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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움

가장 불운한, 밀레니얼 세대? (1981~1996년생)

by 농민만세 2021. 8. 28.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8333704

BBC News, 코리아


부모보다 더 배웠지만 더 먹고 살기 어려워진 밀레니얼 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개인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그리고 세계적인 정보의 흐름과 함께 했던 최초의 세대였다.

또한 자신에 대한 기대치 또한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부모에 비해 더 가방끈이 길고 사회적으로 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1981년과 1996년 사이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풍요롭고 세계화된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실상은 다르다. 이들은 부모보다 더 많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으며,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점이나 내 집 마련, 자동차 구매 시기 등 성인이 됐음을 보여주는 여러 이정표에 도달하는 데도 평균적으로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 미디어 상에서 온갖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짤이나 영상)의 소재가 됐고, "실패"와 "게으름", 혹은 부모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등 악플의 대상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뒤따라오는 Z세대에게도 무시를 받고 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가 "오글거린다"고 말한다.

대체 밀레니얼 세대는 뭐가 잘못됐을까? 그들은 정말로 실패한 걸까?

억울한 비난

많은 학자들은 밀레니얼 세대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는 점을 우선 분명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대 간 격차를 조사하는 회사 키네틱스(Center for Generation Kineticism)의 사장 제이슨 도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스마트폰 시대 초기에 성인이 되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들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공간에 있었던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나중에 성공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불행한 세대

그러나 도시 사장은 밀레니얼 세대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과 2009년에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찾아왔고 최근엔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여러 면에서 크게 성공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췄지만, 대규모 정리해고와 인플레이션, 임금 침체, 생활비 상승, 경기 침체라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다양한 통계 자료 역시 도로시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해 6월 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미국 역사상 가장 불운한 세대"라고 명명했다.

이 매체는 "현재 코로나 사태로 위기인 점까지 고려하면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더딘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에겐 평생 경제적 상처가 남게 될 것"이라면서 "이들은 내 집 마련도 늦어지는 데다 낮은 임금을 감당해야 하는 등 풍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이어가게 된다"고 전망했다.

시대를 정의하는 사건들

물론 밀레니얼뿐 아니라 다른 세대도 그들만의 난관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 도시 사장은 이런 힘든 순간이 한 세대의 가치관을 결정 짓는다고 분석했다. 특정 세대가 갖는 두려움, 교육이나 삶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 가치관, 그리고 이들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모습이 특정 사건으로 결정된다는 말이다 .

예를 들어, 1928년~1945년에 태어난 이른바 "침묵" 세대는 2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베이비붐 세대(1946년~1964년)는 베트남 전쟁이나 인간의 달 착륙과 같은 세계사의 한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등장한 X세대(1965년~1980년)는 냉전의 종말과 후천성 면역결핍증(HIV)의 확산을 경험했다.

Z세대(1997~2012년생)는 물론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이런 굵직한 사건들 외에 지엽적인 사건들도 당대의 세대관에 영향을 준다. 자연재해, 전염병 사태 또는 트라우마를 남긴 정치적 사건 등이 그 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결정짓는 것은?

도시 사장은 높아진 생활비와 글로벌화로 특정 사건들이 예전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된 것에 주목했다.

"Z세대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비슷한 점이 많은 세대였죠. 사람들이 다 똑같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 간에는 의사소통, 오락, 문화, 정치 참여에 있어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를 구성하는 주체들도 예전보다 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은행 시스템과 공급망도 서로 다 연결돼 있어요. 또한 대규모 고용주 중 상당수가 다국적 기업들이죠.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상호 연결성을 더 체험하고 있는 겁니다. "

도시 사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정보의 흐름과 상호 연결성 때문에 글로벌한 사건을 더 잘 인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국지적인 사건이 세계적인 사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굳이 세계대전과 같은 규모의 큰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죠. 이젠 한 나라의 금융 위기가 바로 다른 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전 세계로까지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주 중대한 변화입니다."

'공유 경제' 및 고용 불안

통상적으로 봤을 때 밀레니얼 세대는 심지어 부모 세대보다 더 심한 고용 불안에 직면해 있다.

이들에겐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직업을 가질 기회가 열려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선 더 불확실하고 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가 재정 조정이나 유연해진 고용시장 규제, 노동 시장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공유경제의 발전이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도시 사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성인이 되면서 이전 세대와는 매우 다른 형태로 고용주와 계약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평생직장 같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밀레니얼 세대는 "나만의 경력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자유롭거나 신나는 일 등을 더 추구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고용주는 건강보험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죠. 결국 직원에 대한 책임이 고용주에서 밀레니얼 직원에게 이전된 겁니다. 혁신은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가져왔죠. 그리고 부정적인 부분이 한 세대에 끼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큽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밀레니얼 세대가 좌절감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타의에 의해 계획을 계속 미루게 된 데 상당한 충격을 느낍니다. 취직과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은퇴 자금 등 모든 것을 미뤄야만 했죠."

"이 세대는 자신들이 세웠던 많은 목표가 억압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자라면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운 좋은 이들이 뭔가가 자신들의 앞날을 막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없다고 느낀다고 볼 수 있죠."

밀레니얼 세대의 장점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모든 것이 암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부분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다양성에 더 개방적이고 의식 있는 소비 습관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는 성별 임금 격차와 고용 불평등에 대해 행동에 나선 첫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 사장과 같은 전문가들은 Z세대가 감당해야 할 사회 변화가 더 심각하다고 내다본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창업 정신을 더 중요시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창업가들을 멘토로 삼으며 영감을 얻은 첫 세대입니다. 다른 세대는 대기업의 CEO나 정부 수장 또는 다른 직업인에게서 영감을 얻었을 겁니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 만능 시대에 성인이 됐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죠. 모자란 월급을 채우기 위해 부업을 하는 밀레니얼도 다수 생겨났어요."

도시 사장은 나이 든 밀레니얼 세대들이 다른 분야로 전직을 모색하는 등 직업 선택을 재고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전했다. 부모 세대는 이들 나이대에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이런 고민은 나이들면서 자연스러운 거죠.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실망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두 번째 커리어를 위한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이런 고민을 더 하게 된 경향도 있어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대해 고찰할 기회가 된 거죠."

도시 사장은 자신과 동료 연구원들이 전반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젊으며 경기가 회복되면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생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삶의 목적을 찾을 시간이 충분해요. 운이 나쁘다고 볼수도 있지만 아직 기회를 잡을 시간적 여유는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인구가 밀레니얼 세대에 집중돼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 연령대 구간에는 가장 많은 관리직 직원이 포진해 있다 .

'침묵'의 세대에서 Z세대까지

세대별 명칭이 장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연구자들에게는 이러한 구분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리서치 회사인 퓨(Pew)의 마이클 디모치 사장은 "이런 명칭은 시대별 관점 변화를 분석하는 도구"라고 전했다.

"이런 세대 구별을 통해 글로벌한 사건이나 기술, 경제, 사회 전반에 찾아온 변화 등이 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죠."

퓨 리서치는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밀레니얼 세대로 정의한다. 반면 도시의 연구소는 1977년과 1995년 사이를 밀레니얼 세대 출생 시기로 본다.

도시 사장은 출생 시기보다는 사회적 요인이 밀레니얼 세대를 결정한다고 봤다.

그는 "거주지가 도시였는지 교외였는지 차이,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 처음 접하게 된 기술의 종류" 등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는 1995년생까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건인 9·11 사태 때문이죠. 95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9.11을 기억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