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병입하기
5백 평 금년 들깨농사를 마무리 짓고 있다. 가뭄 끝에 건진 것이 약 80Kg이었고
방앗간에 가져가 모두 기름을 짜서 고소한 들기름 30리터를 얻었다.
300g짜리 들기름병을 구해서 오늘 교우님들과 나누어 담았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모두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태안군 남면 면민체육대회>에 점심 잡수러 가시고~,~
농사의 달인들이신 교우님들이 색깔을 보고 또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고는 이구동성~
들기름 아주 잘 짰다고, 어느 방앗간이냐고~들 하신다.
나누어 담기 시작, 온라인으로 구입한 들기름병은 밀봉 뚜껑을 닫는 것이 문제인데
뚜껑 안쪽에 물기가 묻지 않게 조심조심, 요렇게 일단 뜨거운 물 위에 거꾸로 놓아 덥힌 다음,
손으로 탁! 탁!
두어 번 내려치면?! 끝!!! ㅋ,ㅋ
1백번이 넘게 내려치다 보니, 손이 얼얼! 그래도 재미있음.ㅎ
다 남고 보니 딱, 90병!!!!
사실 모종을 옮겨심고, 김 매고, 베고, 털어주신 어르신 교우님들도 하나도 못 담아가고,
나도 맛을 보려고 딱, 한 번 밥을 비벼 먹어봤을 뿐... 공동 식사에 조금 사용하고는 전부 옮겨 담았다.
은근히 서운해 하신 어르신들도 계신듯 했지만 ㅡ,ㅡa
사실 요즘 '생들기름' 이야기가 많던 데, 옛날처럼 들깨를 볶지 않고 짜야 진짜 들기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이게 <저온 착유>이지 진짜 완전 생들깨를 짜는 건 아니다.
아무리 바짝 말려도 최소한 들깨에 남은 습기는 날려 버려야 하니까, 그리고 비교표를 보면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우리 들기름을 짠 방앗간에서 습기를 싹 날린 다음 막 익기 시작하면서 타기 전에 바로 착유기로 넘기는
신기에 가까운 달인의 솜씨를 보였지만, 그래도 이걸 '생기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한 해 동안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농삿일을 함께 해 주신 김 집사님,
"야~ 이건 목사님하고 우리 교인들의 땀방울을 모아놓은 거네요!!!!"
후닥닥, 포토샵으로 라벨을 만들어서
(그런데 맨 아래 사진을 잘못 잘라 '도리깨질'이 아니라 '낚시'하는 거 같음~,~)
내 사진을 이렇게 공개하는 거, 병적일 만큼 싫었는 데, 하는 수 없음 =,=
(이 '농먹'이 보증하는 겁니다~ 하고 안심하시게 해야 하니까 -.-a)
붙여놓고 보니,
짜잔~!~!~!~!
이제 내일 아침 일찍, 전량을 <녹색소비자연대> 본부로 싣고 출발하면 된다...!
들깨를 심기 전에 먼저 심어 거둔 감자(2백 평)와 옥수수(3백 평)가
금년 농사에 든 온갖 비용과 밭도지(밭 임대료, 1평당 1천 원씩)로 모두 들어갔고,
결산을 내 보니, 이것이 모두 팔리면....... 딱, 우리 교우님들의 품삯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일로 우리가 더욱 한마음이 되고
협동하며 서로 돌아보고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상의하고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고
또 그것을 조금씩 함께 실천해 가는 것들을 훈련하고 얻게 된 것은 값으로 칠 수 없는 소득인 거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지역사회의 소금이 되어 가는 거고, 그만큼 우리는 교회가 되어가는 거다!
사실인 즉, 그게 진짜 이 '농먹'의 농사니까~,~
그래서 잘 참아 주시고, 엄청난 고난을 함께 견뎌주시고,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도
나를 믿어주면서 함께 희망해 주시는 우리 교우님들께 언제나 감사의 큰 절을~
방앗간에서 기름 짤 때 담아온 생수병에 남은 거, 거꾸로 세워서 이만큼 얻었다고,
안해 님이 좋아하는 걸, 한 장 찰칵!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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