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들과 함께 애통하는 공동체는.
우리 삶 가운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이 예기치 못하게 벌어지곤 합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일본엔 후쿠시마 원전 폭발, 미국에는 9·11 테러, 유럽에는 한동안 이어지던 테러들이 그러한 사건입니다.
(살아남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정신적인 문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상당수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게 됩니다. 우울증·불안장애·공황장애 등이 동반됩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피해자들(직접적 피해자에서부터 구조 잠수 요원까지) 상당수가 여전히 정신적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죠. 그래서 이런 사건 이후의 대책도 사건 피해 당사자들의 심리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사가 일어나면 사건의 직접 피해자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아픔을 겪습니다. 김영일·김동영 박사는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성역 없는 비판을 모토로 하며 공격적 풍자로 유명했습니다. 2012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나체로 묘사하는 풍자 만평이 나가자 이슬람권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리스트 두 명이 〈샤를리 에브도〉 본사에 총기를 난사해 편집장을 비롯한 12명을 사살했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프랑스는 인근 국가들에 비해 시민들의 행복감이 한동안 매우 줄어들었습니다(Kim and Kim, 2018). 행복감의 감소는 저소득층에 더 집중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서로를 위로할 네트워크와 자원이 더 적고, 적절한 심리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무슬림) 이민자의 경우 특히 고통이 심했습니다. 아마도 테러 이후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더 커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끔찍한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는 매우 오래 지속됩니다. 우리나라 70대 이상 노인들은 한국전쟁이라는 극한의 고통을 경험하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심리 회복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못한 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며 70년이 흘렀습니다. 이들의 삶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김영일 교수와 이정민 교수는 어린 시절 한국전쟁의 영향이 지역별로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전쟁은 초기를 제외하고는 주로 중부지방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전쟁을 더욱 참혹하게 겪은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여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더 참혹하게 겪은 이들은 우울증·공포감·불면증·외로움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Kim, 2017). 또한 어린 시절 한국전쟁을 잔혹하게 경험한 사람일수록 본능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고, 정치적으로 보수화되었습니다(Kim and Lee, 2014).
이제까지 개인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사회공동체는 어떠할까요? 참사 이후 그것을 겪은 공동체는 망가지고 불행해지기만 할까요? 다수가 힘을 합쳐 그 참사의 피해를 잘 보듬고 극복해나간 경우,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 및 유대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먼저 천재지변을 살펴보겠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강제 이주된 사람들에게 공동체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의 각종 사회활동과 사회참여(친구와의 교제 및 사교 및 스포츠클럽 참여 등)가 크게 늘었습니다(Hikichi, 2017). 이는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겠죠.
2004~2007년 인도네시아에는 여러 차례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지역엔 피해 복구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공동체 모임, 자원봉사 활동, 투표 참여, 빈곤 개선 프로그램이 증가하였습니다(Bai, 2021). 한편 2004년 인도양의 지진은 지진해일(쓰나미)을 일으켜 스리랑카·인도네시아·인도·타이 등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 쓰나미를 경험한 지역 사람들은 피해가 복구된 이후에도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했습니다. 복구 과정에서 공동체로부터 받은 적극적 개입의 결과일 것입니다.
테러를 경험한 공동체는 단결하였습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프랑스 공동체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와 공동체 구성원 간의 적극적 교류가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McCoy, 2020). 더 많은 고통을 겪은 이민자들은 더 열심히 사회적 교류를 하게 되었습니다(Kim and Kim, 2018). 참사가 일어난 뒤 아픔을 보듬으려는 공동체의 노력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미국 사회를 강타했던 2001년 9·11 테러 이후 공동체의 변화도 인상적입니다. 희생자의 가족과 그 이웃은 그렇지 않은 뉴욕·뉴저지 거주민에 비해, 투표에 더 적극적인 유권자가 되었습니다(Hersh, 2013). 희생자 가족은 3~4%포인트, 이웃은 1~2%포인트씩 투표율이 증가했습니다. 증가분은 주로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한 공화당에 귀결되었지만 말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전 국민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연구들은 공동체의 적극적 개입이 사회적 아픔을 승화하는 힘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울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애통하는 시민, 상처 입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보듬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Kim, Albert Young-Il. "Long-run Mental Health Impact of the Korean War." Seoul Journal of Economics 30.4 (2017).
Kim, Dongyoung, and Young‐il Albert Kim. "Mental health cost of terrorism: Study of the Charlie Hebdo attack in Paris." Health economics 27.1 (2018): e1-e14.
Kim, Young-Il, and Jungmin Lee. "The long-run impact of a traumatic experience on risk aversion."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108 (2014): 174-186.
Hikichi, Hiroyuki, et al. "Residential relocation and change in social capital: A natural experiment from the 2011 Great East Japan Earthquake and Tsunami." Science advances 3.7 (2017): e1700426.
Hersh, Eitan D. "Long-term effect of September 11 on the political behavior of victims’ families and neighbor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0.52 (2013): 20959-20963.
Bai, Yu, and Yanjun Li. "More suffering, more involvement? The causal effects of seismic disasters on social capital." World Development 138 (2021): 105221.
McCoy, Shawn J., Ian K. McDonough, and Punarjit Roychowdhury. "The impact of terrorism on social capital: evidence from the 2015 Charlie Hebdo Paris shooting." Oxford bulletin of economics and statistics 82.3 (2020): 526-548.
우는 이들을 조롱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짓밟고
외로운 이들을 차별하고
약자들을 증오하는 개신교
로마서 12:9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악을 혐오하고 선을 꼭 붙드십시오.
로마서 12:10 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
로마서 12:11 열성이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며 주님을 섬기십시오.
로마서 12:12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로마서 12:13 궁핍한 성도들과 함께 나누고 손님 접대에 힘쓰십시오.
로마서 12:14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
로마서 12:15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로마서 12:16 서로 뜻을 같이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스스로 슬기롭다고 여기지 마십시오.
로마서 12:17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 줄 뜻을 품으십시오.
로마서 12:18 여러분 쪽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평화로이 지내십시오.
로마서 12:19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성경에서도 “복수는 내가 할 일, 내가 보복하리라.”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로마서 12:20 오히려 “그대의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마실 것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대가 숯불을 그의 머리에 놓는 셈입니다.”
로마서 12:21 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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