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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그린 바이오 기술, 차세대 녹색혁명? 농촌은 말살, 독일의 농촌 보전정책을 배우라

by 농민만세 202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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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lgeri.com/report/view.do?idx=19559

그린 바이오 기술 차세대 녹색혁명 예고


농업이 최근 각종 첨단 기술의 접목으로 미래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종자와 작물 보호제 시장은 1,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대형 시장일 뿐 아니라 식량의 수요 측면에서 성장성이 보장되는 매력적인 산업이다.

지난 20여년간 농화학 산업은 1세대 유전자변형 작물로 대변되는 그린 바이오 기술에 의해 종자와 작물보호제를 중심으로 Top-tier 기업들의 경쟁구도가 구축되었다. 최근 이들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형 인수합병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농화학 업계는 이미 새 판 짜기에 돌입해있다.

기존의 대형 기업들이 몸집 불리기를 통해 시장 점유율과 기술적 시너지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인 중국 또한 종자 및 작물보호제 산업에서 범국가적인 계획을 세우고 연구 및 사업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바이오 기술이 기술 및 경제성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어, 농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혁신을 불러 올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인구 및 소득 증가에 따른 식량 수요 증가, 식품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수준 증가, 환경 및 생태계 보존 등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그린 바이오 기술의 혁신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종자 개발에서는 바이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 전통적인 육종 방식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DNA 표지 육종(DNA marker-assisted breeding) 방식은 묘목이 다 자라 열매를 수확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묘목의 어린 잎만으로도 생산성, 품질, 병 저항성 등의 표지 분석을 통해 향후 어떠한 형질의 작물로 자라날지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육종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 기술 또한 종자 개발 방식에 있어서 혁신적인 대안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종자의 목표 형질 측면에서는 소위 1세대 유전자변형 작물에서의 제초제 및 해충 등 생물학적 스트레스 저항성 외에 가뭄, 광합성 효율 등 재배 환경과 관련한 비생물학적 스트레스 저항성 형질에 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특정 영양 성분을 강화하거나 해로운 성분을 제거하는 기술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들 또한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작물보호제에서도 바이오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최근 주요 제초제의 내성 문제 및 발암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며, 일부 살충제 또한 독성 문제로 승인이 취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바이오 작물보호제(biologicals)는 잔류 농약 우려가 없으며 내성을 가진 잡초나 병해충 발생 가능성이 낮다.

신젠타, 바이엘, BASF 등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은 미생물 기반 작물보호제 기술 등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거나 파트너쉽을 체결해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종자기업 몬산토도 최근 ‘종자 그 이상(beyond the seed)’을 선언하고 미생물제제 분야 최고 기술을 가진 노보자임과 바이오 작물보호제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유럽 등 각 지역에서 점차 화학 농약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종합적 병해충 관리 방식이 규제화될 경우, 향후 바이오 작물보호제의 성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거대 농업화학 기업들이 지난 20년간 보여주었듯이 이제 농업에 있어서도 기술 선점이 핵심적인 경쟁력이 되었다. 특히 농업부문에서 혁신 기술에 기반한 경쟁력은 장기간 독점 우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린 바이오 기술이 또 한번의 농업 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도 벤처 투자, 파트너쉽,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최신 기술 역량 확보를 가속화하여 시장 선도 경쟁에서 소외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목 차 >

1. 전환기의 그린 바이오 산업
2. 그린 바이오 기술 혁신의 배경
3. 유망 그린 바이오 기술
4. 그린 바이오 기술의 미래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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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lgeri.com/report/view.do?idx=19253

바이오 기술, 대중화 시대 열리고 있다


최근 유전자 서열 분석 비용이 천 달러 수준으로 하락하고 매우 효율적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개발되면서 바이오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DNA 염기 서열 분석 경쟁이 시작된 이후 유전자 분석 비용은 무어의 법칙보다 빠른 속도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조만간 바이오 기술의 대중화를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이오 기술은 다른 기술들과의 융합을 통해 기반 기술화되어 가고 있으며 바이오제약, 유전자 분석 기업 뿐 아니라 구글 등 IT기업, DuPont, BASF 같은 화학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적인 정책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바이오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산업에 큰 변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우선 사후 치료 중심의 의료 활동은 유전자 분석을 통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며, 식품이나 농업 분야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작물, 제품들이 개발되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마치 기계처럼 활용하여 지금까지 생산하기 어려웠던 나노 물질 등을 생산함으로써 전자/에너지 등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바이오 기술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이 바이오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각자에 맞는 활용 방안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바이오 기술이 생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정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외부 역량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의 사업 방식 전환 등을 고려해야 한다.

< 목 차 >

1. 바이오 산업의 과거와 현재
2. 지금 바이오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3. 미래 바이오 산업 전개 방향 전망
4. 시사점

지난해 한미약품에서 5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 이후 제약 기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한미약품의 기술은 새로운 성분의 신약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기존 약 성분을 좀더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서 단백질을 매개체로 이용하고 있다. 즉 단백질, 바이러스 등을 이용하는 바이오 기술의 일종인 것이다.

바이오 기술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과거 1997년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를 해서 태어난 ‘돌리’라는 양을 떠올린다. 당시 바이오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바이오 제품들이 없어 현실 불가능한 기술에 막연한 기대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 현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바이오 기술은 여전히 개발되고 있으며 미래 유망 기술로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확보해야 하는 분야가 되어 가고 있다.

 
1. 바이오 산업의 과거와 현재

바이오 산업을 정의하면 바이오 기술을 중심으로 신기술과 융합하여 창출되는 산업을 의미한다. 바이오 기술이란 “특정 부품,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유기체나 생물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바이오 산업은 크게 레드 바이오(의료/제약), 그린 바이오(농업/식품), 화이트 바이오(산업), 그리고 융합 바이오로 구분된다. 레드 바이오 분야는 인체 의약품/백신, 동물 의약품/백신 등이 해당된다. 그린 바이오는 흔히 GMO로 알고 있는 개량 종자나 유전자 변형된 동식물을 의미하며 광의로는 건강 기능 식품이나 식품/사료 첨가제 등을 포함한다. 화이트 바이오의 경우 바이오 에탄올로 알고 있는 바이오 연료나 바이오 폴리머 그리고 수처리용 미생물 등이 있다. 또한 융합 바이오는 다른 기술과의 융합이 특히 중요한 분야로서 현재는 체외 진단/생명공학 연구용 센서 등 주로 센서, 분석 기기나 유전자 분석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기술 표준원에서 바이오 산업을 8개로 분류하여 국가 표준으로 제정했다. 제정한 8개 분야는 바이오 의약, 바이오 화학, 바이오 식품, 바이오 환경, 바이오 전자, 바이오 공정 및 기기, 바이오 에너지 및 자원, 바이오 검정/정보 서비스 및 연구개발 등이다.

바이오 기술은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구조를 최초로 발견한 이후 약 60년간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동안 바이오 기술은 16번의 노벨상이 나오는 등 수많은 연구를 통해 상당한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어 왔다.

MIT 보고서에서는 60년간의 바이오 기술 개발 역사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사건 2가지를 뽑았다. 첫번째는 진정한 의미의 바이오 기술이 개발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1953년의 DNA 구조 발견이다. 이를 기점으로 세포를 분자 규모로 이해하는 분자 생물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였고 생명체를 보다 근본적으로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 사건은 2000년, 2001년 사이에 있었던 6개국 공동 연구팀과 셀레라 제노믹스사 간의 인간 게놈 분석 경쟁이다. 2000년에 미국 국립 보건원이 주도하고 일본, 유럽 등 6개국이 참가한 인간 게놈 연구 프로젝트에서는 염기 서열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었던 셀레라 제노믹스사에서 기존과 다른 분석 방법으로 3년 내에 분석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두 기관간에 개발 경쟁이 붙었다. 셀레라 제노믹스사에 바이오계의 빌게이츠라고 불리는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참여하여 실현 가능성을 높였으며 두 기관이 경쟁적으로 분석한 결과 예상보다 빠른 2003년에 인간 DNA 서열을 발표하게 된다. DNA 서열을 밝혀냄으로써 유전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전체간 역할과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1953년 DNA 구조가 발견된 이후 분자 생물학 연구를 통해 세포의 하드웨어를 이해했다면 DNA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해 세포의 소프트웨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사건을 계기로 바이오 기술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바이오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글로벌 바이오 산업 전체 규모는 2014년 4,180억 달러로 추정된다. 한국 생명공학 정책연구 센터 자료에 의하면 의료 헬스케어 분야가 1,910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크며 농식품 분야는 413억 달러, 의료서비스 제공은 367억 달러, 환경 및 산업 공정 분야는 277억 달러 그리고 기술 서비스는 265억 달러 순이다. 그 외 에너지 분야가 948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바이오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주요 산업별 활용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레드 바이오에서의 제약의 경우 화학적 합성으로 만든 합성 의약품과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 의약품이 있으며, 전체 의약품 중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비중은 약 23%로 추정된다. 최근 합성 의약품의 R&D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바이오 의약품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린 바이오의 농업 분야는 크게 작물 보호, 종자 그리고 비료로 나눌 수 있으며 바이오 기술이 주로 적용되는 작물 보호와 종자 분야는 전체 시장의 약 40% 정도다. 작물 보호제는 흔히 농약으로 알고 있는 분야이며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약 567억 달러이다. 이 중 바이오 분야인 바이오 농약은 화학적 합성에 의해 만든 농화학 제품이 아닌 주로 미생물을 이용해서 만든 제품으로서 약 20억 달러 규모다. 바이오 농약의 원리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항생제 등 특정 물질을 생산한다든지, 용해 효소를 분비하거나, 영양분을 경쟁적으로 취한다든지 아니면 서식지를 미리 선점해서 해충이 살지 못하게 하고 병원균이나 해충에 직접 기생해서 고사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한편 종자 분야 중 대표적인 바이오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GM 작물은 시장 규모가 2014년 약 210억 달러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GM 작물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 GM 작물은 콩, 옥수수, 면화, 유채 등에 한정되어 있고 재배 지역도 브라질, 미국 등의 대규모 경작지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그 외 광의의 그린 바이오에 속하는 건강  기능 식품의 전체 시장 규모는 약 840억 달러(2010년 기준)로 추정된다.

화이트 바이오 분야는 주로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 폴리머가 있으며 2014년 해당 시장 규모는 약 1,23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기존 휘발유, 경유 같은 석유제품 내지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 바이오 폴리머의 경우 생분해성과 같은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주로 사용되는 곳은 여전히 석유화학 제품과 동일하다. 이들 제품은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수요 대부분은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환경 정책과 맞물려 있으며 정책 변화에 따라 수요 변동폭이 크다.

 
2. 지금 바이오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최근 바이오 기술이 다른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즉, 바이오 기술은 일종의 기반 기술로서 다른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제품 및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특히 이들 방법들은 에너지 고갈, 환경 보호, 노령화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참조). 지금까지는 바이오 기술 자체가 발전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바이오와 다른 학문과의 결합을 통해 기술이 개발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 기술은 많든 적든 거의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 적용되면서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바이오 기술 역사에서 세번째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유전자 분석 비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 분석 비용이 무어의 법칙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참조). 최근 들어서는 심리적인 최저 비용인 1,00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Illumina, Life Technology, 454 Life Sciences, Pacific Biosciences 등이 있다. 454 Life Sciences의 경우 2007년 10만 달러였던 비용이 2011년 1만 달러 대로 줄었으며 2015년에는 4,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시장을 주도해온 Illumina는 2014년 ‘HiSeQ X10’이라는 유전자 분석 시스템을 출시했고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분석비용이 1,000달러 선이다. 제이 플래틀리 Illumina 회장은 “1,000달러로 게놈을 분석하는 것은 인간 게놈 분석의 ‘마하의 한계’를 허무는 것으로 정신적인 이정표를 세우는 것일 뿐 아니라 향후 전례가 없는 무수히 많은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이후에 무엇을 보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로 매우 흥분해 있다”고 언급했다. 분석 비용 하락은 바이오 기술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사이언스 지에서는 2015년 과학계 최고의 이슈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뽑았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 내의 특정 염기 서열을 찾아내 절단하는 효소를 의미하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보다 제작이 용이하고 정확성과 효율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 분석 비용도 낮고 유전자 교정도 기존보다 훨씬 용이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낮은 가격으로 다양한 유전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들, 정책적 지원 확대

2015년 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연두교서에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 선천성 불치병을 치료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관련 의학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밀의학이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암이 유전자 변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정밀의학의 발전이 암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정밀의학을 2016년 예산안 우선 정책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식품 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에 2억 1,500만 달러를 지원해 의학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 2016년 미국 R&D 예산안을 보면 보건 분야에서의 증가액이 약 7억 달러로 국방 분야를 제외한 타 분야 대비 가장 많다. 또한 2015년 7월 ‘21세기 치료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면서 정밀의학, 맞춤형 의학 발전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법안의 중요 목적은 인간 게놈 염기 서열 분석 등 지금까지의 놀라운 과학 진보가 실제 인간의 질환 치료로 연결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공유, 분석할 수 있도록 하고 특정 치료의 효과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보다 빠르게 평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법안은 새로운 치료법의 빠른 승인, ‘의사-환자’ 및 ‘환자-의사’들간 연결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바이오 기술을 미국 산업 육성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여전히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그리고 바이오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기술적인 진보 가능성을 내버려둔 채 미래에 있을지 모를 위험만 고려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영국에선 환자 10만 명의 게놈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해 암과 희귀 질환에 관한 맞춤 치료를 개발하는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정부 차원에서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2014년 별도의 ‘Office for Life Science’ 를 조직했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농림식품부에서 새로운 농업 생산 패러다임 구현을 위해 ‘Ecophyto2’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5년까지 농가의 살충제 사용량을 지금의 1/2으로 줄이기 위해 화학 물질 방제가 아닌 바이오 농약과 같은 자연을 이용한 방제를 사용하고 새로운 형태의 생산방식 도입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마련에 적극적이다. 우선 일본 정부는 미국과 같이 의료 연구를 총괄할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고 의료 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총괄해서 관리할 목적으로 2015년 일본 의료연구 개발 기구를 설립했다. 이 기구에서는 맞춤/게놈 의료, 재생 의료 등을 포함한 총 9개의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2020년 개발 목표를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 기관에서의 지원, 기업 정보 제공,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을 하고 있으며 바이오 리소스 정비와 연구 개발 촉진을 위한 데이터 베이스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의료, 농업 등 기존 바이오 영역에서의 혁신을 기반으로 바이오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바이오산업을 2020년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의약품 뿐 아니라 의료기기, 서비스 분야에서의 전략을 수립하여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의 바이오 기술 투자규모가 2014년 약 2조 3천억 원으로 2004년 이후 연 평균 14%씩 증가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 도입 움직임

다양한 배경의 기업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바이오 제약 기업 외에 Illumina, Dexcom같은 유전자 분석 기업, 23andMe, Ancestry.com, Foundation medicine 같은 바이오 서비스 기업들이 새로 등장한 반면 Google, IBM, Apple, Mircosoft, Siemens 등 IT기업, DuPont, Dow Chemical, BASF, Bayer, DSM 같은 화학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특히 서구 화학 기업들 중 상당수는 미래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바이오 사업이 식량 부족/고령화 등 미래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 그리고 선제적으로 진입시 고수익을 상당 기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 기업 내 보유 역량을 활용할 여지가 많다는 점 등의 장점으로 인해 바이오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

DuPont의 경우 이젠 화학 회사라기 보다는 바이오 회사라고 불릴 정도로 바이오 중심으로 변화했다. 최근 발표된 Dow Chemical 과의 합병도 바이오 사업에서의 역량 확보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기업들도 바이오 사업 개발에 적극적이다. 카메라 필름으로 유명해진 Fujifilm은 2000년대 초 디스플레이용 소재 등 전자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더니 최근에는 차세대 사업으로 바이오를 선정하여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제약 회사인 Toyama Chemical, 건강 진단 장비 회사인 SonoSite, 유도만능줄기세포 회사인 Cellular Dynamics International을 인수하는 등 약 27억 달러를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였다. 2000년대 초 Fujifilm 내 바이오 관련 사업 비중이 상당히 낮았지만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현재는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 주식이나 벤처 투자 현황을 보더라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바이오 기술 기업들의 주식이 2013년 대비 최근 2배 정도 상승하였다. 또한 2014년 바이오 테크 벤처 투자 금액이 60억 달러로 소프트 웨어에 이어 2번째로 많다. 2012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헬스 케어 전문 엑셀러레이터가 등장하여 현재 약 15개의 엑셀러레이터가 활동하고 있는 점도 미래 바이오 기반 벤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게 해주고 있다.

중국 기업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 선전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던 BGI는 2013년 세계적 DNA 염기 서열 분석 회사인 Complete Genomics를 1억 1,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미국 빌게이츠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쌀 게놈 염기 서열, 암 게놈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다. 현재 BGI는 글로벌 게놈 데이터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이미 세계적인 유전자 분석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중국 대형 화학 회사인 ChemChina가 2015년 세계 최대 농약/GMO 회사 중 하나인 Syngenta를 약 420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했다. Syngenta 이전에도 ChemChina는 2009년 미국 Dow Chemical의 농업 관련 사업 부문을 인수하려고 했다. 중국에서의 경작지 감소, 인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최고의 바이오 농업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미래 중국 농업 시장 대부분을 외국 기업에 내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향후에도 글로벌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같이 벤처, 대기업 구분 없이 많은 기업들은 바이오 기술 선점 및 미래 바이오 사업 기회 발굴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3. 미래 바이오 산업 전개 방향 전망

바이오 기술은 의료/제약, 농업 등 기존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뿐 아니라 타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거의 모든 산업에서 다양한 신사업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분야별 변화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레드 바이오 분야 :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으로 패러다임 변화’

암 등 만성 질환에 대해 지금까지 사후 처방 및 치료 위주였던 의료/제약 분야는 바이오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질병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 조치하는 등의 치료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된다.

2013년 유명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는 본인의 게놈 분석을 한 후 예방적 차원에서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유방암 유전자로 불리는 BRCA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며 이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해 유방암 발생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40~90% 높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감한 선택은 뉴욕 타임즈에 기고되면서 사전 예방 의술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 되었다. 안젤리나 졸리의 기고문이 발표된 이후 영국 내 21개 대학 의학 센터에서 유전자 분석과 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의 숫자가 기존 대비 2.5배 급증했으며 약 5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유전자 분석과 수술 환자들의 숫자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이러한 변화가 결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님을 보여 주는 사례다.

유전자 분석은 암 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질환 자체를 없애는 데에도 이용된다. 말라리아는 아직도 후진국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 중 하나다. 말라리아는 주로 매개체인 모기에 물려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수컷 모기에게 방사선을 처리해 생식 능력을 없애거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나중에 태어날 알에서만 작동하는 자살 유전자 아니면 날개만 망가뜨리는 유전자 등을 넣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아무리 해충이라도 개체수가 줄어들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적극 시도되기 어려웠다. 최근 이러한 생태 파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2015년 미국 UC 어바인의 제임스 교수는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갖는 모기를 조작하였다. 즉 모기는 그대로 두면서 말라리아만 막을 방법이 개발된 것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방법은 유전자 분석 및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까지 문제가 되었던 생태계 파괴 가능성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유전자 분석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Market and Markets에서는 차세대 유전자 염기 분석 시장이 2014년 약 24억 달러에서 2020년 87억 달러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유전자 가위 기술 확보가 중요한 유전자 치료제/세포 치료제 시장이 연 30% 가깝게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린 바이오 분야 : ‘혁신적인 바이오 제품 출시 러시’

최근의 사업 환경을 보면 바이오 농약 시장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존 화학 기반의 농약들이 중복해서 장기간 사용되면서 점차 기존 약제에 대해 저항성을 갖는 잡초, 균, 해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신규 물질 개발 비용이 대폭 늘어나면서 신규 화학 물질 출시 빈도가 과거 매년 12건 정도에서 최근 6건 정도로 급감한 상황이다. 또한 화학 성분 기반의 농약들이 독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용 금지되거나 발암 물질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꿀벌 등 환경 생태계에 유해함이 밝혀지면서 화학 성분 기반 농약의 입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바이오 농약 개발이 절실해지고 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서 작물을 보호할 뿐 아니라 미생물들을 사용해서 공기중의 질소를 작물에 공급하는 등 비료 대용 바이오 제품도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 성분 농약들은 6개 거대 회사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바이오 농약의 경우 200개가 넘는 소규모 회사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 농약 시장은 형성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으며 향후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바이오 농약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GM 기술은 인구 증가 및 경작지 축소로 인한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술이라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는 쌀, 밀과 같은 작물도 GM 작물이 개발될 예정이며 재배 지역도 중국 등 보다 많은 국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onsanto, Bayer 등 기업에서는 GM 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국민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정부에서 목화를 제외하고는 아직 GM 작물 재배 허가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 정부에서 GM 작물 반대 보고서에 대해 반박하고 관영 매체에서 GM 작물 개발 필요성 및 안전성을 설명하는 보도와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등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기술 개발 관점에서 보면 향후 인체 유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좀더 정교한 유전자 분석 및 조작 방법들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부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세포의 특정 유전자 억제 현상을 이용하여 작물 보호나 수확량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외부로부터 특정 유전자를 결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부 유전자 억제라는 자연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 조작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식품 분야에서도 미국의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5년 Economist에서는 식물성 단백질들을 사용하여 고기와 같은 맛과 느낌을 내는 제품을 개발하는 벤처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중점 보도했다. 이들은 과거 콩 등을 단순 가공해서 고기 형태로 만들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Microsoft 빌게이츠가 미래 유망 식품 기업으로 언급한 Hampton Creek라는 기업의 경우 ‘Just Mayo’라고 해서 기존의 마요네즈와 달리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단백질만을 사용해서 보다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기존 마요네즈보다 더 감미로운 맛을 내는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 미국 최대 식품 판매 체인 중 하나인 Whole Food Market에서 베스트 셀러가 될 정도로 미국 내에서의 Just Mayo 제품은 가히 선풍적이다. 기존 마요네즈 제품을 생산, 판매하던 Unilever에서 상표 문제로 소송을 냈다가 대기업이 유망 중소 기업을 죽이려고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지고 Hampton Creek에 1억 2천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이 몰리자 슬그머니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다.

Hampton Creek의 성공 비결은 감미로운 맛을 내는 새로운 물질 개발도 아니고, 특별한 마요네즈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술도 아니다. 식물 자원에 분포되어 있는 엄청나게 많은 단백질을 분석, 해석해서 최적의 단백질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지구상에는 40만 개가 넘는 식물 종이 있으며 각각은 수만 개의 단백질을 내포하고 있다. Hampton Creek은 이들 단백질들을 분석해서 마요네즈 등과 같은 기존 식품과 동일한 맛을 내는 단백질들을 찾아 결합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구글맵의 데이터 분석가를 부사장으로 영입하였고 결과적으로 마요네즈와 거의 유사한 맛을 내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바이오와 데이터 분석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내에는 Hampton Creek와 유사한 기업들이 많다. Impossible Food라는 회사는 식물 기반의 고기와 치즈를 사용한 햄버거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식품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Beyond Meat, Soylent 등 벤처 기업들이 식물 기반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이트/융합 바이오 분야 : ‘생물학적 나노 기계로서의 미생물 개발’

융합 분야는 타 분야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창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다. 특히 Living foundry, Cell factory, Soft machine 등이라고 불리는 분야는 초기 기술 개발 단계이지만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제일 클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생물을 하나의 제조 기계와 같이 이용하는 분야로서 최근 전자 산업에서 나노 수준의 물질 특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노 크기의 물질 특성을 물리학적 또는 화학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많은 생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거나 아예 개발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네이처 지의 컬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리처드 존스 교수는 나노 세계에선 물리, 화학적 방법이 아닌 생물의 작동 원리를 모사해서 물질을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나노 세계에 적응하여 진화한 미생물들이 나노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에 가장 적합하다는 얘기다.

비록 실험실 단계이긴 하지만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활용해서 물질을 제조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MIT의 벨처 교수는 두께가 10나노미터에 불과한 ‘M13 박테리오파지’라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물질이 잘 달라붙도록 했고, 이런 바이러스를 모아 2차 전지 재료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바이러스의 몸통에는 양극 재료로 쓸 수 있는 철인산계 물질을, 꼬리에는 전기 흐름이 뛰어난 탄소나노튜브(CNT)를 각각 달라붙게 했다. 이 방법을 쓰면 나노 규모로 물질 구조를 조절할 수 있어 기존 대비 약 10배의 출력을 낼 수 있는 2차 전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기존의 공정 과정에서 배출되었던 환경 오염 물질이 거의 없으며 M13 박테리오파지가 자연에 대량 존재하고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점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고출력이 필요한 전기차 등에 사용될 수 있다.

벨처 교수의 아이디어는 모든 생물내에 자신에게 필요한 소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이 유전적으로 인코딩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유전 코드를 잘 활용한다면 지금까지 제조하기 어려웠던 첨단 소재를 만들 수 있다. 벨처 교수의 아이디어는 미생물이 첨단 소재를 만들 수 있다는 실질적인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2009년 네이처 지 발표 당시 많은 주목을 끌었다.

최근에는 Siluria Technology라는 벤처기업에서 바이러스를 활용하여 셰일가스의 주 성분인 메탄 가스를 가솔린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공정을 조만간 시현할 예정이다.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활용하여 기존 에너지/전자 제품의 한계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4. 시사점

바이오 기술이 점점 개발되면서 바이오는 기존 전통적인 바이오 사업 분야 외에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의료/제약, 농약 등 기존의 바이오 영역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향후 바이오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지금부터라도 제약/의료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의료 등에서의 획기적인 사업 변화가 예상되긴 하지만 섣부른 사업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현재 바이오 사업 영역을 적극 확보하고 있는 DuPont도 과거 제약 사업을 시도했다가 내재화에 실패하여 2001년 결국 사업을 철수한 경험이 있다. 바이오 기술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정도를 미리 예상하고 각 기업이 처한 상황과 역량을 감안해서 각각에 맞는 대비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즉 바이오 기술이 기존 사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사업 기회가 있는지 혹은 위협 요인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사전적으로 고려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술 융복합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기존 기술과 바이오 기술과의 융복합 트렌드 혹은 가능성을 놓치지 말고 새로운 기회를 찾고 대비해야 한다. MIT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관련 연구소를 이러한 융합 관점에서 재편하고 있으며 일부에선 이미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 내 대학 부설 연구소 중 상당수는 생명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같이 연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간과 조직을 마련했으며 미국 국립 암센터의 경우 여러 학계가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8개의 연구 센터를 만들어서 운영중이다. 미국 UC 샌프란시스코 대학 연구소에서는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대장균(E.Coli)을 합성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화학적 지식, 미생물학적 지식, 데이터 분석 역량 등이 결합, 응용되었다. 향후에는 지식 결합 뿐 아니라 물리학/공학에서의 접근 방식을 바이오 연구에 도입하여 세포의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공학이나 물리학에 영향을 주는 등의 접근 방식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대학 대다수의 Biological engineering 학과는 미생물학 외에 화학, 물리학, 통계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MIT의 벨쳐 교수도 원래는 화학 전공이다. Hampton Creek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기술 융합의 산물이 이미 하나 둘씩 나오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기업들은 기존 역량을 가지고 바이오 기술과 융합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 연구 조직이나 프로세스 변화 뿐 아니라 이질적인 학문이 합쳐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등 기업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특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기술은 다른 기술과 달리 살아있는 생명체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생명체에 인위적인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기존 생태계의 파괴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 어떤 산업보다도 정책이나 사회적인 인식 등이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에 의해 돌리가 태어났을 때 새로운 생명체를 의도적으로 복제했다는 이슈로 많은 논란거리가 되었고 현재도 GMO 방식의 옥수수나 콩 등이 많이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이들 작물이 주로 가축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아직 유전자 조작에 대해 상당한 거부반응이 있다. 이러한 반응들은 올바른 바이오 기술 사용이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며 좀더 철저하고 공정한 규제나 통제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바이오 산업은 정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해 관계자들로 구성된 생태계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셋째, 바이오 기술의 발전은 고객별 맞춤 생산으로의 기업 체질 변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미래 바이오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맞춤형이라 할 수 있다. 맞춤형 의료, 지역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종자, 나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맞춤형 바이러스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춰진 미생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생산하다 보니 바이오 기술과 접목된 신사업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범용 대량 생산 방식에 익숙하다면 보다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외부 역량 도입에 익숙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바이오 산업은 발전가능성이 큰 만큼 배경 이론이나 기술도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개별 기업, 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영역을 커버하기 어렵다. 또한 바이오 기술은 바이오 산업 뿐 아니라 바이오 기술이 융합 가능한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의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론 경쟁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존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사업 초기에는 기업 인수 내지 다른 기업과의 협업 등이 원활히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좀더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외부 역량 도입에 거부감이 없는 조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2024년이 되면 세계 바이오 시장이 반도체 등 국내 3대 수출 품목의 전체 시장보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약 산업에서 새로운 신약 물질이 개발되고 나서 출시되기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린다는 얘기를 감안한다면 바이오 기술 개발은 단기가 아닌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2020년 이후의 미래 신사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바이오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바이오 기술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관련 역량 확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