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하지만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일보다 그것을 제대로 운영해 가는 것이 진짜 일이라는 것을 무겁게 생각하지 못하였다. 무슨 창업이든 그렇다고 한다. ‘소상공인마당’이라는 소상공인 지원센터의 동영상 교육 자료들을 보면, 소규모 자영업을 창업하는 초보 창업자들이 대부분 그런 함정에 빠진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창업이라고는 한 번도 고려해 본 적도 없는 문외한 목사가 더구나 1인 창업도 아닌 협동조합을 창업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얼마나 용감한 일이었는지 온갖 경험들이 쌓일수록 절감하게 되었다. 당시 나의 주변에서는 도대체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농협이나 수협 또는 신용협동조합만 알고 있는 처지였다. 심지어 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하려고 우리 지역의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가서 상담하였으나 금시초문이라는 반응들이었다.
법무사 비용도 절감할 겸 직접 도전하기로 하였다. 2012년 12월에 제정 공표된 관련 법령을 내려받아 인쇄하여 읽고 또 읽었다. 당시 서울시에서 선도적으로 협동조합 창업을 독려하고 있었기에 서울시 협동조합 지원센터의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들을 찾았고, 수시로 전화로 문의하였다. 그랬더니 충남 지역에도 지원센터가 있다고 하여 찾아보았다. 아산 순천향대학교 안에 ‘충남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있어서 일단 차를 몰아 찾아갔다. 상담하다 보니 내가 얼마나 무모하고 또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상황인지 알게 되었다. 우선 협동조합을 창업하려는 목적을 보다 구체화 시켜야 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단순히 어떤 수익을 내는 창업보다는 농촌교회 목사로서 ‘협동조합 운동’ 자체에 고무된 목회적이고 신학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엄연히 수익을 내는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하나의 기업을 창업하는 일인데도, ‘기독교적 협동조합 운동’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는 말이다.
협동조합을 공부할수록 그것은 그야말로 기독교 고유의 가치를 실현해 낼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수단이며 동시에 비민주성이라는 교회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교회가 더 늦기 전에 반드시 고려하고 실천해야만 하는 사회적 경제 관련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겠지만, 공익적 수익을 목적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는 선교적 수단으로 더없이 훌륭한 도구였다.
그리고 기왕이면 더욱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이야말로 교회가 지역사회 선교적 차원에서 창업하기 적절한 법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당시는 요즘만큼 활성화되지 않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설립하기 쉬운 협동조합 법인을 목표하고 교회에 근 3년 가까이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발기인 모임을 소집하고 설립 총회를 거쳐, 2005년 여름 드디어 법인 설립 인가를 받아 등록을 마쳤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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