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우리 교단(PCK,예장 통합)에는 총회 산하에 ‘농어촌목회자협의회(농목협)’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우리 교회가 소속한 충남노회에도 농목협이 조직되었고 첫 번째 사업으로 ‘식용곤충사육기술교육’을 실시했다. 마침 우리 태안에 귀농하신 집사님이 식용귀뚜라미(쌍별이)를 대규모로 사육하면서 보급하고 있었다.
그 집사님은 농촌교회나 목회자에게는 사육 장비와 비품들 그리고 번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산란 패드를 무료로 공급해 주고 사육기술도 전수해 주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함께 교육 시간을 마련하였고 그 일로 전국의 농목협들에 알려져 꽤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시범 사육을 시작하였다.
몇 개월을 두고 고심하며 많은 자료를 찾아 나름 분석한 뒤 일단 사육기술이라도 익혀 두자는 판단이 섰다. 교회당 2층 친교실 한쪽에 고온 다습한 환경이 유지되도록 칸막이를 설치하여 사육장을 직접 만들어 단열재를 붙이고 전기판넬을 깔았다. 그렇게 시작한 식용귀뚜라미 사육은 거의 1년 동안 계속되었다.
매일 두세 번씩 고운 다습한 사육장에 들어가 쌍별귀뚜라미를 돌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소홀히 하여 온습도 조절 그리고 먹이나 물(채소) 공급을 방심하면 ‘동종포식 습성’으로 삽시간에 개체 수가 줄어 버렸다. 더구나 월동준비 없이 시작하는 바람에 한겨울 채소를 구하느라 눈 속에 버려진 양배추나 무밭을 찾아다녔고 그것도 없어서 서산 대규모 마트에서 버리는 푸성귀를 얻어다 주곤 했다.
당연히 귀농귀촌협의회 회원들에게도 알려졌고 귀농인들이 도전하여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목사가 자기도 일천몇백만 원을 들여 사육장을 짓고 있다면서 그 집사님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아니 앞뒤 살피지도 않고 그 큰돈을 투자해요? 지금 초창기라 판로가 확정된 게 없는데 좀 더 알아보면서 우선은 소규모로 하시지요?” 그러자 자기 부부가 기도해 보니 하나님의 응답이 확실했다면서 확신에 차 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는데 사육 상자 한쪽에 갑자기 귀뚜라미 사체들이 보이기 시작해서 집사님께 문의하려 전화했다. 그런데 집사님의 목소리가 평소 같지 않았다. 한참 망설이더니 말했다. “목사님한테 제가 크게 실망했습니다. 목사님도 저의 선의를 이용하실 줄 몰랐습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며칠 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밤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일단 차를 몰고 찾아갔다. 사정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역시 짐작한 대로였다.
집사님이 어려운 농촌교회 목회자들에게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사육 비품과 장비들은 대략 5~6십만 원 정도 소요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목사는 자신이 지어 놓은 대규모 사육장에 들어갈 비품과 장비 전부를 무상지원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대충 계산을 해 봐도 수백만 원이 소요되는 규모였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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