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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by 농자천하/ 2021. 11. 5.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16년 12월 4일


가난이 은총이라고 누가 정신나간 소리하면


가난도 축뽁이니 대물림까지 하라는


쌓아놓고 낄낄 거리는 것들의 조롱이거나


빚에 허덕여라도 뭘 좀 가지고 사는 것처럼


자신마저 속이며 사는 게 그나마 낫다는


현대판 노예제 영구화 시도의 음모이거나


 이제 시뮬라끄르(시뮬라크르)는 자신조차 기만한다


한 촌로가 들어와 맞은 편에 털썩 앉는다


통장을 들여다 보는 그의 표정이 비통하다


원본을 잃어버린 복제들의 파편 속


흩뿌려져 길 잃음은 일상처럼 당연하다


그래도 번듯하고픈 욕망이야 어쩌랴마는


더 이상은 놈들에게 속아 줘서는 안 된다


겨우 겨우 출구를 찾아 나간다 한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비현실이 있겠지만

 
어디에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가난한 자들은
자신들의 우물에서
생수를 얻어야 살아남는다!

 
우리가 이리도
주기도문에 천착하는 이유다
하늘 뜻을 땅에서도 이루시도록

갈릴리 농사꾼 동네 목수는
적나라했던 자신의 현장에서
두 종류의 연대를 청구했다

'양식과 상호 탕감의 연대' 그리고
'유혹과 악에 대한 저항의 연대'
우리는 우리의 우물물을 마셔야 한다


'우리의 우물에서 생수를 마시련다'라는 말은
남미의 가난한 이들이
그들 자신의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고
하느님의 딸과 아들로서의 참된 주체성을
되찾기 위한 투쟁 가운데서 경험하는
그리스도와의 만남(Christ-encounter)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각기 자신의 생수를 마셔야 한다."
-Bernardus Claraevallen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