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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삼
박태웅 의장이 쓴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을 읽었다. 부제가 'already, but not yet'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주장했으니 왜 선진국인지보다 왜 부족한지(not yet)을 얘기하고 싶다.
1987년에 네덜란드에서 3개월 있었다. 주 40시간이라는 점이 부러운 것은 아니었다. 우리 회사는 드물게 주5일제 근무였으니.
여기는 8시반 출근, 4시반 퇴근이다. 법적으로 오전 15분, 오후 15분 휴식할 수 있으니 이걸 모아 30분 점심시간으로 쓴 다음 진짜 회사에 8시간 머문 후에 퇴근한다. 왜 우리는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보지 않는겨? 우리가 파는 것은 노동시간이지 노동력이 아니다. 내 자유시간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댓가로 임금을 받고 사용자는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책임이 있다. 사용자의 통제 하에 있는 점심시간이 왜 노동시간에 들어가지 않는지 이상하다.
회사의 모든 노동자(육체, 기술, 연구 등에 관계없이)가 4시20분이 되면 타임체크 앞에 줄을 선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찍으면 정확히 4시 30분이 된다. 40시30분에 줄서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사람이 8시간 회사에 잡혀있는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본 것이다.
거기 있는 기술자들은 시계를 보지 않고도 본인이 그날 계획한 일이 끝나면 거의 정확히 업무종료시간 10분 전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처음 갔다. 이때 일본이 진짜로 잘나가던 때라서 일본 엔지니어들이 미국이 할 수 없는 것을 자기들이 한다고 자랑하던 때이다. 그때 일본은 아직 주5일 근무가 아니었을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우리처럼 일정한 퇴근시간이 없고 퇴근시간 후에도 동료들끼리 술마시고 늦게 집에 간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와 다른 점은 회사에서 내주는 회식이 아니면 칼같이 분빠이한다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네덜란드는 많은 산업을 포기했다. 한국과 일본의 사람 갈아넣는 개발과 생산에 경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선진국이고 계속 성장한다. 사람을 갈아넣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산업을 계속 찾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든 반도체 극자외선 리소그라피 장비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일본은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지만 모조리 쇠락했다.
그럼 우리가 일본과 뭐가 다를까? 수출에 더 주력했고 인터넷 및 모바일 플랫폼 회사가 살아남았고 문화산업이 앞섰다. 우리 재벌 대기업이 과연 일본 대기업과 얼마나 다를까?
갑툭튀한 대선 후보 윤모는 52시간이 적으니 120시간 노동해야 한다고 한다. 주40시간 아니었어? 그것도 점심시간 포함되어 있으니 주 45시간이고 52기간은 57시간 되는데? 거기에다가 출퇴근시간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짧지 않고... 1987년 네덜란드 언감생심이다. 최모씨는 한술 더 뜬다. 최저임금이 범죄라고? 윤모 부하들에게 기소하라고 하고 자기 부하에게 유죄 판결하라고 하면 되겠네.
우리와 일본이 다른 점은 딱 한가지이다. 1960년대부터 독재와 착취에 대항해 싸운 각성된 시민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군부독재를 민주주의로 바꾸었고 IT 및 문화산업이 발달할 수 있게 했고 재벌-극우언론-부패관료의 기득권동맹과 싸워 사회의 후퇴를 막았다. 그것이 없었다면 선진국은 커녕 훨씬 전에 지금의 일본보다 나쁜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독재로 경제성장하다 사회발전이 지체되어 온갖 문제가 나타나 몰락의 운명을 지닌 지금의 중국처럼...
1987년 네덜란드 가보니 의외로 주부가 많았다. 아이 있는 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엄마가 직접 양육하고 있었다. 남자 혼자 벌어도 먹고 사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아이 양육한다고 무시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지금 파트파임제 노동이 가장 발전한 곳이 네덜란드이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건강하게 기를 수 있는 가족이어야지, 부부 둘이 악다구니로 일해 돈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족이나 돈이 없거나 직업이 변변치 않으면 결혼할 수 없거나 결혼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는가? 여성의 노동진출도 여성, 자녀, 가족의 행복의 개념 안에서 보아야지 경제성장의 관점으로 보면 출산률 0.8을 올릴 수 없다.
우리에게 'not yet'은 너무 많다. 누가 이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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