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農牧의 농촌살이/2015년

1.'꾸러미 사업'이란?

by 농민만세 2015. 6. 24.

"꾸러미 사업"이란?

(이 게시물의 퍼나르기를 금합니다)

 

("꾸러미 가이드북" / 금창영 저)

http://www.minjene.com/



본래의 꾸러미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를 알아야 한다. CSA는 우리말로 '공동체 지원농업', '도시지원농업'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농업을 도시에 있는 공동체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용어에 따른 이상적인 CSA 형태는 도시소비자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농업을 지원하는 연장선상에서 농산물을 소비해 주는 것이다. 그 지원의 형태는 단순히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농기계나 농지, 농 작업까지 다양하다.


이는 단순히 도시 공동체가 일방적으로 농민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부분 유기농인 먹을거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생산된 것인지 알 수 있는 먹을거리를 얻는 기회가 된다. 또한 생산자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 농사를 지속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여 종(種)의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1. 꾸러미 사업의 기원

이러한 CSA의 원칙이나 형태는 일본의 ‘테이케이(제휴) 운동’에서 기원했거나 큰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테이케이’라는 말은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상호 파트너십(co-partnership)”을 의미한다. 테이케이는 1960년대 일본의 주부들이 수입 농산물의 증대, 개발에 따른 농지의 감소, 농가 인구의 도시 유입에 따른 먹을거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농가와 직접 ‘제휴’하여 자신의 가족을 위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얻으려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테이케이는 1970년대 유기농업 농민과 소비자의 관계증진을 통해 유기농업이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테이케이는 다음과 같은 10대 원칙을 가지고 있다.


1) 단순한 거래 파트너가 아니라, 우정에 기반을 둔 창의적 관계를 구축한다.
2) 생산자와 소비자간 협정에 따라 사전 조율된 계약에 따라 생산한다.
3) 소비자는 계약에 따라 생산자가 제공하는 유기 상품을 전량 구매한다.
4) 상호 이익의 정신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5) ​상호존중과 신뢰를 휘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다.
6) 소비자 또는 생산자가 자체적으로 분배를 관리한다.
7) 활동에 있어 민주주의를 구현한다.
8) 유기농업과 관련된 이슈를 연구하는데 관심을 기울인다.
9) 각 생산자 및 소비자 단체의 회원 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10) 유기 농업관리와 생태적으로 건강한 삶의 유지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느리더라도 꾸준히 전진한다.


이러한 테이케이 운동은 1990년대 침체기 내지는 쇠퇴기를 겪게 된다. 그 원인은 새로운 테이케이 소비자들의 부담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은 농민을 도와 직접 제초를 해야 했고, 사무와 행정 관련 일에도 금전적 보상이 없이 참여해야만 했다. 이것이 회원들의 생활방식 변화와 공동 집단작업을 꺼리는 성향과 결합하면서 테이케이의 성장에 어려움을 가져온 것이다.


테이케이 쇠락의 또 다른 이유는, 유기 농산물 분배 채널의 다변화이다. 유기농산품 전문 유통산업 및 유통업체(슈퍼마켓) 같은 새로운 유통업자가 생겨나고 또한 다수의 관행 농산물(비 유기농산물) 유통업자들이 1990년대 유기농 시장으로 뛰어 들었다.


2. CSA의 변화


이러한 테이케이는 유럽을 거쳐 미국에 도입 되었는데 1968년 서독에서 트루거 그로라는 사람이 CSA와 “생명역동농업”을 결합한 것이었다. 스위스 제네바 외곽에서 시작한 그의 모임은 이후 미국으로 전파되었다. 미국에서의 CSA는 빠르게 성장하여 1994년에는 약 4백 개의 CSA가 8만 명에게 농산물을 공급했고 1999년에는 약 1천 개의 CSA 농장이 10만 가구에 농산물을 제공하였다.


이후 미국에서는 CSA가 여러 곳에서 생겨나면서 CSA 간에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소비자들을 교육하며, 새로운 농장을 지원하기 위한 연합체가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CSA 연합체가 CSA 확산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3. CSA의 세계적 확산


이같은 CSA모델은 미국(CSA), 영국(CSA, Box scheme), 캐나다(CSA, 퀘벡은 ASC), 프랑스(AMAP-농업유지그룹), 독일, 포르투갈, 이탈리아, 벨기에,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중국 등의 아시아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4. 국내에서의 CSA 현황


우리나라에 CSA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 보인다. '지역'에 주목하자는 주장과 함께 일부 소개되었는데 소위 세계화가 사회적인 화두였던 당시를 생각하면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후 2000년대 초반 연구자들 사이에서 CSA를 소개하는 정도의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언론에서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실제 현장에서 CSA가 시작된 것은 1990년 초반 홍성 풀무생협이나 한실림생협에서 박스 형태로 농산물을 판매한 사례가 있지만 대략 2006~2007년 정도로 보인다. 현재 각 지자체 및 중앙정부가 CSA 형태의 로컬푸드 직거래 활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 - 생산자 조직화 지원, 시설 및 물류활동 지원 등 - 을 보이고 있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CSA들은 전통적인 CSA 모델이라기보다는 “박스 프로그램(‘꾸러미’)”의 성격에 가까우며, 그에 따라 로컬푸드로 특징 지어지는 근접성보다는 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 소비자들을 모집하고, 거의가 택배로 직배송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의 동네 거점에서 소비자들이 서로 나누는 방식이나, 1년 치를 선불하는 연회원이 아니라 대부분 월 회원으로 꾸러미 대금이 납부되고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연간 농사 리스크의 공유로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일손 나눔이나 작부체계 설계에 대한 도시 소비자들의 공동참여는 낮은 편이고, 대신 인터넷 공간과 생산자의 편지 등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