있고, 제가 가해자의 간증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비난했었는데, 참 너그러우신 단체구나 하고요.

 

고백하자면 사실 솔직히 하나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당신은 정의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이 아니시냐고, 당신의 정의와 당신의 사랑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이냐고, 당신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만 주신다던데 왜 이토록 감당하지 못할 고통을 주시느냐고.

 

당신이 그렇게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하면서도 회개한다는 자를 용서하시는 분이시라면, 나는 당신을 외면하겠노라고, 당신이 하시는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 믿었는데 도대체 이런 불의와 고통에 당신의 어떤 뜻이 있는 것이냐고 울부짖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저를 외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 것이라면 내가 직접 하겠노라고, 내가 직접 정의를 부르짖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큰 소리치고 나온 후 돌아보니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이 함께 계셨습니다. 제가 고통 받을 때도, 제가 울부짖을 때도, 제가 큰 소리 칠 때도 그 모든 걸음 걸음에 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주신 당신이 계셨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여전히 저를 비롯하여 많은 피해자들이, 여성들이, 약자들이 고통 속에 있습니다.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만큼의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어떤 개인 혼자서 그 모든 고통을 다 감당해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함께 해주고, 그 고통을 나누어 지고, 그 고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몫을 이 공동체에 남겨놓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과분한 상은 피해자들의, 약자들의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이자 간절한 기도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더욱 뜨겁게 기도하겠습니다.

 

당신의 정의를, 당신의 사랑을 제 입을 통해 말하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