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놀람과 경외/나의 골방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 쇼펜하우어

by 농민만세 2018. 6. 12.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944434562535776&id=100009077529459

 

누가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라 하였나

 

이동용 박사의 저서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는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중심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왜곡 없이 탐색한 책이다.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이제껏 적잖이 왜곡되어 있었던 쇼펜하우어 철학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았다는 점이다. 흔히 쇼펜하우어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염세주의 철학의 주창자쯤으로 여겨지며 우리나라의 정규교육 과정에서도 그 이상의 깊이 있는 내용은 다뤄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니체를 비롯하여 괴테, 릴케, 바그너, 헤세 등 쇼펜하우어에게 큰 영향을 받은 학자 및 예술가가 적지 않지만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된 쇼펜하우어를 다룬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

(사람들이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 철학자라고 말한다면, 그건) 염세주의 철학 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세상을 바꿔보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진정한 발전은 문제를 인식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지성이 문제다. 순수하지 않은 지성의 순수하지 않음은 그것의 원인이 되는 (집착에 사로잡힌) 의지에 구속되어 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이런 의지를 거부한다. (집착에 사로잡힌) 의지로부터 분리되면 될수록 지성은 순수한 면모를 갖춰나간다. - 97p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라고만 알고 있다면 그건 철학과 관련해 가장 일반적인 오해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는 사실 행복을 인생의 가장 큰 목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집착에 사로잡힌) 의지야말로 인생을 고통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므로 이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을 권유했다. 더불어 인식을 거듭 넓혀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기를 극복할 것도 주문했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무가치한 것으로 가득하지만 내면의 명랑함을 키우고 자기극복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쏟아 붓는다면 참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염세주의는 인식일 뿐 결과가 아니었으며 행복이야말로 쇼펜하우어 철학의 종착역이었다.

 

많은 이들이 쇼펜하우어의 대표작으로 그가 31살에 저술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꼽는다. 근대 철학을 대표하는 고전 가운데 하나인 이 책은 칸트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쇼펜하우어의 독자적 세계관을 설파한 명저로 알려졌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Die Welt ist meine Vorstellung)'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맹목적인 (집착의) 의지에 이끌리는 세계와 주관에 의해 파악되는 세계를 구분하고 인식을 확장해 표상으로부터 (왜곡 없이 순수한) 인식의 세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굳이 자기 자신의 내면을 알아야 할까? 왜 굳이 내면의 의식 세계와 관련한 순수한 지성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물론 그런 것 없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삶은 가치를 모르고 살다가 허무하게 죽어가는 가련한 인생이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은 그런 삶을 극복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한다. - 98p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가 31살의 젊은 철학자가 야심차게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저술이라면 <인생론>은 63살의 나이든 철학자가 담담하게 삶의 소회를 풀어놓은 수상록이라 할 수 있다. <인생론>에는 그의 사상 전반이 비유적인 우화와 잠언의 형식으로 담겨 마치 서양판 <장자>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쇼펜하우어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한 자기극복을 피력한다. 순수한 지성이나 통찰력의 증진을 통해 매일 전보다 나은 왜곡 없는 인식의 틀을 갖추고 그로부터 새로운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삶에 신선한 자극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왜곡 없는 인식의 틀을 새롭게 갖추면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고 같은 것을 보아도 달라 보인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그리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지성과 통찰력의 부단한 증진 없이, 그리고 사물들을 더 명백하게 이해하는 성과 없이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는 인생에 대해 견딜 수 없는 지겨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성이나 통찰력의 증진은 경험의 결과이며 한편으로는 우리의 관점을 부단히 변화시키는 삶의 단계를 거쳐 지나가는 여러 가지 변화의 결과이다. 그것에 의해 사물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면을 보여준다. 이렇듯 매일 새로운 진리를 터득하는 삶은 인생에 늘 신선한 매력을 준다. 그러는 가운데 동일한 대상이라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 103p

 

스스로 알을 깨고 선과 악이 혼재된 아프락사스에게 날아가는 새와 같이 끊임없이 인식의 틀을 확장시켜 인식의 폭을 왜곡 없이 넓혀가야 한다는 게 쇼펜하우어 철학의 결론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진정 행복하게 꾸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명랑한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똑같은 상황도 더 즐겁게 받아들이며 더욱 의연히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명랑함이야말로 행복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즉, 인식을 왜곡 없이 부단히 확장시켜 나가고 명랑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참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

 

왜곡 없는 인식의 확장을 통한 부단한 자기극복과 명랑함. 예순 셋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내린 결론은 그리 놀랍거나 새롭지 않다. 2500년 전의 노자-장자의 가르침 혹은 붓다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다.

 

결국은 실천(실행)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3844> (일부 수정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