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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牧의 농촌살이/2019년

일몰목회 단상

by 농자천하/ 2019. 5. 1.

우리 마을 해변, 그 많던 맛조개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게 말렸건만 도시 사람들, 맛조개 잡는다고 천일염이 아닌 맛소금을 갯벌에 마구 뿌려 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왕초보들이나 쓰는 방법. 맛조개를 잡는 진짜 달인이셨던, 금년 여든일곱의 우리 권산님은 그냥 우산살 같은 가느다란 쇠꼬챙이로 척척 잡아 올리셨었다.


한 푼이라도 벌어 쓰시고 또 십일조 떼어 바치는 재미가 여간 아니라고, 아픈 다리 질질 끌며 연일 개(갯벌)에 나가 한 바께쓰씩 잡아 읍내 저자에 내다 파시곤 했다.


이제는 맛조개도 다 사라지고 개에까지 나가는 것도 벅차 은퇴하신지 오래다. "그래두 지가 얼마씩 불어서 십일조 떼는 재미로 교횔 다녔는디, 인자는 한 푼도 못받치유~"


아무리 괜찮은 거라고 말씀 드려도 교회 댕기는 재미 하나 잃었다며, 면에서 하는 노인 공익일자리도 나이 많아, 70 먹은 젊은이(?)들 한테 밀려났다고 속상해 하신다.


아내가 웬 쑥을 잔뜩 쌓아놓고 혼자 씨름 중이다. 웬거냐니까 권산님이 온종일 뜯어다 파시려다가, 읍내에 나가지 못해 벌써 반은 누렇게 떴다고 사드렸단다.


쑥이 자잘할 때는 키로에 3천 원이었는데 요즘은 흔해서 키로에 1천 원. 종일 엎드려 뜯은 게 16키로. 아이고, @,@ 이 할무이 권산님이가! 또 따님들 알면 야단일텐데ㅡ,ㅡ


"그동안 먹여 살리셨으니, 인자는 지가 용돈 드리는 교회 맹그러 볼라구유~" "아이고~ 거, 말씀만으로도 희한네~? 사몬님이나 고생 그만 시키시우! 맨날 그게 죄스럽슈!"


아오, 목사가 대체 뭔지. 일몰목회!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백 명의 교인들 도시로 내보내고 급격히 사그라지는, 일몰을 맞은 농촌교회, 끝까지 지키며 잘 마무리하는 일몰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