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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귀농상담소]

[귀농은 창업이다] 이런 식의 창업 도전, 너무 많다,, 실효성 무시한 창의성의 함정

by 농민만세 2020. 7. 22.



http://www.ziksir.com/ziksir/view/2266?fbclid=IwAR0mQTSeDBmSWpiwdLBKxgEAbJQVEJ5BTU2-tZ9k62UmAGq0Hv69Az0ANCs

/ 직썰

기적의 놀이기구가 흉물로 변했다


직장생활에서 만나는 얄미운 사람들 중 하나는, 모든 일을 ‘창의적인’ 말로 때우는 사람입니다. 회의시간에 온갖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 내서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지만, 회의가 끝나고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온갖 뒤치다꺼리를 남기고 떠나버리는 사람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늘 그럴 듯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막상 실무자 입장에서 검토해보면 현실성도 없고 겉보기만 번듯합니다. 듣는 사람을 현혹시키기만 할 뿐, 막상 조금만 파고들어 보면 생각을 하고 말하긴 한 건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창의력. 겉보기에는 멋들어져 보이는 단어입니다. 고리타분하게 책상에 앉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던한 카페에 앉아서 번뜩하니 나오는 것으로 생각되죠. 하지만 정말 의미 있는 아이디어는 그 뒤에서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노력과 치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은 창의력은 첫인상에서 번듯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실행 과정에서 중단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력하지 않은 창의력의 실패. 여기, 겉보기에는 그럴 듯 했지만 노력이 없어서 실패했던 한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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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우물을 파는 사업을 하던 로니(Ronnie Stuiver)는 이 아이들의 모습에서 기막힌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바로 뛰어 노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지하수를 끌어 올리자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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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는 이 아이디어를 곧장 1989년의 농업 박람회에 가져갔습니다. 광고회사의 임원인 트레버(Trevor Field)는 여기서 이 펌프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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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와 트레버 두 사람은 Roundabout Outdoors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레이펌프(playpump)라는 이름으로 상호명도 등록하고 특허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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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미디어에 노출되기 시작한 플레이펌프는 수많은 투자자들과 비영리기관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과 물탱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의 영상은 플레이펌프를 홍보하기에 적격이었죠. 목마름에 고통 받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웃음과 물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니!

수많은 자선단체들이 이 아이디어를 극찬했습니다. 2000년, 세계은행(World Bank)은 플레이펌프를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뒤이어 미국의 대표적 비영리기관인 케이스 파운데이션(Case Foundation)이 플레이펌프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들은 비영리기관인 playpumps International을 설립하고, 전세계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레이펌프의 인기는 2006년 미국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와 전 대통령인 빌 클린턴의 지지로 인해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빌 클린턴 재단은 더 많은 플레이펌프가 설치되기를 바란다며 164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금액입니다.

그 결과 2008년 즈음에는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만 1,000여 기의 플레이펌프가 설치 되었습니다. 모잠비크, 스와질랜드 등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었죠. 플레이펌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 라는 모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플레이펌프를 타지 않았다

여기까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누가 들어도 나무랄 데가 없는 미담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공익적인 대의명분을 뽐내면서 플레이펌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열광하는 이 아이디어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이것에 관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09년 영국의 주간지 가디언(Guardian)은 플레이펌프에 관해 회의적인 기사를 실었습니다. 플레이펌프를 설치한 마을에 찾아가 봤더니 뛰어 노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던 겁니다. 플레이펌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펌프는 녹이 슬어있었습니다. 기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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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즐겁게 놀기만 해도 지하수가 올라온다던 플레이펌프가, 아이들의 강제 노역장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프리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정확한 계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하루 권장 물 소비량인 인당 15리터의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플레이펌프가 몇 바퀴나 회전해야 하는지, 마을에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펌프를 돌려야 권장 소비량만큼의 물이 끌어올려지는지에 관한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가디언 지의 조사에 따르면, 마을 주민 2,500명에게 15리터씩의 물을 공급하려면 플레이펌프는 27시간 동안 쉬지 않고 회전해야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플레이펌프가 재미 없는 놀이기구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소위 ‘뺑뺑이’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 때는, 기구를 돌리며 달리다가 위에 올라 타는 식으로 이용합니다. 그런데 플레이펌프는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가 연결되어 있어 돌아가는 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놀이기구라기보다, 그냥 사람이 돌리는 펌프에 가깝게 되어 버린 것이죠. 결국 아이들은 플레이펌프를 떠나고, 물이 필요한 어른들이 억지로 펌프를 돌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은 펌프에 놀이터를 빼앗겨 버렸습니다.

더불어 플레이펌프의 가격과 유지비가 기존 수동펌프의 그것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UNICEF가 2007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잠비아에 설치된 플레이펌프 중에서 약 25%는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지만, 이를 수리할 수 있는 비용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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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아프리카에 설치된 2천여 개의 플레이펌프는 대부분 작동이 중지되거나 철거되었습니다. 사실 이 실패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예견을 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처음 플레이펌프를 생각해 낸 로니부터 거액의 투자를 결정한 빌 클린턴과 로라 부시까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구 한 명도 펌프의 실효성을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입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