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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농업소득 반토막?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

by 농민만세 2020. 5. 26.

 

http://m.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021

/ 한국농어민신문

[오내원의 농정의 창] 농업소득 감소를 다시 본다


/ 오내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

2019년 농가소득 통계가 발표되었다. 평균 농가소득은 4,118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1% 감소하였다. 농업외소득과 이전소득은 증가하였지만 농업소득이 20.6%나 감소한 결과다. 농식품부는 농업소득이 감소한 원인을 과일·채소류의 가격 하락, 쌀변동직불금의 지급 지연, 농업경영비 상승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요인들이 작년의 소득 감소를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에 걸친 변화 추세다.

알고 있듯이 농업소득은 천만원대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다. 1994년에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선(1033만원)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2018년 최고치(1292만원)를 기록하였지만 2019년 1026만원으로 하락하여 25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더구나 이 기간 중 물가가 두 배로 오른 것을 생각하면 농업소득은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그동안의 기술 발전, 시설과 장비의 현대화를 감안하면 이러한 소득 감소는 놀랄만한 일이다.

농업소득이 장기적으로 감소한 원인으로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농산물 수입 자유화와 구조농정이 지목된다. 국제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하여 전업농을 중심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구조정책 추진으로 과일, 채소, 축산물의 생산량이 늘고 품질도 향상되었다. 그렇지만 외국산 수입 증가와 맞물려 다수 품목이 공급과잉 상태가 되었다. 그 결과 농산물 상대가격은 하락한 반면 투자 확대에 따른 경영비 증가로 농업소득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관련 통계를 보면 1994년부터 2018년까지 식량작물 생산은 22% 감소하면서 곡물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과일, 채소와 축산물의 생산은 각각 15%, 20%, 61% 증가하였다. 국내 생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축산물, 사료, 과일, 식물성유지를 필두로 농축산물 수입액이 76억 달러에서 274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여 저농산물가격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농산물가격이 장기적으로 다른 물가에 비해 올랐나 떨어졌나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 기간 중 채소류의 명목가격 상승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편이고, 축산물과 곡물류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다. 그렇다고 채소류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다. 같은 품목이더라도 생산시기의 확대(주년화)와 품질 향상으로 생산비용과 소비자의 만족도가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가격 변동의 수준은 경영비 상승과 생산자의 소득과의 관계에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농업조수입과 경영비, 농업소득의 변화를 다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5년간 명목조수입은 1900만원 증가했지만(1500만→3400만) 경영비도 1900만원 증가하여(500만→2400만) 농업소득은 1000만원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물가가 두 배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실질조수입은 200만원 증가했는데(1500만→1700만) 경영비는 700만원 증가해(500만→1200만) 실질 농업소득은 오히려 500만원 감소하였다. 이는 지난 25년간 농산물의 실질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농업경영비 상승은 여러 원인이 겹쳐있지만 기계화와 시설원예, 축산업의 확대로 인한 감가상각비와 사료비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이 두 비용은 1994년 113만원에서 2019년에 935만원으로 822만원이 늘어나 경영비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노임비와 위탁작업비가 증가한 것, 비료와 종묘 등을 거의 전량 외부 구입에 의존하게 된 것도 경영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경영비 상승은 농업소득 증가를 제약하는 외에도 경영불안정이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경영비 비중의 상승은 가격 하락이나 재해로 인해 농업조수입이 감소하는 경우 소득의 감소를 증폭시킨다. 25년 사이에 농업조수입에서 차지하는 경영비의 비중은 33%에서 70%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가격하락 등으로 조수입이 30% 감소하면 전에는 농업소득이 절반가량 감소하였으나(조수입의 67%→37%), 이제는 소득이 0으로 없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고투입고생산 농업성장의 방향이 과연 옳았는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수입개방의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규모 확대와 시설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만 집중한 구조정책의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는 국내 수요에 적극 대응하여 자급률을 높이고, 환경보전과 식품안전성 등 공익기능을 제고하면서, 토지와 노동력 등 보유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는 대안적 농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 2019년은 이전소득이 농업소득을 넘어선 첫해가 되었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 농업외소득, 이전소득의 비중은 1994년에는 [52:30:18]에서 2019년에는 [25:42:27]로 역전되었다. 농업외소득과 이전소득의 증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농촌 사회가 유지되려면 비농업 경제활동의 기회가 늘어나야 하고, 가족농의 다면적 활동을 통한 농업외소득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또한 노령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농업인연금,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복지정책 확대로 이전소득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불가피한 점이 있다.

다만 농가소득 분류의 문제를 한 가지 지적하고 싶다. 현재 쌀변동직불금과 FTA피해보상직불금은 농업수입에 포함되지만, 다른 직불금들은 모두 이전소득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직불제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이라면 이는 농업수입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친환경직불만 하더라도 농민의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이 따르는데 이에 대한 보상을 이전소득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직불제가 금년부터 공익직불제로 개편되면서 각종 의무준수사항도 늘어나므로 직불금을 농업 수입 중 ‘농업 공적지불금’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