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께 배움

이게 4년 전이었구나, 공지영 “진보·민주 탈 쓴 악을 고발”

by 농자천하/ 2022. 8. 8.

신작 ‘해리’ 낸 공지영 “진보·민주 탈 쓴 악을 고발했어요”


한겨레 / 2018.07.30


“이 소설은 한마디로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악’이라는 것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 이유는,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주변에서 목격했던 악이 그 이전의 단순함과 굉장히 달라졌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에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재벌과 가진 자들의 횡포가 극심해진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도 진보나 민주의 탈을 쓸 수 있고 그것이 예전과 달리 돈이 된다는 것을 체득한 사기꾼들이 대거 몰려옵니다. 우리가 향후 몇십년 동안 싸워야 할 악은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쓴 엄청난 위선이 될 것이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해 보았습니다.”


중략

책을 내고 30일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공지영은 “우리가 쉽게 선이라고 믿었던 수많은 악들, 대표적으로 가톨릭과 신부, 장애인 봉사자, 기자, 그밖에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돈을 긁어 모으는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며 “막말 하는 극우적 정치인보다 그들이 우리를 훨씬 더 혼란스럽게 하고 (그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 소설을 낳게 했다”고 설명했다.


중략

이해리가 봉침을 놓는 인물이고 가톨릭 신부도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 속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송사에도 휘말렸던 이른바 ‘봉침 목사’ 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여기 나온 대부분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거의 다 실화”라면서도 “그렇지만 이 이야기들은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에게서 나온 게 아니라 지난 5년간 수집한 실화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짜깁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 속 ‘작가의 말’에서도 그는 “이 소설은 (…) 모두 허구이며, 여기에서 당신이 어떤 이를 떠올린다면 그것은 당신의 사정”이라는 말로 현실과 소설 사이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토호와 시장 등이 당을 막론하고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가운데 수많은 약자들이 죽어가는 건 어느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도시에서 보아 온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 무대인 무진은 특정한 어느 도시를 모델로 삼은 게 아니고 대한민국을 압축한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제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동안 한번도 우리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비판되지 않았던 가톨릭의 비리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며 “그런데 소설을 먼저 읽어본 주변 독자들이 별로 충격을 안 받는 걸 보니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부패해 가고 있다는 우려도 거꾸로 느낄 수 있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