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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코리아
한국에 '주4일 근무제' 정착할 수 있을까?
아이슬란드, 스페인, 뉴질랜드 등을 중심으로 주4일 근무제(주4일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4일제를 통해 생산성을 늘리고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주4일제를 이어온 한국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아이슬란드 ‘압도적인 성공'...일본, 스페인, 뉴질랜드도 동참
아이슬란드 정부는 5일 지난 4년간 진행된 주4일제 실험이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수도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중앙정부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500여 명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근무 시간을 주당 40시간에서 35~36시간으로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다수 사업장에서 생산성이 늘거나 유지됐다.
이어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나아졌고, 번아웃도 방지됐다.
실험을 주도한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아이슬란드의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연합(Alda)’ 연구진은 노동자들의 건강은 물론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주 4일 근무했더니 생산성 대폭 향상
오토노미 연구진을 이끈 윌 스트롱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에서 공공 부문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가 참여한 근로시간 단축 실험에서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음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 분야야말로 근로시간 단축에 선구적인 영역으로 충분하다는 점이 증명됐다. 다른 나라 정부도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Alda 연구자인 구드문두르 D 하랄손은 “아이슬란드의 주 근로시간 단축 여정은 요즘 시대에도 더 적게 일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뿐만이 아니다.
스페인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부분적 주4일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진보정당인 마스파이스의 제안을 정부가 수용했으며, 이르면 올해 가을부터 시작한다.
뉴질랜드의 유니레버 역시 종업원들이 똑같은 임금을 받으면서 근무시간을 20% 줄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정부 차원에서 주4일제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주4일제 근무가 일본 사회 유지를 위한 개인 역량 강화,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결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한국에서도 주4일제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지난해부터 전 부서에서 주4일제를 시행 중이다.
에듀윌은 주4일제 시행 이후 직원들의 역량과 업무 생산성이 올랐다고 밝혔다.
게임 회사 카카오게임즈도 지난 4월부터 기존 한 달에 한 번이던 주 4일 근무제를 격주로 확대했다.
지난해 거래액 10조 원을 넘긴 전자상거래 솔루션 기업 카페24도 지난 5월부터 격주로 금요일마다 쉬는 `오프 데이(Off Day)` 제도를 시행 중이다.
취업포털 커리어는 지난해 7월 직장인 670명을 대상으로 주당 근무 일수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주4일제를 원한다고 답했다.
주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들도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숙박 플랫폼 회사 ‘여기어때’는 직원들이 주말을 쉰 후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복지 차원이 아닌 임금 절감 효과를 꾀하기 위해 주4일제를 택하는 기업들도 있다.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큰 신라호텔, 롯데면세점 등은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주4일 혹은 주3일 유연근무를 적용했다.
중략
현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인 오세훈 당시 후보는 이를 두고 “청년을 두 번 울리는 공약”이라며 반대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청년실업률은 8.1%로 일반실업률의 두 배에 달하고,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40만 명에 육박한다”며 “당장 생계가 걱정인 그들에게 4.5일제 공약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주4일제 근무…'체계, 문화 바뀌어야'
충북 충주에 있는 에네스티는 지난 10년간 주4일 근무제를 운영해왔다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는 지난 2010년 처음 주4일제를 도입했다.
당시 한 디자인 직원의 권유로 시작된 주4일제는 2년간의 검증 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에네스티 용민기 마케팅1팀 부장은 주4일제를 시작한 이후 “매출이 떨어지거나 조직이 어수선해지는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용 부장은 오히려 매출이 10년 연속 성장하고 직원이 19명에서 40명까지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회사가 “워라벨, 가족과의 시간 등을 중요시하는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입사하면서 문화가 생겼어요. 이 회사만큼 내 워라벨을 지켜줄 수 있는 회사가 없다는 마음에 더 매출이 잘 나오게끔 열심히 한 거죠.”
용 부장은 가장 큰 장점으로 가족들과의 시간을 꼽았다.
“자녀들을 키우게 되면서 가족들과의 시간이 많이 필요해졌어요. 예전에는 퇴근하면 같이 밥을 먹고 한 두 마디 나누고 자는 게 전부였다면 이제는 취미생활도 함께하고 시간을 더 많이 보내죠.”
그는 개인적인 자기계발에 쏟을 수 있는 시간 역시 늘어났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잔기술이 많아졌어요.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삶에 있어 큰 원동력이 되죠.”
용 부장은 다만 여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탓에 일부 젊은 직원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등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의 경우, 커리어 개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여유 시간에 대기업 입사 준비를 해서 나가기도 해요.”
“하지만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구인 사이트에 올리지 않아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구직자들이 넘쳐나거든요.”
“주4일제에 맞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서 능력 있는 재원들만 있으면 회사 운영에 문제 될 것이 없어요.”
그러나 그는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용 부장은 물류 업무 특성상 타 기업의 스케줄에 맞춰야 할 때도 있기에 가끔 불편한 상황이 초래된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변화를 호소했다.
“가끔 파트너 회사들이 왜 금요일에 일을 안 하느냐는 이야기를 해요. 저희만 주4일 근무를 하다 보니 흐름에 맞추기가 쉽지 않죠.”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주4일 근무를 시행해줬으면 좋겠어요. 체계와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주4일 근무가 더 편해질 것 같습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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