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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람과 경외/나의 골방

아버지의 至難한 생애와 유품들

by 농민만세 2020. 3. 12.

아버지의 至難한 생애와 유품들


통학버스 정기검사, 코로나19로



자동차 공업사도 텅텅 비었다



가장으로 한 생애 살아야 하는 이들로



잠시 술렁이던 사무실은



곧바로 정적에 잠겼다



우리는 다들 방치된 부품들이다



누구도 제 인생을 사는 이는 없다



작은 면소재지는 텅 비어가는데



어쩌려는 건지 우리는 여기에 있다



이제 희망은 두려움이다



그래도 무심한 벗꽃은 피겠고



상관없는 피서객들은 또 몰려오겠지

 


면소재지 학교보다 아이들이 더 많은 학교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와 앉다

 


아직도 나는 누군가가 우리의



그리스도님이기를 요청하고



여전히 제대로 홀로 걷지를 못해



다만 흔들리면서 구원을 갈망하는



그냥 안쓰러운 한 무명의 구도자



나는 어서 나를 더 용서해야만 한다



불현듯,



내 아버지의 유품들



마지막 몇 년 동안 필사성경을 쓰면서



필사적으로 자신을 '맡겨 드려 보려고' 했던



하지만 그런 운은 처음부터 없었던



아버지의 그토록 至難했던



탐구의 그 끝 자락에서 아버지는



이걸 손수 조각해서 남겨 놓으셨다

 


절대의 파산만이 곧 구원이었던

 


그,사,람,은 아버지한테도 필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