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우리는 그렇게 단련 된다"

농자천하/ 2019. 6. 1. 22:03

 

우리는 그렇게 단련 된다

부랴부랴 두 시간을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천안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 앞이었다. 이미 늦은 저녁, 장시간의 수술은 끝나 있었다. 길고 널찍한 병원 복도 저쪽에서 서 장로님이 혼자 걸어오고 있었다. 장로님은 아무 말씀이 없었고 우리도 무슨 말도 할 수 없어서 그냥 그 너른 복도 한편에서 손을 맞잡고 서 있을 뿐이었다.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아오신 장로님의 부군은 읍내 다녀오는 길에 그만 깜빡 졸음운전을 하셨다고 한다. 자동차는 거의 완파되었고 어르신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수 시간의 대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계셨다. 그대로 서서 함께 다들 울음 섞인 목소리로 간곡하게 기도를 드리고 돌아오는 내내, 이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고 있는 우리 장로님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

마침내 어르신은 깨어나셨고 머리에 상흔을 그대로 가진 모습으로 집에 오셨다. 심한 어지럼증이 계속되어 농사일은 물론 거동마저 쉽지 않으셨다. 두 분은 평생을 고추 마늘 달래 농사를 지으며 다른 일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농부이시다. 어르신은 워낙 부지런하시고 온갖 농기계를 손수 다루셨다. 어느새 농사철이 되어 이제는 그 모든 일을 처음으로 전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장로님은 한 주 한 주가 지날수록 온갖 일에 치이고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하셨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는 애를 태우며 다만 기도로 아뢸 뿐이었다.

원래 시련이라는 것은 그렇게 오는 법이다. 서릿발 위에 폭설이 내리고 차가운 겨울비 끝에 진눈깨비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 우리처럼 십자가와 부활의 예수님을 바라고 따르며 사는 사람들의 희망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농사일과 집안일 전부를 혼자 감당하게 된 장로님의 밤낮 없는 찬송과 기도 그리고 병간호로 어르신의 건강은 빠르게 회복되셨다.

일 년 뒤, 장로님의 시모 되시는 집사님의 추모예배로 온 가족 친지들이 모여 ‘감사의 예배’를 드렸다. 그때 우리는 베드로전서 4장을 함께 읽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을 시험하려고 시련의 불길이 여러분 가운데 일어나더라도 무슨 이상한 일이나 생긴 것처럼 놀라지 마십시오!”

돌이켜 보니 벌써 10여 년이 훌쩍 지난 일이다. 지금 우리 장로님은 그야말로 농사의 달인이 되셨다. 마을 분들도 이제는 뭐든 심을 때 우리 장로님한테 언제 심고 퇴비는 어떻게 주는지 묻는다. 부군 어르신도 그새 거의 회복되셔서 요즘은 힘든 농사일도 함께 하시는데, 두 분이 전보다 더욱 동반하시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여 감사하게 된다.

이제는 여전도회 연합회 회장으로 또 교회의 장로로, 손수 운전하며 그 많은 일을 거뜬히 경영하는 모습으로 살고 계신다. 원래 신앙의 승리란 그렇게 오는 법이다. 이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분이 우리를 단련하시어 당신을 닮은 사람들로 만들어내시는 탁월하신 토기장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신 분을 기꺼이 하늘로 받들고 살아간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