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없는 교회 만들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회에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겠다고 하시는 이유가 각양각색이다. 헌금 들고 가야 하는 것이 가장 이유일 것 같지만 의외로 더 안타까운 이유가 하나 있는데 그건 좀처럼 입 밖으로 말씀하지 않는다. “다들 책을 앞에 놓고 있으니 까막눈은 교회 못가~”
우리 마을 어르신들 특히 할머님들 대부분이 ‘비문해자(문맹)’이시다. 언젠가 농촌의 노인들께 농약병에 적힌 주의사항을 읽어보게 했더니 해독하는 분들이 불과 20% 정도였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지난 3월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니 농촌지역 노인들의 비문해 비율이 58%나 된다고 한다. 농촌 마을당 평균 29명에 해당하는 수치인데 이는 우리 마을 노인회의 전체 회원 수와 비슷한 수이다. 더구나 비문해 노인은 문해 가능한 노인에 비해 삶의 질에 대한 자기 만족도가 5배 정도나 낮았다고 한다.
우리가 20여 년 전에 실패로 끝낸 마을 어르신 문해교실은 그 후 인근 단위농협에서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도 실시했지만 역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신들과 실제로 관련이 별로 없는 내용을 공부하니 그러셨을 것이다. 이제 다시 도전한다면 손주들 이름 쓰기나 농사 관련 또는 잡숫는 음식이나 건강에 직접 관련된 낱말들을 배우시게 하면 되지 싶어서 언제 한번 여쭈었더니, 80이 넘어 이제 무얼 더 배우겠냐고 단호하게 손사래들을 치신다.
수년 전, 우리 교회에서도 ‘우리말 개역성서 개정판’으로 성경책을 바꾸었다. 내친김에 말씀드렸다. “교회당에 모여 다들 책을 펼쳐놓고 있는 게 무섭다고 하니, 까짓거 성경책은 그냥 집에 두고 다녀 볼까유? 어차피 성경책 놓고 평생 설교하고, 줄줄 읽고 외워도 입으로만 믿는 가짜들이 태반인데, 전도하자는데 양보 못 할 게 뭐것슈?” 그랬더니 웬걸!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야단치신다. 그리고는 가장 글자 크고 두껍고 비싼 성경책을 가져다 놓으라며, 갯벌에서 맛조개 캐다 팔아 한두 푼씩 모아두었던 돈을 내놓으신다. 이제는 다들 허리가 구부정해지셨는데 커다란 성경 가방을 등 뒤로 걸쳐 메고 다니신다.
하긴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을 진짜 ‘늙은이’로 대하면 여러 신진대사가 도리어 급격히 떨어져 노화가 빨리 오더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회 승합차에 오르실 때도 여간해서는 혼자들 오르시게 했는데, 다들 무릎 통증으로 간신히 오르시니 “권사님, 팔로 엉덩이 밀어 올릴 거유!”하고 받쳐 올려 드려본다. 아이고, 어찌나 몸들이 깃털 같으신지. 어느새 자식들 다 키워 내보내고 죄송한 표현이지만 이제는 빈껍데기만 남으신 모양새이니 그럴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이거 들어 멜 힘 읎으믄 다 된 겨!” 한 분이 그리 말씀하시니 다들 껄껄 웃으신다. 아무래도 ‘성경책 없는 교회 만들어 마을 주민 전도하기’는 이대로 실패인 거 같다. 오는 주일에는 더 천천히 주 기도를 바치고, 정성을 다해 성경을 봉독해야겠다.
/계속 (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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