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며칠 뒤, 신청한 고사리 종근을 실은 화물 트럭이 도착하여 밭둑에 내려놓았다. 830평 전체에 심으려면 평당 1Kg씩 420만 원어치이나 되었다. 고사리를 심을 밭은 벌써 여러 해 동안 생강을 농사지은 곳이었다. 생강을 수확하고 남은 부산물이 그대로 여기저기 쌓여있었고 적잖은 농약 사용으로 그 너른 밭에 지렁이는 물론 곤충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생강 농사에 유기질 비료가 적잖이 들어가기에 퇴비를 넣지 않고 트랙터를 불렀다.
농사지을 때 가장 먼저 벽에 부딪히는 일이 트랙터를 부르는 일이다. 마을에서 트랙터 기술이 좋은 분은 예약할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불렀다. 작업을 설명해주고 미리 로터리 작업 비용을 주고는 다른 일로 바빠 곁에 있지 못했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생강을 심었던 두둑만 로터리로 한 번씩 지나가고 만 것이 아닌가. 전화를 여러 번 걸어 봤지만 받지 않았다. 그는 내가 목사인 걸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냥 포기하고 며칠 뒤 다른 분을 불렀다.
두어 번 반복해서 로터리를 치고 마늘 농사처럼 두둑과 고랑을 성형하게 했다. 한 해만 지나면 밭 전체로 퍼지겠지만 다가올 장마철의 물 빠짐을 고려하고 또 초기 관리를 쉽게 하려는 것이었다. 심은 다음 볏짚 등으로 덮어주면 좋은더 이미 철이 지난 이른 봄에 그 많은 볏짚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곳이 해안성 기후라 겨울이 비교적 온화하여 냉해는 입지 않을 것이니, 풀 관리만 몇 번 해 주면 곧 세를 형성하게 되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트랙터로는 고사리 종근을 심을 만큼 좁게 고랑을 낼 수 없었다.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기계를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 찾아가서 관리기를 2일 동안 사용하기로 하고 대여했다. 하지만 읍내에서 관리기를 싣고 와서 쓰고 다시 반환하자면 1톤 화물차 비용이 두 번 왕복에 14만 원이었다. 고심 끝에 교회 승합차인 ‘로디우스’ 뒤쪽 의자를 떼어내고 실어보았더니 관리기 한 대 크기에 딱 맞았다.
이른 새벽부터 온종일 혼자 관리기로 고랑을 타고 종근을 늘어놓고 그리고 흙을 덮어나갔다. 밭이 적잖이 넓어 밭둑에 쏟아놓은 무거운 종근 자루를 짊어지고 나르는 일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로터리 치고 성형해 놓은 밭 두둑을 가로질러 옮겨야 하기에 손수레는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하루 동안 혼자서 2백 평 정도 심을 수 있었다. 문제는 늘 다른 일에 휘말리는 데서 오는 법이다. 그냥 농사에만 전념했어야 했다. 하지만 2014년에 이미 시작한 박사원 공부와 쌓여가는 과제들, 태안군 농업인대학 수업과 모임들, 당시 설립 추진 중이었던 협동조합 창업, 그리고 목회자로서의 ‘본업’ 등으로 정말이지 하루도 수면 부족이 아닌 날이 없었다.
내가 빠질 수 없는 일정이 밀려있어서 읍내에 나가 인부들을 구해 왔다. 그중 한 분은 태안에서 평생을 사신 70세이 넘은 분이었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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