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종근 식재하다...
교회당 건너편, '주루골' 한 가운데, 면 소재지 마을에서 가장 잘 건너다 보이는 곳, 830평의 밭을 임대하였다. 밭 임대료가 보통 평당 1천 원씩이어서 83만원에 계약하였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들의 생각지 못한 항의?가 빗발쳤다. 밭은 지금 교회당 바로 아래 농가에서 혼자 사시는 90세를 훌쩍 넘기신 정정하신 할머니 밭인데 몇 년 전, 어려운 이웃에 싸게 임대를 주었다가 그대로 값이 굳어졌던 모양이었고, 그것을 20만원이나 올려(?) 계약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목산님 때문에 우덜도 다 올려 내게 되었다!" 그게 아니라고, 한참을 얘기하여 한 주일 후에는 잠잠해졌다.
모두 임대한 밭이 830평 + 3백 평 + 2백 평/비닐 하우스였는데, 이렇게 확정되기까지 겨우내 우여곡절이었다. 이미 2년 전에 공동농사를 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한 쪽에서는 여전히 '왜 목사님이 그런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느냐?'는 것이었고 주일마다 어르신 교우님들이 설왕설래들이셨다.
교회당 가장 가까이에 사시면서 평생을 밭농사 + 갯벌 조개캐기 전문가이신 할머니 권사님(82세)에게 내놓는 밭이 있으면 임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이렇게 저렇게 임대를 하고 있다고 알리자, "왜, 밭은 얻어 줘서 목사님 고생시키려고 하냐?!"고들 난리(?)셨고, 또 한 쪽에서는 이미 10여 년 동안 '앞장서서 마을을 살려내며 함께 나아가는 일이 지역에 있는 교회들의 본분'이라고 줄기차게 설득한 것을 이해하는 하지만...ㅡ,ㅡ 다들 그러셨다.
기본 계획을 이렇게 세웠다. 첫째, 무농약 농사가 가능할 것. 둘째, 가공판매가 가능할 것, 셋째, 체험관광이 가능할 것. 넷째, 되도록이면 다년생 작물로 장기간 수확이 가능할 것 등...
830평 밭에는 다소 늦더라도 되도록이면 오래 안정적인 소득과 무농약 재배가 가능한 작물.... 그래서 겨우내 인터넷을 뒤져 '고사리'로 작물을 선택하였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고사리 농장에서 종근을 신청하였는데, 평당 1Kg(4천 원)을 식재... 거금이 들어갔다. 교우님들 두 분도 무농약-상반기 소득-장기간 수확... 등을 이유로 각각 2백 평씩 식재하기로 하여 함께 주문했다. 고사리는 봄에 식재 후 첫 해에는 싹을 내고 세를 잘 형성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여름까지 제초관리가 관건이다. 퇴비는 넣지 않았다. 작년에 유기질 퇴비가 많이 들어가는 생강을 거둔 밭이고, 거름을 많이 할 경우 잡초가 엄청나게 되기 때문인데 물론 그만큼 고사리는 실하지 않게 시작할 것 같다. 미리 트랙터를 불러 로터리를 쳤는 데, 동네에서 썩 잘한다고 하지 않는 분에게 맡겨야 했다. 그래도 나는 교우님들을 통했기 때문에 필요한 때에 딱 맞출 수 있었는데, 대체로 초기 귀농한 경우 마을에서 농기계를 불러 사용하기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농사 일이라는 것이 한 철에 몰리고 오래 동안 함께 살아 온 이웃들이 먼저 기계를 맞추기 때문이다. 1시간 작업에 10만원인데, 이른 아침부터 다른 일로 작업하는 내내 붙어 있을 수 없었다. 돌아와 보니 로터리 너비만큼 작년에 생강 두둑을 만들었던 대로 로터리를 치고 돌아가 버렸다. 밭이 넓어 1시간에 맞추려고 그랬나 보다. 정말이지 농기계라는 거, 웬만하면 내가 다 사서 농사짓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지는 것. 다시 불러서 로터리칠까 하다가 명색이 목산데 까칠하게 굴 수 없고, 아직은 교회와 목사를 향한 닫힌 마음이 남아있는 지역사회이니... 로터리 치지 않은 고랑은 차라리 제초작업하거나 나중에 수확작업할 때 좋겠다...고 생각. 그대로 심기로... 교우님들이 다함께 나와서 심어야 한다고 야단들이셨다. 웬만하면 어르신들 말씀을 잘 듣는 편이지만 이건 안 됩니다,고 단언. "그래서야 어찌 진짜 농사꾼겠습니까? 교우님들이 농사지으며 겪는 모든 거, 저도 경험해야 합니다. 밭 준비하고, 기계 얻어대고, 심고 가꾸고 거두고.... 일손이 필요하면 품을 사서 할 것이고요, 물론 임대료도 제가 내서 합니다. 우리가 만든 '한마음살림협동조합'이 이제 시작이니까, 이렇게 저라도 해야 합니다!" 첫날 늦게까지 혼자 작업해 보니 약 2백여 평을 심을 수 있었다. 이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 밭고랑을 타면서 (고랑 흙이 마르지 않게) 심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트랙터 작업으로 고랑을 만들어 놓을 수 없었고, 태안 농업기술센터에서 관리기-구굴기를 임대하여다 작업을 하였다. 그런데, 기계를 싣고 오는 일부터 문제였다. 하는 수 없이 1톤 화물차를 불렀는데 한 번에 7만원.... 대여 기간이 3일간이라 다음 날, 인부 3명을 사서 다 심어 버렸다. 셋째 날은 밭 둘레 배수로 작업을 하고, 구글기를 반납할 때는 교회 승합차(로디우스 11인 승) 뒤 의자 두 줄을 떼어내고, 건축 공사장 비계 안전판을 고물상에서 1만 5천 원에 사다가 살살 실어보았더니, 딱, 맞춤!!! 안전띠로 양쪽에서 묶어 반납. ~ㅋ.ㅋV 퍼내는 흙이 가까이 떨어지게 1단으로 살살~ 이 구굴기.... 고랑에 맞게 양쪽 바퀴 간격이 겨우 30Cm로 좌우 무게 중심이 흔들려 핸들을 옆으로 돌려 사용해야 했다. 셋째 날, 반납 1시간 반 남겨두고 자동차에 싣고 있는데, 갑자기 작업반장 할머니 권사님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급히 오셔서 저쪽 밭 둑에서 마구 손을 흔들며 부르셨다. 좋은 '감자 씨'가 생겼다고. 200평 얻은 밭에 반만 감자를 심자고~ 그런데 그 밭은 로터리만 치고 비료도 못 뿌려 준비가 안 됐는데, 관리기 지금 덩정 반납하러 가야 하는데! 하지만 이럴 때는 어르신 말씀을 들어야 하는 법. 교회당 지하 주차장으로 달려가 이미 사다 놓았던 유박 비료 - 굼벵이 약을 싣고 와서 번개살포 시전하고, 관리기를 옮겨 2단 고속으로 감자 두둑을 후다다다다다다다다닥~ 만들었다. 정각 저녁6시, 관리기 반납 완료!!!! ^^;V ..........그런데, 고사리 심고,,,,,, 잡초 씨앗을 공격하는 입제 제초제 뿌리는 걸 잊어 버렸다아~! 완전 무농약이군, 하지만 여름까지 풀과의 전쟁이~~~~기다린다.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다. 과연 싹이 날지. 아무래도 인부들이 심은 데는 너무 얕게 심은 거 같아 ㅜ.ㅜ (너무 정신이 없어, 고사리 식재 작업,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다가 사진은 못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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