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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칼럼]

[한마음 칼럼] 나는 왜 농목으로 사는가? 094

by 농자천하/ 2021. 7. 24.

한마음 칼럼 : “농목으로 사는 이유”

농업회사법인 솔향에서 추진했던 ‘아쿠아포닉스’는 대단히 혁신적인 농법이어서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었다. 다만 태안농업인대학 동기생 중 한 귀농인 가족이 미국 현지로 건너가 이론을 공부하고 와서 태안읍 인근에 실험농장을 이미 시작한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었다.

아쿠아포닉스는 2015년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기 직전 겨우내, 우리 실정에 알맞은 농작물을 선택하려고 온갖 신 소득 작물들과 자연친화적 농법들을 검색하고 공부하고 있을 때 처음 알았다. 구글에서 관련 영문 논문을 몇 편 내려 받아 기를 쓰고 겨우 번역하며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자연친화적 농법에 관심을 두는 ‘환경운동’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를 함께 이루면서 최소한의 농촌살이가 가능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농업소득원을 개발하는 ‘농촌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역시 그것은 너무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몇몇 귀농인과 방문해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획기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이며 기술입니다~!’에 초점이 맞추어 있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먹고 살아 갈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그래서 아쿠아포닉스에 도전하는 또 다른 업체들을 찾아 방문하고 양식 어업용 치어를 공급하는 업체를 어렵사리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또 한 쪽으로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설치할 수 있는 ‘과학 관찰 학습용’ 교육 자재로 개발하려고 수없이 날밤을 새며 수족관이나 어항을 제조 공급하는 업체들을 검색하여 자료를 모으고 설계를 했었다. 그리고 인조 자연석과 접목시키려고 전남 곡성까지 단숨에 달려가기도 했는데 어쩌다 그렇게 방향을 잃었던지 지금도 아쉽다. 어째서 우리의 엄연한 ‘현실 문제’는 늘 간과되는 걸까?

그동안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운동은 우리 그리스도 예수교의 가치를 실현하며 전파하는 최상의 길이다”는 하느님나라 공동체운동을 해 오면서 줄곧 맞닥뜨리고 있는 일 중 하나이다.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 곧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라는 성구를 ‘믿음은 허상을 실상으로 바꿔 주는 것’이라고 심각히 오용한 탓이다. 그동안 만난 기독교 사회운동들이 전부 그렇게 뜬구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주의 기도’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앞부분은 우선 우리와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관련된 내용이고, 그 다음은 우리가 우리들에게 서로 연관될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이 땅’에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그 첫 번째 곧 우리 세계의 모든 불행과 갈등을 해결하는 첫 걸음이 바로 ‘우리가 일용하는 양식’곧 ‘먹고 사는 일’의 문제라고 우리의 주님께서 제시하신 것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믿음은 뜬 구름 잡듯 이상이나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과 땀의 현장에서 하느님 나라를 함께 희망해 내는 일이다. /계속 (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