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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을 중의 을, 농촌 인력난

by 농민만세 2021. 6. 28.

https://m.nongmin.com/opinion/OPP/SNE/CJE/340572/view

/농민신문

[취재수첩] 을 중의 을, 농촌 인력난


여기저기서 죽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최악의 인력난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인건비 탓에 마늘·양파 재배농민들은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할 사람이 없는 데다 수확을 앞두고 잦은 비가 이어지자 인력업체들은 농가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일당 경쟁을 붙이며 ‘갑질’을 시작했다.

12만원 하던 일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 20만원까지 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다 지어놓은 농사를 포기할 수도 없고, 누가 돈을 조금 더 준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기 일쑤인 인부들의 횡포에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웃돈에 웃돈을 얹어줬다.

결국 어떤 농가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어떤 농가는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수확을 접는 일이 속출했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촌의 현실 앞에서 농민들은 인건비로 다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어떻게 영농활동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한 농민들도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근로자들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게을리하거나 다른 농장으로 옮길 수 있게 사인을 해달라고 조르며 태업을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나가버리면 계획했던 농사에 큰 차질이 생기니 고용주는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력난이 심화돼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실제 외국인 근로자들의 무단이탈 사례가 늘었다. 도망가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혼자 이탈하는 게 아니라 한 마을에서 2∼3명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고용 농민들은 남아 있는 근로자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상전으로 모시고 농사짓는다’는 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