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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어민신문
누가 농민일까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A씨가 있다. 그는 무허가 축사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30여 년 전부터 양계업을 했다. 그러다 정부의 무허가 축사 적법화 추진 정책으로 3년 전 양계업을 그만뒀다. 당시 몇 달이 멀다하고 정책 방향이 바뀌는 통에 A씨는 양계업을 계속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래서 양계업을 마무리 짓기 직전까지 양계업 이후에 대한 구상을 하지 못했고, 양계장을 폐업한 뒤 바로 할 수 있는 건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일밖에 없었다. 임대한 땅에 그는 고추와 콩, 감자 등 익숙한 작목을 선택해 농사를 지었다. 양계장 토지는 시설을 철거하고 밭으로 바꾸는 데까지만 1년 넘게 걸렸다. 그러다 올 초 농사일과 병행하며 발품을 팔아 자신의 농지를 갖게 됐다.
B씨가 있다. 그는 1년 전 농민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올 초 A씨에게 1000㎡(300여평) 가량의 농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지를 팔았다. 그리고 노모를 모시고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남겨둔 농지 1000㎡도 A씨에게 맡겼다. B씨는 A씨로부터 약간의 지대와 수확한 농산물을 조금 받기로 했다.
여기서 질문 하나, A씨와 B씨 중 올해 공익형직불금과 농어민수당을 받는 건 누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B씨다. B씨가 만약 3.3㎡당 10만원짜리 농지 1000㎡를 팔았다면 많아야 3000만원을 받았을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비, 세금 등을 제외하면 받는 금액은 더 떨어진다. 저금리 시대 그 금액을 통장에 넣어봤자 몇 푼 손에 쥐지 못한다.
하지만 B씨는 1000㎡의 땅을 남겨둬 공익형직불금 1년 수령금액 120만원과 농어민수당 80만원 등 200만원 이상을 매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A씨로부터 받는 지대와 농산물을 비롯해 농민에 대한 여러 혜택도 주어졌다. B씨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노모를 농업인으로 유지한 채 이 선택을 한 것이다.
A씨는 40년 넘는 농사 경력이 있지만 축사 철거 이후 농업경영체 자격을 상실하고 농지 구매까지 몇 년이 걸리면서 이번에 어떤 수당도 받지 못한다. 그는 수당을 못 받는 현재의 아쉬움도 있지만 3년 전 무허가 축사 진행 과정에서의 아쉬움도 크다고 전한다. 오락가락했던 무허가 축사 적법화 진행 과정은 물론 그 이후 어떤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무허가 축사를 폐업하라고 해 정부 정책을 따랐으면 지원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어떤 작목을 심는 게 나은지, 땅은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 정도는 정보를 주거나 교육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겐 이번 정부 정책 소외를 겪으며 3년 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오버랩 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질문 둘, A씨와 B씨 중 누가 농민일까. 농정당국에선 B씨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농정당국과 현장의 괴리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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