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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신문
‘흙의 날’ 릴레이 기고 ③·끝/
흙의 시간
햇볕·이산화탄소 등 있어도
흙 없으면 작물 재배 힘들어
1㎝ 쌓이는 데 200년 걸려
세계 토양 30% 이미 황폐화
유기탄소 늘려 위기 극복을
2015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 이 공개됐을 때 과학자들 사이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할 수 있을까’라는 논쟁이 대륙을 가로지르며 격렬하게 이어졌다. 결론은 어땠을까?
감자가 자라기 위해서는 대기로부터 햇볕과 이산화탄소를, 흙으로부터 물과 양분을 흡수해야만 한다. 햇볕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고 이산화탄소는 생물의 호흡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물과 양분의 역할을 한 것은 맷 데이먼이 화장실에서 구한 분뇨였다. 영화 속에서 맷 데이먼은 1년6개월 동안 감자를 재배해서 식량문제를 해결한다.
2017년 네덜란드의 과학자들은 너무 건조하고 일교차가 커서 식물이 자라기 어렵다고 알려진 페루의 라호야사막에서 감자를 포함한 10종의 작물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화성의 감자(Potatoes on Mars)’로 명명된 프로젝트에서 과학자들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고도로 통제된 환경 아래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화성에서의 감자재배가 불가능해 보인 이유는 화성엔 지구에 존재하는 흙이 없기 때문이다.
이 주장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흙을 바위가 부스러진 입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세계토양학회에서 정의하는 흙은 다르다. 그 속에는 반드시 유기탄소가 존재해야만 한다. 그것은 퇴비의 형태일 수도 있고, 지렁이나 곰팡이 같은 생물체일 수도 있다. 농구장을 메울 만큼의 비옥한 흙 속에는 소 한마리 무게의 생물이 함께 살아간다. 흙은 그 자체로 이미 풍성한 생태계다.
역사적으로도 비옥한 흙은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자원이었다. 모든 세계 문명의 발상지는 비옥한 땅을 기반으로 했다. 현재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진국들 역시 중위도에 위치한 덕분에 비옥한 토양을 갖고 농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문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토양의 두께에서 결정된다.
1㎝ 두께의 흙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2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농경이 시작되면 필연적으로 비옥한 표토의 흙이 유실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세계 토양의 30%가 황폐화했고, 2050년이면 90%의 토양이 여기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때가 되면 세계 인구는 96억명에 달해 60%의 식량을 더 생산해야만 하는데도 말이다.
우리 인류는 사라진 문명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흙을 어떻게 가꿔가느냐에 달려 있다. 2013년 유엔(UN·국제연합)은 ‘세계 흙의 날’을 제정하고,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토양 유기탄소를 늘려 기후위기를 이겨내자는 ‘4‰(4퍼밀·4/1000) 이니셔티브’가 발족됐다. 2015년 우리나라도 흙의 날을 제정하면서 그 흐름에 동참했다.
농업의 기본은 흙을 가꾸는 데서 시작한다. 땅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에 우리 후손이 살아갈 터전이다. 흙은 우리가 가꿔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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