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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12

by 농자천하/ 2019. 11. 9.




한마음 칼럼 : “왜 농목으로 사나? 12”


만 4년을 몰아치던 지역사회 선교 활동이 원치 않게 중단되고, 일반적인 목회 상황으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보기에는 유별났었나 보다.


지금은 마을에 아이들이 없어서 그나마 할 수 없게 되었는데(2019년 남면초등학교 신입생 1명), 우리는 그 후로도 교회학교 아동부와 청소년부를 열심히 했다. 매년 여름방학 성경학교를 교회당에서 1박 성경캠프로 모였다. 교회학교를 함께 해 주신 장로님과 집사님들이 정말 많은 수고를 담당했고, 당시 신학생이던 조카와 특히 숭실학교 선생님들이 와서 여러 번 도와주셨다.


어려운 교회지만 교회학교 교육비 예산을 아끼지 않고 성원해 주셨기에 가능했다. 서산 기독교백화점은 태안 서산의 거의 모든 교회가 교회교육 자료들을 구매하는 곳인데, 우리가 시청각 교재나 컴퓨터 영상 CD 등을 구매하여 활용하는 것을 보고 놀라곤 했다.


여름 휴가철이면 우리 교회당을 빌려서 수련회를 하는 도시 교회들과 인근 해수욕장의 쓰레기 줍기, 농촌일손돕기, 독거노인 농가 청소 및 도배 등 ‘농촌봉사활동’은 여름마다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 일도 몇 년 전부터는 양상이 많이 달라져서 요즘은 그나마 힘든 일을 하는 농활을 해 보겠다는 교회들이 거의 없다. 그리고 마을회관이나 경로당과 교회당을 숙소로 사용하는 것도 이제는 열악하다고 마다하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주일예배나 수요기도회 구역예배 그리고 새벽기도회 이외의 시간과 평일에 지역사회 선교를 위해 더 이상의 무슨 일도 할 수 없게 된 형편은 하루를 그냥 편히 보낼 수 없도록 마음을 괴롭게 했다. 그럴 즈음, 교회당에 와서 놀던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엄마 친구들이 모여서 화투 치다가 또 교회 욕을 막 했어요!” “어, 그럴 수 있는 거야. 괜찮아.” “그런데요, 어떤 아줌마가요, ‘저 장로교회 목사를 봐서라도 이제 교회 욕 그만 하자’ 그랬어요.” 꾸밈없는 한 아이가 들려준 이 놀라운 말은 그렇게 지역사회 봉사와 선교에 진력한 지 4년이 지나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나마 이제는 지역사회로부터 욕설과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게 된 것이니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다.


마침 장로님이 해수욕장에서 사용하던 옥외 입간판이 있다고 화물차까지 주셔서 얼른 실어왔다. 깨끗이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그동안 예배당 현관에 붙여놓았던 표어 “지역사회에 복이 되는 교회”를 잘 보이게 썬팅지에 오려 붙여서 대로변 교회 입구에 높이 세웠다. “지역사회에 복이 되려는 교회!” 이 문구가 재미있었던지 지나는 분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읽고 있는 것을 몇 번 보았다. 지금은 교회당을 이전하면서 필요 없게 되어 우리와 이웃한 ‘소방대 옥외간판’으로 바꾸어 드렸다.


그랬다. 당시에는 오직 ‘지역사회에 욕을 먹지 않고 복이 되는 교회’가 간절한 목표였고, 우리는 날마다 불같은 기도와 함께 선한 씨름을 계속해야만 했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