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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9

by 농자천하/ 2019. 10. 20.




한마음 칼럼 : “왜 농목으로 사나? 9”
 
지난 몇 년 전에 우리 교단 총회에서는 ‘마을 목회’를 주요 선교정책으로 공식 채택하였다. 사실 이 일은 홍성에서 마을 이장으로 목회하는 목사님과 ‘갈릴리 박사원’에서 함께 연구할 때, 우리와 같이 지역사회를 품고 목회하는 것을 ‘마을목회’라고 명명해 보자고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가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며 지역사회를 선교하고 나아온 일들을 ‘현장 사례’로 발표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부임 초기에 겪었던 온갖 일들을 이야기하자 어떤 목사님이 이렇게 질문했다. “온 교인이 합심해서 기도 많이 하면 다 해결되던 데요, 기도회는 얼마나 하셨나요?” 이럴 때 보통 나 같은 목사들은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아, 목회의 쓴맛을 아직 덜 보았군~’


왜 아니겠는가? 이곳에 부임하자마자 어느 수요일 밤에 찾아와 컴컴한 어둠 속에서 가래침을 뱉은 어떤 주민만이 아니었다. 부임 직후 첫 번째 성탄절을 통해 교회학교 아동부와 청소년부를 다시 시작했고 다음 해 봄, 이전 교회에 받은 퇴직금으로 여러 악기들과 앰프를 구입하여 청소년 밴드를 조직했다. 매일 방과 후 중학생들을 모아 악기를 가르쳤는데, 특별활동 교사로 위촉되어 학교 동아리를 조직했다. 나중에는 학교 축제나 태안 교육청에 불려가 연주를 했다. 연습에 열중하던 어느 날 갑자기 교회당 밖이 시끄러웠다. 창문을 열어보니 30대의 마을 청년 하나가 술에 잔뜩 취한 채 오토바이를 몰고 와서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ㅆ발! 목사 나와! 이게 다 니가 잘 먹고 잘 살려는 짓 아녀?!”


내참, 정작 그런 욕설을 들을 자들은 따로 있는데, 왜 나한테 와서 그러지? 하지만 놀란 아이들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 대꾸가 없자 한참을 떠들다 돌아갔다. 정말이지 이대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맞은 사순절 40일 동안 매일 기도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우리는 참으로 많은 기도회로 모였다. 24시간 연속 기도회, 연말 40일 특별기도회, 구역 연합기도회, 새해 21일 기도회 등등. 하지만 머지 않아 나는 기도회를 인도하면서 성경공부 자료를 일일이 집필하여 인쇄물이나 구입한 OHP로 스크린에 비추며 ‘성경공부’로 전환해야 했다.


그것은 이전의 목회 현장에서 경험치 못한 또 다른 일 때문이었다. 그 많은 기도회에 누구보다도 열열이 참석해서 소리 높여 기도하는 이들이 모두 자기 마을에서 어지간히 복음을 가로막도록 원성을 듣는 이들이 아닌가. 더구나 그들은 제대로 참석 못하는 교인들을 대놓고 정죄하고 비난하면서 그걸 왜 그냥 두냐고 또 나를 연신 나무랐다.


본래 ‘성서 말씀이 없는 기도’만큼 교인을 잘못되게 하는 일은 없는 것이었다. 이후로 나는 미련하리 만큼 ‘오직 성서로!’ 하면서, 성서 강해에 집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여기 와서 참 많은 일을 겪고 있지만, 정말 이상한 일이 있다’며 또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