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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64

by 농자천하/ 2020. 12. 12.

 

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처음 귀농하여 농사를 시작하려면 그 마을 주민들이 가장 많이 키우는 농작물을 우선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만큼 농사라는 것은 농작물마다 파종-생육-결실-수확의 시기와 방법, 병충해 대책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의 농작물에 대한 그와 같은 농사 기술을 제대로 익히려면 최소한 3년은 걸리는 일이다. 기후나 병충해 발생을 예측할 수 없어서 수십 년씩 같은 작물을 농사지은 분들도 자칫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 바로 살아있는 식물을 키워내는 농사일이다.


그래서 최대한 예측과 제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려고 시설 농사를 하게 되고 요즘은 아예 스마트 농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적잖은 예산이 들어가는 그런 일은 일반 농민들에게는 어불성설. 그래서 각 곳의 농협에서는 이런 농민들에게 농기계나 농시설물 설치 지원비 명목으로 저리의 금융대출을 해 준다. 하지만 장기간 상환하고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결국 그것은 농민들의 삶을 채무로 발목 잡는 일일 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농민들은 여간해서는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지 않는다. 농작물을 키워내는 일은 그런 위험들을 감수하면서 시도해야 하는 일이니, 만에 하나라도 한 번의 농사를 망치면 한 해의 살림이 휘청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농민들이 그나마 지리적 기후적 특성에 따라 그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고추’나 ‘마늘’은 일전에 이야기한 대로 너무나 복잡하고 노동이 비효율적이어서, 농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농작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다음 몇 가지의 조건부를 만들어 농작물을 선택하여 시험 재배를 해보기로 하였다.


최소한의 투자비용과 최대한 효율적인 노동으로 생산 가능한 농작물이어야 하고, 고추 마늘과 달리 연중 소비되어 현금화함으로써 적은 금액이라도 예측 가능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 다른 농작물과 되도록 작업 시기가 겹치지 않을 것, 매년 다시 심지 않는 다년생 작물로 우리 지역에서 월동이 되어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것, 수확 시 구근 농작물처럼 무게가 무겁지 않을 것, 필요 이상의 시설 투자가 없어도 되는 것.


그리고 농약이 필요 없어 환경과 비용 그리고 노동력 절감이 되는 것, 작물이 세를 형성하여 제초 작업이 쉬운 것, 생산 후 1, 2차 가공과 보관을 할 수 있어 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 소량 포장 유통이 가능한 것, 연중 식탁에 오르는 것, 되도록 일 년 중 농가의 현금이 말라붙는 상반기에 수확하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 그리고 물론 우리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서 생산이 가능한 것 등이었다.

이렇게 하여 찾아낸 작물은 오히려 양지에서 잘 자라는 ‘고사리’였다. 지리산 자락에서 대량으로 고사리를 농사짓는 분에게 연락하여 관련 농사 자료를 받았고 우선 830평의 밭에 심을 ‘고사리 종근’을 신청하였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