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우리의 주식, 쌀

by 농민만세 2020. 8. 6.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3121430577905052&id=100001144224107

/펌글

배가 고프다. 커피나 마셔야겠다
----------
인류는 언제나 배가 고팠다.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졌지만 8억 명 이상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10살 미만 어린이가 5초에 1명씩 굶어 죽고 있다. 그런데 만약 세상에 곡식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인류를 정말 특이한 잡식 동물이다, 동물은 크게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나뉘며 둘을 겸하는 잡식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 잡식동물이라고 해도 먹던 것을 계속 먹지 인간처럼 정말 세상의 온갖 것들을 다 먹는 동물은 없다. 더구나 초본류의 씨앗인 곡식을 주식으로 삼는 포유류는 인간밖에 없다.

여러 곡식 중에서도 인간이 가장 많이 재배하는 것은 옥수수, 쌀, 밀이다. 예전에는 지금은 다양한 곡식을 배했는데 갈수록 이 3가지 작물에 의존도가 높아져 지금은 90%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옥수수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데 옥수수의 상당량은 사료로도 쓰이고 인구 부양 능력은 쌀이 가장 커서, 세계 인구의 35% 정도가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인류는 이런 ‘곡식’을 먹기 시작함으로써 농경시대가 열리고 많은 인구가 한곳에 정착해서 살기 시작할 수 있었고, 문명이 본격적으로 창조, 저장, 전승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먹거리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이기도 했다.
인도와 중국과 동남아인들은 강수량을 이용해 벼를 키웠다. 물속에서 키우면 잡초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지금도 농사에서 잡초는 가장 큰 골치거리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농약이 제초제이다.

농사에는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문명은 강 주변에서 시작되었다. 황허 강과 양쯔 강 사이에 위치한 중국은 놀라운 자본 축적에 성공했다. 황허 강 위로는 밀을, 아래쪽에서는 쌀을 재배했으며, 쟁기·시비법·이앙법 등 첨단 농업 기술을 재빠르게 도입했다. 7세기 초반 건설한 중국의 대운하는 유럽보다 무려 1천 년 이상 앞선 것이다. 진시황 이후 중국 황제들이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그리고 자신을 ‘왕 중의 왕’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벼농사의 높은 생산력 덕분이었다.

벼는 본디 여러해살이풀이었지만 인간이 길들여 한해살이풀이 되었다. 볏과 식물의 가장 큰 특색은 대나무 처럼 줄기 가운데가 비어 있는 것이다. 줄기 가운데가 비어 있으므로 그곳으로 산소를 보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 실제로 벼는 밭에서도 키울 수 있지만 그러면 잡초의 피해가 너무 심해진다. 논에 물을 채워두면 어지간한 잡초는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죽고 벼의 성장이 좋아지고 소출도 많아지는 것이다.

심지어 홍수지대에 자라는 뜬벼 라는 품종도 있다. 태국의 중앙 평원, 메콩 델타, 갠지스 델타 등 아시아 곳곳에서 자라는데, 뜬벼는 몸의 대부분이 물에 잠기면 이것을 감지하여 줄기가 대나무 자라듯 쑥쑥 자란다. 순식간에 물 밖으로 줄기를 내미는 것이다. 그렇게 수 미터 물속에 잠기도 살아가는데 물속의 줄기와 뿌리는 썩어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 대나무 줄기는 마디마디가 있고 마디마디에서 뿌리가 자랄 수 있듯이 뜬벼도 위쪽의 마디에서 언제든지 뿌리가 자라 물과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농경 역사상 가장 수확량을 많이 올린 것은 중국인이었다. 농장 1에이커당 10인분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1800년대 유럽보다 5~10배나 많은 양이다. 온갖 퇴비를 사용하고, 논밭에 수로와 연못을 함께 지어 쌀, 뽕나무, 사탕수수, 과일 그리고 잉어나 오리 등을 함께 키웠다. 쌀이 벼과 곡식 가운데 가장 칼로리 생산성이 높은 편이고, 더운 지역은 3모작까지 가능하며, 수경 재배라 논에 물고기와 오리를 함께 키워 단백질도 보충할 수 있다. 심지어 논에는 질소를 고정해주는 녹조류까지 있었다.

아무리 잡초를 억제해도 한자리에서 계속 작물을 키우면 땅의 질소원과 미네랄은 고갈되기 쉬운데 이런 땅을 다시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서 거름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돌려짓기 또는 휴경을 하였다. 휴경은 지력이 회복하도록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이고, 돌려짓기는 콩이나 클로버 같은 것을 번갈아 재배하는 것이다. 논에는 물개구리밥인 아졸라(azolla)가 있는데 여기에 광합성과 질소고정능력이 둘 다 있는 아나바에나(anabaena)가 공생하는데, 이 녹조류의 질소 고정 능력 덕분에 비료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실 20세기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질소비료 덕분이었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고정하면서 20억 이상에게 공급할 식량의 증산이 가능해졌다. 이런 질소비료가 나오기 전부터 질소를 녹조류 덕분에 공급받을 수 있었던 쌀은 천혜의 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서양은 1200년경 시비법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휴경지로 지력을 살리는 방법이 고작이었다. 쌀의 우월한 생산력 때문에 동양 국가들은 안정적인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로마가 지주들의 토지 독점과 토지 황폐화 때문에 멸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쌀은 경지 이용도와 단위 면적 당 생산량 모두 높았다. 쌀을 재배하여 100명이 먹고 살 수 있는 넓이의 땅에 밀을 심으면 75명이 먹고 살 수 있고, 목초지를 만들어 고기를 먹는다면 9명이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쌀을 키우는 민족은 빠르게 고대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쌀농사의 발전은 느리게 일어났다. 고려 후기에서 조선 시대에 걸쳐 논을 깊게 가는 심경법과 모를 내서 옮겨 심는 이앙법 등 벼농사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면서 생산력이 증대되었다.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려는 노력으로 관개를 개선하고 땅을 개간하여 점차 논이 확대되자 드디어 벼는 우리의 주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벼의 품종은 매우 다향한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자포니카와 인디카 종인데 자포니카 쌀은 한반도, 일본, 중국 북부에서만 주로 소비가 되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 중 10% 가량뿐이다. 인디카 쌀은 전 세계 쌀의 90%를 차지하며 모양이 길쭉하고, 찰기가 없어서 밥알이 분리된다. 쌀의 전분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으로 되어있는데, 전분의 70~100%를 차지하는 아밀로펙틴은 매우 거대한 분자로 찰기를 주는데, 아밀로스는 크기가 작아 양은 작지만 숫자로는 50배 정도로 많고 분질의 퍼석한 느낌을 준다. 떡을 만드는 찰쌀은 아밀로펙틴으로만 되어 있어 찰기가 높고 노화가 느리며,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인디카 쌀은 달라붙는 느낌이 없고 향신료로 만드는 인도의 카레나 볶음 요리가 많은 동남아 요리에 잘 어울린다.

우리 조상이 찰기 있는 쌀을 선택한 이유는 밥이 주는 포만감 때문일 것이다. 찰기가 있는 것이 위장에 오래 남아있고 포만감이 오래간다. 그래서 예전에는 지금보다 찹쌀로 한 밥들이 많았다. 우리가 쌀이 흔해진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고, 미역국에 흰 쌀밥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최고의 로망이었던 것이 불과 수 십 년 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