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사실 ‘제철 채소’를 생산하는 농민이 수십 가지의 채소를 연중 철에 따라 작부 계획을 짜고 심고 가꾸고 거두어 꾸러미 박스를 구성해서 택배로 발송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철 채소 꾸러미를 받는 소비자 회원들 각자가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채소도 파악하여 구분해야 하고, 다듬고 음식을 만들고 보관해서 먹는 것까지, 소비자들의 온갖 궁금증들에 바로바로 전화 응대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체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제철 채소 꾸러미’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일도 단순한 일이 아니다. 연간 계획에 따라 미리 파종하고 모종을 길러 철에 맞게 가꾸어내야 한다. 겨울철에는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발효식품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유정란은 물론 말린 묵, 두부, 콩나물, 장아찌처럼 1차 가공식품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는 반드시 이 사업의 개념과 일머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또 서로 돕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협동하여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더구나 수익을 분배하는 데에 있어서 공동작업에 이바지한 노동의 양은 물론 노동 강도까지 세세히 따질 수 없는 부분이 매우 많기에 특히 협동조합을 구성해서 도전해야 가능한 사업 중 하나이다. 관심과 열정만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지속적인 교육과 대화를 통해 모든 일을 함께 예측하고 대화하며 개선해 가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갑자기 밖에서 큰 소리가 났지만, 영문을 알 수 없어서 그냥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어렵사리 시작한 첫 번째 교육이라 중단할 수 없었다. 그러자 결국 자신이 닫고 나간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는 그냥 마구 따져 물었다. “이걸, 내가 하려고 한 거야. 처음부터 내가 계획하고 내가 하려던 거라구. 근데 왜 또 이 목사가 나서냐구?” 교육이고 뭐고 더 진행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오해하겠기에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건 누가 주도하냐는 게 중요한 게 아니지요. 이거 그렇게 그냥 쉽게 도전할 일이 아닙니다.” “뭔 소리야. 이거 내가 다 알아봤고 나도 많이 배웠다고. 근데 왜 이 목사만 아는 것처럼, 그래?” “그런 게 아니지요. 원래 이건 2015년부터 우리 교회 협동조합에서 기획한 사업으로, 지난번 우리 조합원들 교육에 목사님이 ‘이런 게 다 있냐’면서 참석하게 해 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게다가 우리 협의회 사업으로 내가 제안했고, 그래서 특강 시간도 내가 건의하고 강사도 초청하고 그랬잖습니까.”
“아, 글쎄! 이건 내가 하려고 한 거야. 이 목사는 손 떼! 손 떼라구!” 내 참, 뭐 그렇다면야. 나는 바로 가방을 챙겨 들고 나왔고 말 그대로 손 뗐다. 나나 우리 교회에 무슨 유익이 있다고 내가 이러겠는가. 그렇게 또 하나 협의회 사업은 엎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특히 우리 교인들께서 전후 사정을 바로 알아두실 일이 있어서 하나만 더 이야기해야 한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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