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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람과 경외/나의 골방

또 한 분의 은퇴

by 농민만세 2018. 11. 24.

 

 

 

<축시>

 

스스로 길이 되다

- 김규복 목사님 은퇴식에 부쳐

 

 

가난이 축복이고 고난이 영광이며

적은 것이 소중하고 작은 것이 아름답습니다.

 

예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은 쉬워도

말씀에 따라 한결같이 사는 것은 어렵습니다.

남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보다

가르친 대로 자신이 사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보고 기도만 하기보다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오신 김규복 목사님.

 

구속과 투옥, 고문에도 굽히지 않았던 신념,

민중신학과 신앙을 하나로 융합하고

개척교회 목사의 길로 들어선 지 어언 34년,

끊임없이 배움과 실천의 길을 걸었습니다.

 

하느님의 진리와 인간의 진실을 항시 고민하며

참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습니다.

배우고 익힌 만큼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고

낮고 가난한 자들과 기꺼이 몸을 섞었습니다.

 

덩따쿵따 쿵따쿵따 더덩따쿵따 쿵따쿵따

실업자, 밥 굶는 아이들, 이주노동자들 모두

빈들교회 문을 들어서면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나누는 마음이 먼저이기에

한푼 두푼 망치 들고 손수 예배당 넓힌 역사가 15년입니다.

목사님 만난 지 28년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그 세월만큼 가르침 더 주시겠지요.

 

오병이어가 성서 속의 기적이 아니라

우리 뜻과 힘 모아 이루는 해방 세상이라고,

길을 만들고 길을 다진 목사님께서

이제 스스로 길이 되어 더 크고 넓은 곳으로 가십니다.

 

바닥이 하늘이고 빈들이 희망이다,

당신의 길을 밟아 우리도 지금 빈들로 갑니다.

 

(2018. 11. 24. 이성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