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무덤>
부활주일 아침
처음으로
텅빈 예배당이다
시급을 다투며
소개되던 해방 후
북한의 교회들도
이랬다지
남아야 하나
떠나야 하나
전쟁 소문에
하루하루 비어가는
산골마을 한 복판에서
마침내
강아지 한 마리
남지 않은 어느 주일
텅빈 예배당에
혼자 엎드려
자꾸만
부들부들 떠는
몸을 진정시키는데
두살배기 외동 딸이
놀란 눈으로
문 앞에 서 있기에
이 어린 것이
무슨 죄냐 싶어
당장에 짐을 싸들고
내려왔다고
신학생 전도사 시절
문경 어느 골짜기에서
농가를 하나 얻어
교회당으로 꾸미던
한 은퇴 목사님의
절박했던 이야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은 우리도
제대로
빈 무덤 교회당이다
예수님 부활하여
나 먼저 세상으로 간다
갈릴리에서 만나자
그러셨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 이 빈 무덤을
버리지 못하고
떠나지 못하는 걸까
지나는 경운기 한 대 없던
마을 벗꽃길에 오늘은,
자동차들이 저리 많구나
교회들은 악착같이
자신들만을 위한
부활절을 소비하고 거기
어디에도 이웃 향한
배려와 돌아봄은 없다
누굴 탓하랴
다들 먹고 살자는
짓들인데
늬가 종교라는 거면
좀 덜 먹고 조금 더
불편하고 배고프라고
더 어찌 요구하랴
이 두세 살 먹은
어린 것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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