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킬리만자로의 표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 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 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다)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면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형님~ 터널 나오믄 비 쏟아져유
조심하시구유 근디 그 있잖유
아 왜 형님 그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루 그거 들어봤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늦장마에
잘 하고들 있겠지 더 늦기 전
함께 농삿일하면서리 갈릴리
예수님농민신학을 여럿이
써 나갈 세월은 허락될까
아직 한 번씩 멋대로 나대는
부정맥을 우선 좀 진정시키고
이미 방전된 배터리로 벌써
20년을 넘겼으니, 그럴수록
온 맘 다해 중심을 다해 찬미
갈릴리 예수님께로 내려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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