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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치유농업 원년에 바라는 것?

by 농민만세 2021. 7. 5.

https://m.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8669#polic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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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nongmin.com/opinion/OPP/SWE/PRO/340969/view

/농민신문

[전문가의 눈] 치유농업 원년에 바라는 것


현대사회에서 질병을 명명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히포크라테스와 같은 권위자나 의료 전문가 그룹이 아닌 각국의 통계청이다. 통계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분류표를 참고해 무엇을 질병으로 다룰지 결정한다. 물론 의료인을 완전히 배제하고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질병을 명명하는 일이 의료 전문가들만의 영역은 아닌 셈이다. 이는 한 사회를 반영하는 질병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고서 기록에 따르면 질병수는 유럽에서 질병 분류가 처음 시작된 1853년 전까지 2000년 동안 140여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발간된 ‘국제질병분류표(제10판)’는 1만5000여개의 코드로 구성돼 있다. 질병수가 많아진 건 갑자기 질병 종류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질병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져서다. ‘건강하다’는 것이 단순히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사회적 웰빙(Well-being) 상태를 뜻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치유농업법(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의 원년이다. 치유농업은 농촌자원을 활용해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농업활동을 뜻한다. 사실 치유농업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고대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만성병이 있었고 이를 다루기 위한 식이요법·자연치유법과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때부터 이어져온 전통 치료법이 오늘날 과학적 식이치료·신체활동 등으로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자원을 활용해왔다. 독일의 ‘온천 치료’, 프랑스의 ‘해수 치료’, 스페인의 ‘케렌시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들어선 자연과 함께하는 휴양과 식이요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근대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치료법이 풍부해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수술·약물 등 고전적 치유 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의학계는 치유농업 같은 대체의학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비만·고혈압·당뇨·우울증 등의 질병을 유발하는 만큼 생활습관 개선에 과학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변하면 질병의 기준도 바뀐다. 질병이 사회를 반영하며 변하듯 그에 따른 치료법도 바뀔 필요가 있다. 치유농업이 환자의 아픈 부분을 치료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하나의 치료법으로 자리 잡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치유농업을 통해 인류가 행한 전통적 의료행위의 역할과 그 성과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 조백환 (대한라이프스타일의학회장·전북 진안군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