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75

농자천하/ 2021. 2. 27. 22:56

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우리는 협동조합의 주 사업으로 ‘농촌주민들의 소득증대와 농촌 지역사회의 할성화’라고 호기롭게 제시하면서, 우선 8백30평 임대한 밭에 고사리를 심은 것이었다. 그것은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우리 지역 농민들이 거의 전적으로 종사하는 마늘과 고추 농사가 모두 너무나 비효율적인 농작업이 소요되었고 제대로 된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소득을 제대로 보장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노동력이 덜 들어가는 작물을 찾고 찾은 것이었다. 하지만 전에 없던 극심한 봄 가뭄이 찾아와 실패를 맛보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최근, 그때 함께 고사리를 조금 심어 직매장에 출하해 보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의 판단과 선택이 결단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는 이론만으로 설득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농민들이 기존의 농작물을 다른 작물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그렇게 손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그나마 한 해의 농사 다시 말하면 한 해의 가계소득이 전적으로 좌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직접 대체 농사를 지어 실질적인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처럼 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마간 출자한 금액이 어떤 일이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럴 때는 조합원들이 최소한의 현실적인 사업을 할 정도의 자금을 출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또 그렇게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을 함께하여 극복해 가보자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하지만 그런 일 또한 어려운 농촌에서 일반 상식적인 수준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무슨 기업체 경영 경험도 전혀 없었으니 협동조합 경영도 사실 매우 불확실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을 진행하기에 필요한 필수 비용들 곧 수십만 원의 밭 임대료와 수백만 원의 고사리 종근값, 농기계 대여비, 퇴비 값, 각종 농기구 구매비, 인건비 등등을 모두 자비로 부담해 나갔다. 솔직히 우리는 저축하는 통장이라고는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이 또 그럴 수도 없는 농촌 목회를 해 왔다.

그런 목사가 무슨 방법이 있었겠는가? 그나마 대도시 교회들이 수년 동안 보내 준 적잖은 금액, 사실 그 대부분은 자녀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금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 한 푼도 어김없이 모두 지역선교비에 쏟아부었었다. 그리고 두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급격히 늘어난 학자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아내가 단기계약직 초등교사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꽤 오랫동안 조금씩 부어온 목회자 연금재단에서 대출을 받았고, 직장인 아내가 마이너스 통장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목회자 연금도 교회와 목회자 본인이 반반씩 부담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교회에 청구하지 않았다. 우리 교단의 목회자 연금은 엄격한 의무 규정이기에, 몇백만 원의 대출이 가능했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