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스라엘 경찰에 연행되는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시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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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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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예루살렘은 국제법적으로 이스라엘 영토가 아닙니다. 이스라엘 건국시에는 유엔 관할이었고, 이후에는 요르단 영토가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유엔의 공식적인 변화는 없습니다만 이스라엘이 '6일 전쟁' 이후 실효지배를 하면서 꾸준히 자국 영토에 편입시키기 위한 내부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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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중 하나가 이른바 이스라엘 판 '조상 땅 찾기 운동'입니다. 유대인은 크게 유럽 등 기독교 문명권에서 이주한 '아쉬케나짐'과 중동 등 이슬람 문명권에서 이주해온 '셰파르딤'으로 나뉩니다. 심지어 상당수의 셰파르딤은 이주한 게 아니라 아쉬케나짐이 오기 전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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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를 근거로 셰파르딤의 후예들은 동예루살렘이 자기 조상들이 살던 땅이었는데 부당하게 빼앗긴 것이라며 이스라엘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개인이 진행하지 않고 Ateret Cohanim이라는 초정통파 유대교 단체에서 대행해 진행합니다. 이 단체의 목적은 동예루살렘에서 무슬림들을 몰아내고 예루살렘 전체를 유대인이 회복하겠다는 것으로서 국제법적으로 아랍인들의 땅인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주도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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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무튼 셰파르딤들이 동예루살렘을 '우리 조상 땅'이라며 오스만 제국 시절의 근거를 찾아 법원에 들고가면 이스라엘 법원은 유대인 승소 판결을 내려주었습니다. 이에 팔레스타인인들도 오스만 제국 시절의 근거를 법원에 제출해 맞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이는 상당 부분 기각이 되곤 했습니다. 이렇게 소송을 통해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의 집과 땅은 차츰차츰 유대인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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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런데 다른 문제가 불거지면서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습니다. 2019년 이스라엘 정부가 'Holy Basin' 프로젝트라는 것을 들고나온 겁니다. Holy Basin은 우리말로 '성역(聖域)'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동예루살렘의 올드시티와 그 근방을 가리킵니다. 보수 시온주의자들은 예루살렘 성벽 내의 올드시티 구역만을 진정한 예루살렘으로 인정하죠. (4대문 안쪽만 찐서울?) 그 안에 예루살렘 성전 터와 다윗성, 시온산 등 유대교 전통의 핵심적인 상징들이 대부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시온주의의 정신적 고향인 셈이죠. 동시에 이 지역은 이슬람과 기독교에서도 매우 중요한 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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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인 올드시티와 그 주변을 공원형 성지순례지역으로 재개발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것이 '성역(Holy Basin) 프로젝트'입니다. 핵심내용은 올드시티와 그 주변 지역을 관통하는 공중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지하 터널을 뚫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드는 성지순례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성전산과 다윗성처럼 유대인들에게 중요한 구역은 물론이고 감람산, 겟세마네 동산, 실로암샘 등 기독교 성지순례객들이 중시하는 지역을 포함합니다. 성지순례객들은 유리로 된 케이블카를 타고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서 공중에서 성지를 관광(?)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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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 계획이 발표되자 유대인들 내부에서도 "예루살렘을 디즈니랜드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반발이 일었습니다. 물론 더 큰 반발은 무슬림들로부터 왔죠. 그들은 "아랍인과 유대인이 공존하던 예루살렘을 결국 유대인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꼼수"라며 이스라엘 정부를 성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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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재개발 사업이란 게 다 그렇듯이 기존 원주민들은 토지가 수용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만 합니다. '성역 프로젝트'에는 일부 유대인 정착민들의 집과 땅도 수용대상이 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이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많이 살던 지역을 공원으로 만들면서 거주자를 쫓아내면 결국 예루살렘은 아랍인 지역이라는 색깔이 지워지고 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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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 사업을 주도하는 네타냐후 총리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화하는 데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이미 미국 트럼프 정부로부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공인을 받았으며 다른 나라들과도 접촉해 텔아비브에 있던 각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결국 '성역 프로젝트'는 '찐예루살렘'인 올드시티와 그 주변지역을 이스라엘 수도의 위상에 걸맞게 바꾸는 사업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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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동예루살렘에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은 극우 시온주의자들의 '조상 땅 찾기 운동'으로 서서히 밀려나고 있던 상황에서 '성역 프로젝트'로 대규모 강제이주를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울분이 턱까지 차오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최근 올드시티 인근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조상 땅 찾기' 소송으로 팔레스타인 가구에 대한 강제퇴거 결정이 내려지자 결국 팔레스타인인들이 폭발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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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원래 라마단 기간에는 늘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가 일어나곤 합니다. 그런데 라마단 막바지에 이런 결정이 내려지면서 안 그래도 울분에 차있던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가 격렬해졌습니다. 만일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면 최소한 해당 결정이 라마단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조심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네타냐후 정부는 그동안 힘으로 밀어붙여 이뤄온 성과에 대해 자신만만해 하고 있었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고 여긴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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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시위는 점점 격해졌고 이에 이스라엘 경찰도 강경진압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분노는 동예루살렘을 넘어 가자지구와 전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옮겨붙는 중입니다. 하마스는 "예루살렘이 우리를 불렀고 우리는 그에 응했을 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동예루살렘인들의 절규에 하마스가 팔짱을 끼고 있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로켓포 공격이 가해졌고 이스라엘은 이에 공중폭격으로 응수합니다. 하마스와 저항세력도 물러설 수 없게 되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는데 하마스나 이슬라믹지하드같은 '팔레스타인해방운동단체'들이 물러설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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