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움

5.18의 가장 숨막히는 사진 하나

농자천하/ 2017. 5. 19. 01:46

5.18의 가장 숨막히는 사진 하나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피와 내장을 흘리며 죽었다. 싸움은 끝났다. 젊은이들이 졌다. 새벽 다섯 시 십 분, 국가는 진압 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압도적인 폭력의 힘을 바탕으로 국가는 거리로 나오지 말 것을 살아남은 시민들에게 명령했다. 적막한 거리에는 군대의 방송만이 떠돌고 있었다.”

 

“우리는 자꾸만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 색칠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 사진은 노스탤지어 속으로 도피하려는 우리의 뒷덜미를 완강하게 잡아챈다. 사진 속 텅 빈 광주 충장로를 가득 채웠던 젊은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골방에서 덜덜 떨면서 머리를 감싸고 엄니 아부지를 부르는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우는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는가. 아니면 이불 속에서 봄날의 단잠을 곤하게 자는가. 알 수 없다. 사진은 단지 렌즈 앞에 있었던 것만을 밋밋하게 재현할 뿐이다.”

 

“대신 이 사진은 현실의 건조한 단면을 잔혹하게 드러낸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먼 데 있는 삼복서점 간판의 글씨까지 선명하게 보일 만큼 그날 광주의 공기가 지독히도 청명했다는 것,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햇빛은 무심히도 하얗게 밝고 강렬해서, 사진가는 조리개를 끝까지 조여야만 했다는 것. 그리고 사진 속 건물 그늘에 계엄군들이 몸을 숨기고 거리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 나는 이 사진에서 총을 들고 숨은 군인 세 명을 찾았다. 당신은 몇 명이나 찾을 수 있을까? 이 사진을 거꾸로 뒤집어 털면 얼마나 많은 계엄군이 후둑후둑 떨어질까?”

 

“어쩌면 사진의 한 역할은 우리가 즐겁게 걷는 도시의 퇴적층에 하얗게 엉긴 메마른 공포를 ‘보게’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두려움의 자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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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매거진 3호의 특집은 박지수 편집장이 골라낸 80년 5월 광주의 사진 한 장에 대한 비평가 김현호의 에세이로 시작합니다.

 

며칠 후면 광주항쟁 37주기가 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_광주거리 골목에 잠복하고 있는 계엄군, 1980년 5월 27일 경향신문사)

(보스토크 매거진 3호)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058965

 

 

 

독일인 외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현장 촬영





 

 

5.18민주항쟁 10일간의 기록



 

 

손석희 앵커 브리핑, 광주학살 코드명 체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