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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8

by 농자천하/ 2019. 10. 12.




한마음 칼럼 : “왜 농목으로 사나? 8”


그처럼 생각지도 못한 지역 분들이 우리를 걱정해 주는 것이었지만, 이후 나는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교회 내의 일들로 인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해 내느라 그분들과 더 이상의 관계를 지속할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의 성장을 가로 막거나 목회자를 소진시켜 버리는 일은 이렇게 오히려 대부분이 교회 안에 있다는 사실은 실로 안타깝고 늘 속상한 일이다.


지난여름 나의 모교인 서울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의 교수 한 분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번 가을 한 학기 ‘목회 실습’ 과목 강의를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부득불 사양하는 답장을 보내야 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제가 교회 부흥과 성장을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했지만, 누구에게 한 가지라도 내놓을 사례가 없습니다. 모두 실패한 것들뿐입니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농촌교회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을 시도해 왔고 그리고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 교회와 지역사회를 유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었지만, 결국은 그 문턱에서 거의 모두 실패한 이야기들이다. 이제 나는 이런 실패담이나마 후배들을 위해 여한 없이 헌신했고 나름 최선을 다하며 달려온 지난 20년을 이렇게나마 매듭을 짓고 정리해 보고 있다.


당시 2001년 10월부터 2006년까지 적어놓은 ‘사회 선교비 금전출납부’를 오랜 만에 열어 본다. 이전 교회에서 받아 전액 사용한 나의 퇴직금 외에 모든 수입과 지출이 꼼꼼히 영수증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구의교회 여전도회들과 강북제일교회 보아스 남선교회 외에 꾸준히 개인적으로 선교비를 보내준 오랜 만에 보는 구의교회 교우님들의 이름과 또 낯선 분들의 이름들이 보인다. 2003년부터 지역사회 선교비를 경상 재정에 통합시킨 2007년까지 우리 교회 교우님들도 선교헌금에 동참해 주셨다.


그렇게 사용된 지역사회 선교비가 어린이 보호 차량 구입비를 포함하여 대략 2천만 원이 넘는다. 이 많은 예산으로 어떤 열매를 얻었나를 물을 수는 없다. 하느님 나라는 본래 장구한 역사 속에 있고, 또 천하보다 귀한 단 한 생명을 구원의 길로 인도했어도 되는 일이니 말이다.


나의 어머니 권사님 말씀대로 ‘아골 골짝 빈들’과 같은 이곳에,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구의교회와 강북제일교회의 선교지원이 아쉽게도 중지되었다. 전국 목회자 생활비 지원을 총회 차원에서 관리하게 되어, 우리에게 오던 선교비가 더 어려운 목회자들의 생활비로 가게 되었다. 게다가 인근 초-중학교가 통합되면서 본격적으로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들이 시작되어 더 이상 아이들이 교회로 올 필요가 없게 되었다.


갑자기, 연일 아이들로 북적거리던 교회당이 다시금 적막하고 쓸쓸해졌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주일에 모이는 교회학교와 그리고 아이들 학부모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도모하는 일뿐이었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