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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교회, 너 바벨론아! 08

by 농민만세 2023. 4. 15.

한마음 칼럼 : “교회, 너 바벨론아! 08”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요한 계시록의 ‘음녀(πορνη)’는 구약성서에서부터 종교적 신앙적 성결과 관련되어 사용된 표현이다.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의 백성이 타락했다는 말은 ‘야훼’님만을 유일하신 하느님으로 신앙하는 신실함을 저버리고 우상과 이방신들을 좇아간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약성서의 이스라엘이 야훼 하느님과 맺은 계약은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 쌍방이 서로에 대한 지극한 신실함을 지키겠다’는 약속이었고, 그에 대한 신실하지 못한 것은 신실한 야훼 하느님을 진노하시도록 실망하게 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 ‘계약적 신실함’이 요즘 한국교회가 그리도 환장하며 헛발질하는 ‘믿음’이라는 것의 올바른 성서적 의미이다.

성서에서 말씀하는 ‘믿음’은 ‘어떤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 정신 나간 뜻이 아니다. 그것은 앞에 말한 대로 야훼 하느님을 자신들의 유일하신 하느님으로 신앙하며 좇아 살겠다는 그 약속에 대한 신실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야훼 하느님의 사람들로서 자신들의 유일한 하느님 야훼께 대한 신실/진실이다.

신약성서에서도 분명히 말씀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믿음/예수님 자신의 하늘에 대한 신실하심으로’(δια πιστεως Ιησου Χριστου) 또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신실하심으로!’(πιστεως της εν Χριστω(ι) Ιησου) 그러므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신실함’ ‘예수님의 신실하심’을 좇아 따르지 않는 자들이 ‘타락한 교회’요, 예수님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아 현저히 욕되게 하여 다시 돌이키게 할 수 없는 자들(히 6,6)이다.

요한 계시록은 악한 세상을 ‘무조건 이기는 교회’에 대한 말씀이 아니다. 바벨론/로마제국으로 대변되는 세상의 악마적 구조라는 박해를 ‘이기고 나온 교회’ 그러니까 세속의 탁류 속에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신실하심을 끝내 따르며 승리한 교회/신자들’에 대한 말씀이다. (계 7,1~14) “이 사람들(십4만4천 명)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느냐? 이는 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들인데 어린 양의 피에 그 옷을 씻어 희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그와는 정반대에 ‘큰 음녀 바벨론을 어미로 삼은 교회들’이 있다. 그것들은 온 백성과 열국과 각종 언어를 사용하는 족속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세속 권력자들도 거리낌 없이 들어와 자신들의 욕망을 탐하고, 또 그 독주에 취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몰려든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신부’여야 하는 그들은, 수치심도 없이 온갖 화려한 옷과 보석들로 꾸미고 손에는 음행이 가득한 금잔을 들고 있는 ‘큰 음녀 바벨론’을 어미로 삼고 있다. 그것이 올라앉은 세속 권력의 몸에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이름들’이 가득 적혀 있다. 그리고 그것의 머리에는 이런 이름이 적혀 있다. “비밀, 큰 바벨론,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

더구나 그들은 ‘예수님의 증인으로 피를 흘린 성도와 증인들’이 마치 자신들인 양 잔뜩 취하여 있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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