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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변호사
<트라우마... 용서>
캄캄한 새벽,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도에게 제압된 어미는 어둠을 더듬어 새끼를 끌어안았습니다. 다섯살 아들을 보호해야 했습니다. 떨리는 몸으로 아들을 꼭 감쌌습니다. 강도는 목에서 흉기를 떼지 않았습니다. 어미는 아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끔찍한 기억을 남겨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들아, 깨지 마라. 엄마가 안고 있단다. 너는 내 품에 있단다.’
어둠 속에서 강도들은 마음대로 집을 뒤졌습니다. 움직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누군가 고모님 방으로 간 듯했습니다. 고모님의 짧은 외마디 외침이 들렸습니다. 세상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잠시 뒤 방문을 통해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습니다. 강도들은 소리 없이 도망갔고 고모님은 질식사했습니다.
그날 그 새벽 이후, 최성자 씨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지울 수 없는 공포와 상처가 가슴에 남았습니다.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혼자 엘리베이터도 못 탑니다.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고 무섭습니다.
그날 강도들에게 당한 일 때문만이 아닙니다. 범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1년이 지나 알게 됐습니다.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집 자식도 소중한 법입니다. 자식을 낳고 품고 길러 본 사람은 그걸 잘 압니다. 엉뚱한 아이들이 죄 없이 교도소에 있다니, 최성자 씨의 삶은 또 달라졌습니다.
최성자 씨는 삼례 3인조의 재심을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피해자가 법원이 확정한 범인을 도와야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최성자 씨는 22년 전인 2000년 10월, 임명선, 최대열, 강인구 씨를 위해 탄원서를 써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재판장님, 저는 (완주경찰서가) 처음 범인을 잡았을 때 제가 알고 있는 유일한 단서인 범인의 목소리를 왜 (완주경찰서는) 확인시켜 주지 않았는지, 그게 참 원망스럽습니다. 부디 엎드려 빕니다. 삼례 애들이 범인이든, 부산 애들이 범인이든 정말 죄를 지은 사람에게 그 합당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 죄가 없는 사람은 빛을 보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법원은 ‘엎드려 빈다’는 최성자 씨의 애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진범을 처벌하지 않았고 죄 없는 임명선 씨 등을 계속 감옥에 가뒀습니다. 국가는 피해자 최성자 씨의 가슴에 큰 못을 박았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사건은 진범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잘못을 인정하고 재심을 도운 사건입니다. 진범이 재심을 도울 수 있었던 데에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용서가 있었습니다. 진범은 2016년 1월 30일 사건 현장에서 돌아가신 할머니 산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 10월 27일 피해자 최성자 씨를 만났습니다. 아래 공유한 영상은 최성자 씨가 진범의 손을 잡고 “다 내려놓자”며 용서하는 모습입니다. 최성자 씨는 사실 진범과의 만남을 두려워했었는데 만나고 나서 제게 이런 문자를 보냈습니다.
"선고 전날 (진범) 이 씨를 처음 만난 날 사실은 많이 떨렸어요. 그런데 만나고 나니까 막상 제가 생각했던 그런 무서운 인상이 아니었어요. 선하게 생기고, 수줍어하시고, 저하고 눈도 잘 못 맞추더군요. 그래서 제가 먼저 손을 내밀고 “이젠 잊고 사세요. 저도 잊고 살게요.”라고 말했어요.
근데 그게 제가 진심을 다해 말한 게 아니었나 봐요. 무죄 선고 받고 농가 주택에서 즐겁게 뒤풀이하고 계실 때 분위기 깨지 않으려고 아무한테도 인사 안 드리고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이 씨가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그분을 마지막으로 보고 올 걸 그랬구나.’ 뭐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무죄를 받으니 그분이 진정으로 용서가 됩니다. 그래서 이젠 정말 용서하겠노라고, 그러니 지난 일 다 잊고 행복하게 사시라고, (자신이 진범임을) 고백해 줘서 감사하다고, 세상에 나와 진실을 얘기하기가 참 힘들었을 텐데 고맙다고…….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게 걸려요.
변호사님, 제가 그분께 연락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변호사님이 제 맘을 대신 전해 주세요. 이젠 다 잊고 행복하게 사시라고요. 이렇게 무죄를 받고 (진실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거 그분의 용기 덕분이잖아요.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있길 바란다고 전해 주세요."
저는 이 문자를 그대로 진범에게 전달했습니다. 진범이 제게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미안하고,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저희로 인해 긴 시간 고통의 날을 보내신 것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저 또한 마지막 날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그렇게 못 해 후회했습니다. 먼저 손 내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무거운 마음의 짐 내려놓으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최성자 씨는 지난 17일 최성우 변호사의 손을 잡았습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과는 시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5년이나 10년 후가 아니라 오늘 와줘서, 더 미워하며 힘들어하지 않고 용서할 수 있도록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검사에겐 오늘도 내일도 읽을 수많은 사건 기록 중 하나였겠지만 이들에겐 삶의 전부였습니다. 또 억울한 이가 생기지 않도록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종이 한 장 함부로 넘기지 않고, 한 사람의 인생이라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42011410002218
[단독] '그놈 목소리' 생생하지만… 진범도 수사검사도 용서했다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 최성자·박성우씨
www.hankookilbo.com
참 딱하고 안타까운 일은
세상에 넘친다 지나치도록
아이고
함부로 이웃사랑 말하지 말고
함부로 용서 말하지 마라
뭐든 일단 자신이
실천하려 최선을 다 하는 게
먼저
누가복음 17:3
만일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경고하고 회개하거든 용서하라. 만일 하루에 일곱 번이라도 네게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 내가 회개하노라 하거든 너는 용서하라.
레위기 19:17
너는 네 형제를 마음으로 미워하지 말며 네 이웃을 반드시 견책하라. 그러면 네가 그에 대하여 죄를 담당하지 아니하리라.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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