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093

농자천하/ 2021. 7. 3. 17:04

 

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성공적인 ‘농촌 마을 기업형 사회적기업’은 그만큼 꼭 필요하고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리 교회의 협동조합에 지원되는 모든 자원은 우리 마을 주민들과 마을기업을 창업하여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관련 지원팀에서 우리 마을을 방문하여 설명회를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잡힌 날짜가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고, 그때 나는 인근 초등학교 통학버스를 운전하고 있었기에 부득불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저녁에 되어 마을 이장님께 설명회 결과가 어땠는지 여쭈니 난감한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리셨다. “죄송해서 어쩐대유. 목사님이 그 고생을 하셨는디. 그렇게 적잖은 지원금, 아까워서라도 ‘우리가 해 보겠다’고만 하면 되는 거잖유. 게다가 회계 사무 행정 같은 건 목사님이 다 맡아서 해 주신다니, 우리 마을에 넝쿨째 굴러온 호박인디...” “마을 어르신들은 뭐라시던가요?” “설명회가 너무 거창하고 어려웠슈. 그 냥반들 얘기가 끝나고 의견을 물으니, ‘겁난다’ ‘공연히 시작했다가 망신하면 어쩌냐’며 다 뒤로 넘어졌슈.” 누구보다도 이장님이 실망한 표정이셨다.

그러게 마을 어르신들이 안심할 수 있게 내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다. 하지만 육성사업의 진행 일정상 줄곧 그럴 수만은 없던 형편이었으니 어찌하랴. 결국에 우리는 자진 포기를 선언하고 지원금 전액을 반납하고 말았다. 기본 요건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무슨 일이든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다시 절감하였다.

‘갈릴리 신학박사원’도 휴학한 채 진력하였지만 2016년 한해를 또 그렇게 흘려 버리고 말았다. 동시에 진행하던 농업회사법인의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사업’도 우여곡절 끝에 중단되었다. 우리 교회 밖의 일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지만, 한마디로 말한다면 ‘누구도 프로가 될 수 없었다’가 아닐까. 당장에 나부터 너무 많은 일에 얽히고설켜 있었다.

‘아쿠아포닉스’란 물고기를 양식하는 물을 농작물 수경재배지에 순환시켜 완전한 무농약 친환경 채소를 생산하는 혁신 농법이다. 이론은 간단해 보였지만 막상 도전해 일을 벌여보니, 물고기가 배설하는 암모니아를 채소의 양분인 질소로 바꾸는 미생물을 찾아내어 증식시키는 기술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게다가 비용과 기술 투자 대비 생산되는 채소의 품질과 수량으로는 효과적인 소득 보장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였다. 그래서 ①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고소득 작물의 재배 ②자연 친화적 신기술인 아쿠아포닉스 체험학습장 ③소형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개발하여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급 등의 방안 중 우선 세 번째 안을 선택하여 집중하자고 처음부터 몇 번 의견을 내 보았었다. 하지만 그 전부를 다 해 보려던 의욕이 오히려 실패의 핵심원인이었던 것 같다. 역시 ‘선택과 집중’은 쉽게 되는 일이 아닌 것이었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