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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정치, 가치의 정치>

by 농민만세 202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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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정치, 가치의 정치>

/ 하승주 (정치신세계, 동북아시아정치경제연구소)

지난 재보궐 선거를 보면서, 정말 느낌이 나빴었다. 그 느낌만큼이나 참담한 결과치를 보게 되었는데, 사실 그 패배의 결과는 과정을 보면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는 당시의 서울 부산 재보궐 선거를 "욕망의 정치가 가치의 정치를 이겨 버린 선거"로 규정했다. 그것은 완벽한 2007년 대선의 재림이었다.

2007년 당시, 이명박이 사기꾼인 것을 몰랐던 국민은 단 한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은 역대 최대의 표차이로 승리했다. 대한민국이 그 욕망의 소용돌이에 그냥 푹 잠겨 버렸었기 때문이었다. 자기 입으로 BBK를 만들었다는 동영상이 나와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올해 재보궐 선거에서 그 숱한 박형준의 사기꾼 행각이 드러나도 국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세훈도 마찬가지.

아직도 기억나는 2008년 초엽의 기사 한 자락. 대구 어느 구청에 일군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대놓고 위장전입 신고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거 불법이라고 구청 직원이 거부하자, 그들은 너무나 당당하게 "대통령도 하는 걸 우리가 왜 못하냐?"고 따졌던 그 기사.

그것이 바로 욕망의 정치이다. 사람들의 욕망을 있는 힘껏 자극하여 그 욕망의 파도에 올라타는 것. 그게 바로 포퓰리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욕망의 정치는 승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모든 정치인은 각종 개발공약, 성장공약을 내놓고 사람들의 경제적 욕망에 불을 지핀다. 트럼프가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중국을 욕하고, 멕시코에 장벽을 쌓고, 소수자들을 조롱하면서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을 외친다. 그게 미국이 위대해 지는 것이냐고 한심해 하기는 하지만, 미국인들은 바로 그것을 정말로 하고 싶어했고 그 짓을 하는 것이 다시금 그레이트하게 되는 것이라고 정당화한다.

욕망의 정치는 우리가 늘 보는 것이지만, 그 반대편에는 가치의 정치가 있다. 진실로 위대한 정치인은 욕망이 아닌 가치를 내세우며, 그것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내가 본 유일한 가치의 정치인은 노무현이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의 선거공약은 무엇이었나? 그는 상식과 정의를 말했고, 그 상식적인 정의란 "사람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사람사는 세상"이었고,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지역차별의 해소"였다.

이것은 욕망의 정치와 완전히 정반대편에 서 있는 가치의 정치이다. 호남민들은 한국사회에서 명백한 '소수'였다. 그 차별받는 소수의 편에 서겠다고, 왜냐하면 그것이 옳은 것이기에. 그렇게 노무현은 시민들의 정의감에 불을 질렀고, 욕망의 정치가 끼어들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 지역차별의 해소를 위해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수도이전을 공약했을 때, 당시의 한나라당은 "서울 집갑 떨어진다"는 신문광고를 낼 정도였다. 5년 내내 서울 집값 오른다고 그 난리를 치던 인간들이 수도이전하면 집값 떨어진다고 협박을 하더라. 그들이 얼마나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했었는가는 그 광고 하나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2016년의 문재인도 마찬가지로 가치의 정치를 이야기했었다. 노무현만큼 그의 가치가 뚜렷하지 않게 보일 지 몰라도, 그가 말한 "공정과 평등", "적폐청산",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구호는 이명박근혜의 10년간 드러난 그 추악한 욕망에 분명히 반대편에 서 있는 선한 구호였다. 마치 바이든이 초창기 캠페인에서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를 내세웠던 것처럼.

다시 2021년의 선거이다.

이재명은 자기만의 주요공약으로 '기본소득'을 내세워 왔다. 그래, 나는 이재명에게 '가치의 정치'를 요구할만큼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 그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욕망을 자극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깨달아 갈 것이다. 그가 기본소득을 계속 내세운다면, 그의 경쟁자는 윤석열이 아니라 허경영이 될 뿐이다.

저쪽 편에는 무려 윤석열이 있다. 물론 윤석열은 어떤 가치의 정치도 내세운 바 없고, 하다못해 욕망마저도 자극하지 못한다. 그를 지지하는 일군의 보수주의자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보복" 이것 하나 뿐이다. 인간 개백정으로 평생을 살아온 윤석열이니 대통령이 되어서 그 백정질 마음껏 해서,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을 도륙내라는 것. 그거 하나 아니냐?

윤석열에게 무슨 훌륭한 경제정책을 기대하는 자가 있는가? 충실한 복지정책을 기대하는 자가 있는가?

그런데도 결국 국힘의 경선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식 욕망의 정치는 그간 한나라당을 이겨본 적이 없다. 욕망대로 평생을 살아왔고, 그 욕망을 타인에게 자극하는 것 하나로 살아온 인간들의 집합체가 바로 그 국힘이 아니었나.

2007년의 재림은 지난 재보궐 선거 한번으로 족하다. 사기꾼인 것을 알고도 뽑았고, 사기꾼이 시장이 되었음을 확인하고서도, 그에게 표를 준 이들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박현준 사기꾼인거 모르는 사람 있어? 라고 말이다.

그들은 이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윤석열이 개백정인 거 모르는 사람 있어? 그들은 지금 윤석열이 개백정인 걸 몰라서 뽑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백정이라서 뽑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꼬라지를 보고 있으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정말 암담하기만 하다.


 

https://youtu.be/ORkoNcRCSZ0

 

https://youtu.be/c8vp0lbvzn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