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회에 부치는 편지
- 박화목 -
주님의 형제님들, 자매님들
주님 안에서 평화가 이어지기를......
내 비록 외로운 곳에서
앓음 중에 있다 하나 내 걱정일랑
조금만치도 하지 마시고, 그만 하시고
오늘 우리 자녀들이 어떻게 자라는가를,
살고 있는가를 눈여겨 보아 주시길......
사도 바울을 풀려나게 행하신 주의 사자가
내게도 찾아와서, 어서어서
세상 밖으로 나와보라 했지만
여기 그냥 머물러 있는 까닭은
마음속에 둥실 떠오르는
하얀 달을 바라보기 위함이오.
내 외침은 허허 빈들에 속절없이 사라지고
찬 바람에 흰 눈발만 펄펄 날더니
얼마간 긴긴 밤이 지새고
또 눈물 젖은 나날이 지나고
그럴 적마다 조용히 찾아오시는
주님의 발자취 소리, 오오! ......
그 소리를 듣고자 함이어늘
그리운 형제님들, 자매님들
오늘 바깥 세상은 여전히 들끓었을 테고
또 으젓한 인격들이 백주에 활보했을 테지
"내게 은과 금은 없으나
주님의 이름으로 일어나라"
이런 음성이 장터 그 어디서 혹시라도
가냘프게나마 들렸으면 좋으련만......
없는 자는 아프고 가난한 자는 슬퍼도
주님 사랑 안에 우리 서로 매여 있으면
결단코 외롭달 수는 없을 것이오.
죽음이 이 육신을 찌를 텐가, 무엇이
사지를 꽁꽁 묶어놀 텐가
하고픈 대로 하시라니, 하나
주님께서 겪으신 십자가 고통을 생각하면
그런 건 내게 아무것도 아닌데
언제고 고요히 웃으시며 오시는 님
못자국 두 손을 펴서
내 여윈 육신을 쓰담어 주시네.
사랑의 형제님들, 자매님들
고통의 멍에라 탓하지 말고
믿음 위에 더욱 굳건히 서기를......
가까운듯 어느 먼 곳에서
손가락 핏줄 끊어 몇 글자를 쓴
하염없는 이 편지를 부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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