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소외자들? 박사모 조롱 않고 이해하기
또 다른 소외자들? 박사모 조롱 않고 이해하기
어떻게 박사모의 한을 풀 수 있을까,
'미스 프레지던트'의 김재환 감독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 과정을 지켜보는 박정희·육영수 팬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미스 프레지던트>를 보고 나서 드는 감정은 통쾌함도, 정의감도 아니다. 오히려 처연하고 슬프고 조금은 무섭다.
<미스 프레지던트>의 주인공은 전직 대통령이 되었지만 박정희·박근혜 부녀가 대를 이어 대한민국을 통치할 수 있었던 대중 신화의 토대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영화는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거의 신처럼 떠받드는 한 노인과 부부의 일상을 꾸준히 따라간다.
김 감독은 박사모를 숫자 ‘제로(0)’로 비유했다. 제로(0)는 어떤 수를 곱해도 제로(0)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교적 왕조국가에서 충과 효를 중요한 가치로 교육받은 사람이 민주공화국에 사는 사람으로 느끼는 감정은 혼란스러움”이라며 “태극기 시위의 연단 위와 아래를 구분 짓고, 연단 아래에 선 이들과 어떻게 대화할 지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미스 프레지던트>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연단에 올라가 “빨갱이 때려잡자”고 외치거나, 촛불시위대에 발길질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오늘날 먹고사는 건 다 그분(박정희) 덕분”이라며 감읍하는 사람들이고, 박근혜를 지키기 위해 태극기 시위에 나왔지만 거친 분위기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평생 남한테 험한 소리 한 번 안하고, 개미 한 마리 못죽일 것 같은 중·노년층이 박정희·육영수 추모제에 가서 절하고, 아침마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운다. 이들은 예기치 못하게 세상을 뜬 박정희·육영수 얘기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박근혜가 탄핵을 당하자 급속히 쇠약해진다. 촬영을 하던 김재환이 먼저 걱정돼 전화를 할 정도였다.
“사실 그들은 박정희 시대에 가장 고생한 분들입니다. 저임금과 과한 노동에 시달렸죠. 그런데도 ‘그때 얼마나 살기 좋았습니까’라고 회고합니다. 그들에게 박정희 시대는 인생의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미스 프레지던트>의 김재환 감독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김재환은 2004년쯤부터 이들과 만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역풍, 차떼기 스캔들로 초토화된 새누리당을 이끌며 보수세력 재건에 나선 때였다. 아버지의 ‘재건’ 프레임을 활용한 박근혜는 지지자들 사이에 ‘국모’로 떠올랐다.
김재환이 보기에 이들이 박정희를 추모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들은 한국전쟁, 보릿고개를 거치며 굶주림의 고통을 겪은 세대다. 박정희가 등장해 굶주림을 끝냈다는 사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다. 김재환은 “이들에게 박정희 이전, 이후 실질 경제성장률에 차이가 없다는 논문을 백번 제시해도 소용이 없다”며 “팩트가 오히려 고통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존재의 호명’이다. <미스 프레지던트>에는 박정희가 산업역군, 새마을역군에게 시상하는 장면이 여러번 나온다. 박정희는 오늘날로 치면 ‘잉여’로 취급받던 사람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여자라고 대학 못가고 공장 가라고 강요받던 시대, 극장에서 본 대한뉴스 속 육영수는 나환자를 돌보고 고아들의 놀이터를 지어주는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이들은 현실에서 만나지 못한 자애로운 어머니상을 육영수를 통해 봤다. 김재환은 “힘들고 아픈 그들이 이런 판타지라도 없으면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장 슬픈 건 이분들이 너무 착하다는 사실입니다. <엠비의 추억>처럼 풍자했다간 자칫 조롱으로 그칠 수 있었습니다. 태극기 집회의 연단 위에 서는 분과 아래 서는 분을 구분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정희 사랑한다는 이유로 돌 맞을 분들은 아닙니다.” 풍자의 원칙은 풍자 대상이 힘이 있어야 하고, 아무도 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스 프레지던트> 속 박사모 회원은 풍자 대상이 아니다. 이들을 풍자하면 조롱이 된다”고 말했다.
주요 출연진을 섭외해 촬영을 시작한 지난해 여름만 해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나 탄핵은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5년 전 <엠비의 추억>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5년에 한번씩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어 현직일때 개봉하면 좋겠다”는 말이 떠올라 실행했을 뿐이다. 예기치 못하게 정국이 요동치는 바람에 결국 “현직일 때 개봉”이라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김재환은 “어떻게 이분들의 마음을 듣고 원통함을 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분들이 모욕감을 느끼는 방식으로 개혁이 진행된다면 그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촬영에 도움을 준 박정희·육영수 팬들과의 시사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올해 10월 26일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인용 끝)
우리 교회에도 <미스 프레지던트>의 주인공이어야 하는 <순결 박사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몇 분 계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런 현상"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를 단순히 '변용된 메시아니즘'이라고 쉽게 말하고 말 것은 아니었다. 이를 '순수를 넘어서는 순결무구의 무속적 메시아니즘'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여기에서 '무속적'이라는 말도 조롱이 아닌 일종의 최하층 민중들이 한을 푸는 순기능으로서의 '무속'이다.
그러고 보면 다음 세대 우리의 아이들이 전면에 나선 '촛불 시위'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민주주의 역사에 엄청난 의미로 기록이 되겠지만 이 급변하는 세대에 폴더폰 손 전화 겨우 사용하는 평생 노동으로 허리 굽고 손 마디 굵어진 이분들이야말로 또 다시 소외되고 그늘에 버려지는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이들은 태어나서부터 평생을 그런 '팔자'로 살아온 분들이다.
그래서 관광버스 타고 놀러 다닐 수 있을 때 실컷 다니고, 도롯도(트롯트) 맘껏 부르고, 버스 안에서 땀 나게 구르며 춤도 추라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럴 근력들도 없어 그마저 시들해지고 지팡이 짚고 다닐만한 경로당에 모여 온 동네 이바구로 십원짜리 고스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거나 그럴 힘도 고만큼의 돈도 없는 분들은 온 종일 텅 빈 집에서 강아지한테 말을 걸며 산 송장으로 지내고들 계시다.
얼마 전 지나면서 들여다보니 그래도 농번기 될 때까지는 꽤나 성업하던 시골 다방들도 (그때는 화장 찐~하게 하고 찻잔을 보자기에 싸서 나르는 이들도 거리에서 종종 눈에 띄었었는데) 한 해 농사지어 마련한 작은 목돈을 그렇게 병원이랑 다방에 전부 꼴아박던 할배들도 이제는 70대, 80대가 되어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분들의 무지가 모두 변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이분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순결 무속적 메시아니즘'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식은, 두고 두고 도리어 희대의 코미디 박정희 부녀를 조롱거리로 삼는 거라는 걸, 그걸 몰라.
지자체도~
기독교도~
불교도~
모든 신화를 벗겨내는 것은 이와 같은 악랄한 조롱으로부터 그 대상을 도리어 건져내는 것, 그러므로 박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여기, 그 자신이 청운의 꿈과 열정으로 야심만만하게 선택하였던 일제 황국 군대의 장교, 우리나라 독립투쟁의 가장 치열했던 본산지 만주에서 일황국군 선봉대의 하급 장교로 복부하였던 바로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물론 그리고 그는 공산주의자가 되고 또 반공주의자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철저하게 지배권력 지향 불나방으로 자신을 불사른다.
아낌없이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더더욱 그의 이와 같은 야망의 탐욕을 알아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오히려 그 '순결 노인 박사모들'을 무지와 혼란으로 유린한 이 자들은(일명 박정희 일파) 한 나라를 철저히 망가뜨리면서 숱한 사람들의 피눈물을 받아 호의호식으로 목욕하며 더구나 이제는 대를 이어서 실컷 원 없이 잘도 해 처먹었고 지금도 건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