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민신학연구소/[농촌 농업 기후]

"농업은 하늘의 일이다" 보존농업, 지속농업, 재생농업의 길

by 농민만세 2021. 8. 16.

지금의 기후위기와 탄소문제를 생각해보면 농업이 나아갈 길에 효율성뿐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함은 분명하다.

https://m.nongmin.com/opinion/OPP/SWE/YD/342865/view

외부칼럼

전략

현대의 농업은 단일 작물 위주의 대량재배와 기계경운을 하며 비료·농약 등의 화학물질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재배효율성의 극대화, 다수확 등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들이 드러나며 대안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땅을 기계로 경운하고 단일 작물을 대량재배하는 것이 토양 침식과 황폐화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계로 갈아놓아 풀 한포기 없는 맨땅은 비가 오면 빗물이 흙탕물이 돼 겉흙과 함께 흘러 나간다. 봄철 대부분의 농민이 땅을 갈 때면 북반구의 대기 중 먼지 농도가 위성사진을 통해 눈에 보일 정도로 늘어난다고 하니, 농사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땅을 갈기 위해 사용되는 사람과 기계의 노동, 거기에 쓰이는 화석연료는 또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대한 평원을 기계로 가는 서구의 농업에선 더할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토양의 건강함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농사방법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보존농업 혹은 지속농업·재생농업이라고 부르는데, 용어는 다양해도 핵심은 같다. 우선 경운을 최소화한다. 사이짓기, 돌려짓기로 단일 작물이 아닌 다양한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덮개 작물을 재배해 땅을 유기물로 덮어 맨땅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런 농사 방식이 주는 이점은 다양하다. 경운을 최소화함으로써 곱게 부순 흙이 날아가거나 흘러 나가는 토양 침식을 줄이고 그로 인한 대기와 수질 오염 또한 줄일 수 있다. 유기물 토양 덮개를 사용함으로써 유기물질이 토양에 축적될 수 있도록 해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고 토양에 탄소를 축적한다. 또 경운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임으로써 노동력 사용과 기계 사용이 감소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줄어든다. 토양 덮개로 토양유기물이 증가해 장기적으로 봤을 땐 토양의 생산성도 증가한다.

물론 생산성이 증가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지금의 기후위기와 탄소문제를 생각해보면 농업이 나아갈 길에 효율성뿐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함은 분명하다.

최근 신문에서 무경운 이앙기로 모내기를 한 농민 이야기를 봤다. 뜻이 맞는 농민 몇몇이 모여 어렵게 찾아낸 무경운 이앙기로 모내기에 도전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해 무경운 벼농사의 꿈을 꾸고 있다는 기사를 읽으니 진보나 발전이 학자들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농민에게서도 만들어지고 있음에 가슴이 찡했다. 농민이 정책과 과학의 수동적인 혜택자가 아님을, 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무경운 농사를 지어온 선배들을 보며 용기를 얻는 것처럼 지금 고민하고 도전하는 내가 다른 세대의 씨앗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의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응원하며 변하려 노력하는 내가, 당신이, 우리가 이 사회를 바꿔낼 수 있지 않을까.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