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금 왜 "꾸러미 사업"인가?
- 왜 꾸러미 사업이 지금 주목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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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미 가이드북" 저자, 금창영 선생, "민재네 농장" 대표)
1. 귀농의 어려움 (생략)
2. 귀농과 경제적 자립의 막연함 (생략)
3. 농사와 자립의 문제
농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농산물을 가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왜 농산물 가공이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을까? 그것은 그 장점을 농민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공이 어려운 것은 두 가지의 측면이 있다. 우선은 초기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 불법적으로 농가에서 두부나 콩나물, 김치나 효소 등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할 수 있다고 해도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렇다 할 아이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괜찮은 소재는 이미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생계형 농가들이 여유있는 농산물을 가공하여 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농산물의 가격은 터무니 없이 싸다. 홍성군에서 유명한 '냉이'의 경우 4Kg 기준으로 가격이 좋을 때는 (2013년 현재) 만 8천원이었지만 가격이 낮을 때는 2천 5백 원이 된다. 이런 일로 매집상에 대한 원망에서부터 농산물 유통체계와 농산물 가격을 통제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생각에까지 이르면 답답함만 더할 뿐이다.
보통 농사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으로 '농사 규모 늘리기'를 선택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에 방치되고, 일손은 수시로 사야하고, 밥은 식당에 대놓고 먹어야 한다. 면적이 넓으니 밭은 온통 비닐로 도배를 하고, 농기계를 사서 쓰다가 결국은 무리한 농기계 구입으로 이어지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생산된 많은 농산물을 팔아야 하니 생협이든 농협이든, 유통업자나 농네 수집상에게 종속된다. 농산물의 특성상 장기간 보관이 어렵고 그만한 시설을 갖출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은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어느날 손가락이 펴지지 않거나 인대가 늘어나거나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거나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으면 이때 다들 '아차! 무언가 이게 아니다'는 때늦은 생각을 하게 된다.
농사를 지어 도시에 사는 지인들에게 파는 것도 첫 해 뿐이지 2~3년이 지나가면 물건 파는 것도 한계에 부딛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얼굴 없는 생산품'으로 마트에서 대하듯 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농산물을 직접 기르고 생산해내는 농민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업형 대농들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대형 마트들과의 경쟁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4. 로컬푸드 운동과 꾸러미 사업의 장점
최근 농산물의 생산, 유통과 곤련해서 '로컬푸드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운동이다. 종종 언론을 통해 접근하는 먹을 거리에 관한 문제, 세계 곡물가격의 급등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소비자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 대다수는 국내산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가능하면 자신과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입하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러면 로컬푸드의 관점에서 "꾸러미 사업"은 각 주체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살펴보자.
생산자/농민
첫째, 생산자는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좀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최고한 생산자는 큰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영농을 계속하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계획 생산이가능하다.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농업을 투기 산업으로 바꾸었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농사가 큰 수익으로 연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 가끔 가격 폭등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 것 같지만 이럴 때는 정부에서 가격을 조절하고, 반대로 과잉 생산은 저장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결국 대형 저장 시설을 갖춘 기업이 이득을 얻게 된다... 하지만 꾸러미 사업을 통한 직거래는 소비자의 요구나 성향에 맞추어 계획적인 농사가 가능하며 그것만으로도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큰 유익이 된다.
셋째, 다양한 작물을 선택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대부분 기존의 농사는 대규모 단작(단일 품종) 위주의 농사이다. 이런 농사가 결국 투기에 가까운 농사로 이어졌다. 이로 시골에서 농사짓는 이들도 농산물을 사 먹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니 꾸러미 직거래 사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품목의 다양성을 실천하게 됨으로 토양 및 고유 품종 등을 보호할 수 있다.
넷째, 수익을 예측할 수 있어 보다 안정적인 농업이 가능해진다... 농업은 수익이 매우 불규칙하고 또 그것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큰 어려움이다... 그러나 꾸러미를 통한 직거래는 매달 들어오는 수익에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농업과 영농 상황을 개선하는 일에 보다 계획적인 투자와 실천이 가능해져서 보다 추제적인 농업이 가능해진다.
다섯째,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생산자는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게 된다. 소비자를 개별적인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기존의 생산으로부터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하게 됨으로 농민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어떤 사람이 먹는지 알게 되고 그 반응을 통해 보람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그 농산물에 대한 무형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소비자의 지지를 얻는,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유익을 얻게 된다.
여섯째, 농사에 대한 보람을 갖게 된다. 먹을거리를 나눈다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다.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그런 평가를 얻을 수 있도록 철저히 노력하는 것이 그 보람의 출발점이다. 다시 말해 품질 향상과 고품질 개발이 가능해지고 농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농업인으로서의 아부심과 보람을 얻게 된다.
일곱째, 농민들 간의 의사소통과 협동에 도움이 된다...
여덟째, 친환경농업의 확산에 도움이 된다. 꾸러미 사업이나 직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요구를 가지고 있다. 결국 직거래의 활성화는 친환경농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확산으로 연결되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도시민
첫째, 소비자는 우선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직거래는 기존 유통구조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수확해서 바로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그리고 생산 방식이나 생산자의 철학을 알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
둘째, 다양한 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도시 소비자들은 생협이나 마트에서 익숙한 농산물을 구매한다. 구매의 기준은 대부분 가격과 함께 본인이 요리하기에 어렵지 않은 익숙한 것들이다. 그러나 꾸러미 직거래의 경우에는 보다 다양한 요리에 도전할 수 있다.
셋째,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대부분의 도시 소비자들은 피상적인 언론의 뉴스나 파편적인 소식을 통해 농업과 농촌을 파악한다. 그러나 직거래를 하면 생산 현장과의 정기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생산자를 통해 보다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넷째, 생산자와 마찬가지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간혹 이루어지는 생산 활동의 참여를 통해 농사의 기쁨에 함께 할 수 있으며 생산자와 공동체 의식의 증대를 통해 도시 소비자로서의 보람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이후의 내용은 입력자가 임의로 첨부)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현장 교육이 가능해진다. 올바른 먹을거리와 자연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높여주는 등, 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꾸러미 상자가 배달되면 그 안에 담긴 생산자의 편지를 함께 읽고, 배달된 농산물에 대한 공부, 함께 다듬기-요리하기 등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으며, 소비자 회원 간의 소통으로 새로운 이웃도 얻을 수 있다.
여섯째, 생산 현장에 '체험-학습-주말 농장' 형식으로 참여함으로 가족의 사랑을 돈독히 하고 대부분 혼자 기거하는 농촌의 어르신들의 삶과 농촌살이를 체험함으로 인성교육의 좋은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 '주루골 농장'에서는 '면 소재지의 특성'을 적극활용하는 농촌마을 체험 프로그램 또는 '시골살이 체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일곱째, 무엇보다도 도시 소비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식량자원의 근거인 토지를 살려내고 우리의 토종 농산물을 보호하는 가장 높은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제 3의 생산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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