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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눔

미신과 징크스

by 농민만세 2016. 2. 11.

미신과 징크스, 어디까지 믿고 따라야 할까

| 최종편집 2016년 02월 02일 13:23

 

길을 걷다보면 숫자 6개를 맞춰 복권에 당첨되는 ‘로또’를 살 수 있는 가게가 흔히 보인다. 그리고 더불어 그 가게들에서는 제각기 ‘2등 n번 당첨된 곳’이라든가 ‘1등 명당’ ‘1등 나온 곳’ 등 다양한 홍보 문구가 붙어있다. 그리고 다양한 후기에서 ‘1등이 나온 자리에서 또 나온다’ 같은 근거는 없지만 어째선지 믿고 싶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음의 질문에 응답해 보자. 여러분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가? 아니면 그런 거 없이도 그냥 혼자 뭐든지 잘 해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편인가? 만약 믿는 구석이 있다면 뭘 믿고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을 찾는다면 어디서 로또를 사야할지, 혹은 사야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할 때 조금더 쉽게 답을 찾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꽤 높은 통제감, 즉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미래나 주변 환경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편이다. 같은 주사위도 남들보다 내가 던지면 왠지 더 높은 확률로 딱 원하는 숫자가 나올 것 같고 복권도 내가 긁으면 당첨 확률이 더 높아질 것만 같다고 믿는 경향이 나타난다. 남들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설마 내가…’라며 자신이 위험에 처할 확률은 과소평가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런 과도한 통제감, ‘통제감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을 가지는 한 가지 이유는 그래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라는 걸 직시해버리면 불안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런 높은 통제감이 항상 잘 유지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다. 시험에서 예상치 못하게 너무 어려운 문제가 나와 망하기도 하고 나라의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어쩔 수 없이 뭔가를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이럴 때면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닫고 무기력해지곤 한다.

하지만 계속 무기력해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구체적인 상황과 사람에 따라 대응방식이 천차만별이겠지만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믿을 수 없는 자기 대신 더 강한 무엇에 기대는 것이다. 그 한가지 예가 ‘미신’이다.

2008년 사이언스지(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평소에 통제감이 낮은 편이거나 위에 나열한 상황들처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의 영향에 의해 삶이 휩쓸리고 말았던 경험을 떠올린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미신을 더 강하게 믿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입사 면접에서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사실 합격과는 별 상관 없는, 사실 이 사람이 면접 보기 전에 발을 세 번 굴렀다던가 손뼉을 두 번 쳤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 통제감이 낮았던 경험을 떠올렸던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면접에서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발을 세 번 굴렀기 때문/손뼉을 두 번 쳤기 때문이며 그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합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식의 응답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징크스나 미신을 많이 믿는 편인가? 그리고 징크스를 잘 지키지 않으면 왠지 오늘은 하루 종일 운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통제감이 낮은 것일 수도 있겠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로 미신 같은 것을 강하게 믿으면 별 거 아닌 작은 환경적 단서들에 의해 수행능력이 영향 받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예컨대 운동선수들의 경우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징크스를 잘 지키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안 좋은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Damisch et al., 2010). 즉 징크스를 갖는다는 것은 이를 잘 지킬 경우에는 이득이 되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되려 큰 손해가 되는, 양날의 칼을 갖는 것과도 같다.

다시 한 번 답해보자, 당신은 스스로를 믿고 있는가, 아니면 여러 가지 미신이나 징크스에 기대고 있는가? 만약 기대고 있다면 그것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고 있는가.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imaum02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