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량 목회자 직업훈련에 관한 몇 가지 제언
- 이 진 목사(마을목회신문 편집인)
그동안 교회당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교인들을 관리하고 양육하는 것으로 의기양양하게 목회 성공의 잣대로 여기던 기존의 목회 패러다임이 얼마나 안일한 것이었던가? 그것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명령을 감히 충분히 이행하고 있다는 자기 만족에 빠져있던 우리에게 지금 그것은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가?
우선, 복음에 봉사해야 하는 목회자들의 소명과 역량이 온갖 교회 내부의 어이없도록 비본질적인 요소들에 소모되는 일이 목회현장에서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고, 또 어느 정도로 그것이 심각한 일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와 검토 그리고 대안 찾기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 목회라는 것이 더 이상의 회심도 없고, 헌신을 위해 배우고 성장하려는 생각 자체도 없는 교인들의 안위나 돌보아 주는 일종의 서비스 활동이 되어 버린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뼈아프게 온 교회가 함께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각자 자신들이 소속된 교회의 목회자가 말 그대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를 바라고 전적으로 성원하는 각성한 교인들이, 교회의 주류가 되어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근원적 전환이 어떤 방법으로든 전교회적으로 일어나줘야 한다. 이런 일이 선행 내지 병행되지 않는 한 우리의 모든 교회 부흥 또는 교회 갱신 노력들은 그러한 내부적 장애 요인들에 막혀 줄곧 소진되기만 할 것이다.
이처럼 중심의 기초가 이미 썩어 무너져 있는 현실이 지난 1백 40여 년 역사의 결과이기에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그토록 열렬히 추구했던 교회의 모습, 신앙의 양태, 목회 방식 그리고 그 많은 기도들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전적인 혁신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특히 교인들의 의식 자체가 바뀌어 주지 않으면 작은 성취조차 거의 불가능한 것이 마을목회와 또 그 최전선에 있는 겸업 자비량 목회이기에 이런 근원적인 교회들의 내부 현실에 대한 보다 심각한 문제 의식 제고와 연구를 촉구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사단법인 크로스로드(이사장: 정성진 목사) 부설 <랍비직업개발원>에서 자비량 선교적 목회자들을 위한 직업훈련을 앞장서서 실시하고 있어 실로 다행스럽고도 감사한 일이다.(관련 기사 : http://www.maeulch.net/news/299354) 이에, 그와 같은 목회자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더욱 발전하여 마침내 또 한번의 한국교회 도약의 동력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내용을 제안해 본다.
첫째, 이제 시작된 목회자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한 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도 총회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 과제로 인식하고 더 늦기 전에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 '목회자의 겸직을 허한다'는 수준의 임시 방편은 당사자 목회자들을 두 번 세 번 더 좌절 시키는 일이고 나아가 배고파 본 적이 없는 총회의 터무니 없는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고 할 만큼 현실은 너무나 절박하다.
이에 총회장 직속 전문위원들과 겸업 목회자들의 연석 모임을 노회 또는 지역 별로 하루 속히 실시하여 급변하고 있는 복음 전파 현장에 대한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 바란다. (이 시급한 일에 또 무슨 '위원회'를 각 노회에서 조직하도록 하는 식의 무책임한 대처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둘째, 목회자 직업 훈련 프로그램은 목회자들의 여러 상황과 특성, 소질에 부응하도록 보다 더 다양한 분야의 직종들을 개발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미 자비량 목회자로 고군분투하며 이정표조차 제대로 없는 길을 각자 헤쳐가고 있는 겸업 목회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지속하여 청취하고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고,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귀농 또는 후계농을 위한 창업농 멘토링 사업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셋째, 목회자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단순히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대부분 이미 나이가 많고 처해 있는 형편들은 너무 긴박하다. 또한 목회자들은 대부분 일반 직업에 종사한 경험은 물론 일반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경험치가 거의 전무하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생업에서 평생 종사하고 은퇴하여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보다도, 이제 막 세상 속 생활인으로 시작하는 목회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파고는 비교할 수 없도록 훨씬 더 높고 험난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최소한 1~3개월 훈련만으로도 당장 적은 금액이나마 소중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현장에 사회 초년생처럼 투입될 수 있도록 '취업 교육'도 함께 가야 한다. 목회자 직업 훈련에 임하는 당사자들도 이런 기본 자세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무슨 취미 활동 정도가 아니라 이건 생계 노동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알다시피 학교 울타리 안에서 얻은 지식과 자격증은 현장에서 거의 활용할 수 없는 이론에 불과한 것들이다.
넷째, 그 과정도 일반 직장의 취업과 자영업 창업 과정으로 구분하여 그에 해당하는 현장 멘토링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최소한 중소벤쳐기업부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창업 교육 훈련 커리큘럼과 자료들을 참고해야 한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일반 직업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심적 육신적 부담과 고충은 물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금전적 손실이 최소화 되도록 세무 회계와 기본적인 비용 관리를 위한 기초 교육도 시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결단코 빠뜨리면 안 되는 당연한 일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겸업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노동 현장 경험들을 토대로 성서를 읽고 또 설교문을 작성하는 일이 중단되지 않도록 먼저 자비량 선교적 목회에 대한 신학적 기초가 든든히 세워지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목회자들이 자신의 목회 현장 보고서를 써낼 수 있도록 이제라도 총회훈련원 목사계속교육 프로그램에서 지원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이미 겸업 현장에서 자비량 선교적 목회자로 헌신하고 있는 목회자들은 누구든 이미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런 소통의 장이 자활적인 차원에서라도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공식 언론사로 등록하고 창업 중인 우리 [마을목회신문]이 그 역할을 감당할 수도 있고 앞으로 여건과 자원이 허락된다면 공식적인 '평생교육원'을 설치 운영할 수 있는 자격도 갖추고 있다. 적어도 우리는 발행인(오필승 목사)과 함께 최소한 그런 정도의 비전을 가지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선 모든 마을목회자들과 그리고 한편 마을목회의 최전선에 있는 자비량 겸업 목회자 본인들이 각자 자신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한국교회를 위해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는 특별한 사명을 줄곧 실천해주셔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은 주변의 다른 전업 목회자들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내지 소외감 패배감 등을 극복하고 오히려 세상 속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명이 먼저 확정되어야만 함께 해 나아갈 수 있는 일이다.
1백 40여 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을 넘긴 한국교회이지만, 사실은 <목회 현장 보고서가 없는 교회>였다는 사실에 우리는 스스로 놀라야 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마을목회 현장들을 신학화 해 내는 일에 물고를 트고 물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일련의 <마을목회 신학화 운동>에 큰 감사와 성원의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적잖은 물질은 물론 영적 육적 역량들을 대부분 자비량으로 자가발전하여 감당하고 있는 마을목회자들 역시 자비량 선교적 겸업 목회자들이기에, 무인지경의 광야에서 이처럼 길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모든 노력과 열망들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거라는 서로의 격려, 그리고 자신의 현장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나누며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일이 더욱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 일을 위해, 지난 2016년 이래 <마을목회연구소>(설립자 및 대표:오필승 목사, https://ops5004.tistory.com/)에서 7회 차까지 진행해 온 <마을목회자학교> 또한 어떻게든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는 간절한 바람과 다짐을 첨언해 둔다.
*** 함께 올린 곳 : [마을목회신문] http://www.maeulch.net/news/299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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