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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牧의 농촌살이/2015년

3. 꾸러미 사업의 종류와 배울점

by 농민만세 2015. 6. 24.

3. 현재 진행되고 있는 '꾸러미'의 종류


(이 게시물의 퍼나르기를 금합니다.)



(홍성군의 꾸러미 농부 9인의 이야기 / 홍성군 농업기술센터 간행)


앞 장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본에서 시작된 CSA는 각 나라로 전파되면서 다양한 형태를 가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꾸러미'들을 "운영 주체"에 따라 나누면, 생산자 주도형(감물느티나무, 언니네텃밭, 배바우밥상꾸러미, 게으른농부, 지리산구례공동체 등) / 생산자-소비자 공동 주도형(이천 공세알, 한살림 충주 제천 등) / 사회적 기업 주도형(옥천 살림, 지리산내 꾸러미, 공생공소 등) / 지자체 및 농협 주도형(원주 건강한밥성, 오창농협, 남평농협, 제주농협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CSA는 대부분 생산자조직 주도형이며 "꾸러미 사업"(Box Schemes)은 일정한 기간 (1주, 2주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1차 농산물이나 농가공품 8~10가지 정도를 보통 20Kg 한 박스에 넣어 택배로 발송하는 형태이며, 박스 당 보통 2만5천 원에서 3만 원 정도의 회비를 받고 있다. 이러한 꾸러미 형태는 기존의 생협이나 마트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는 형태보다는 생산자와 직접 관계를 맺고 직거래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생산자의 농사 과정에 참여하고 위험을 분담한다는 CSA 본연의 의미에서는 '낮은 단계'의 생산자-소비자 결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1) 생산자조직 주도형 - 언니네 텃밭(http://sistersgarden.org) 

꾸러미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사례이다. 생산자 조직화, 농도 교류, 품목 구성, 운영 방식 등 꾸러미 사업 전반에 관해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언니네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에서 2009년 노동부 일자리지원사업 '우리텃밭'으로 시작되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연구자와 실무자들이 꼼꼼하게 기본 원칙과 내용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언니네는 기본적으로 각 지역에 생산 공동체가 있고, 그 주변의 소비자를 조직하는 형태로 이 각각의 생산 공동체를 전여농 산하에 있는 언니네 사업단이 관리하는 형태이다. 2009년 첫 해에 4개의 공동체가 배송을 시작하였으며 2012년 현재 총 5개의 공동체가 꾸러미를 발송하고 있다...

언니네는 전여농 회원들을 중심으로 주변의 여성 생산자들을 조직했다. 전여농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마을에서 같이 농사를 지어왔으며 농민회 활동을 통해 마을의 구성원이라는 이해가 전제 되었기 때문에 조직화가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선출된 간사들이 관리자 입장이 아닌, 같은 여성 농민으로서 물품을 조절하니 생산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골에서 기본적인 신뢰와 철저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사업을 하게 된다면 가격과 물품 납품에 관련된 불만을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중략)

2) 소비자 참여형 - 콩세알 나눔마을(http://www.kong2al.net)



보다 CSA 본래의 취지에 맞는 형태로 '소비자 참여형' 또는 '생산자-소비자 공동 주도형'이 있다. 이는 생산자 주도형에 비해 소비자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보장된 형태를 말한다. 외국의 CSA처럼 '거점 배송(도시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거점을 마련)'이나 수확 참여, 영농 기반확장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이 포함되지는 않더라도, 처음 꾸러미를 고민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하는 형태이다.


콩세알은, 2008년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대표 꾸러미이다. 일찍부터 유기농업을 하다 2004년부터 '초록장터'라는 이름으로 직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특정한 물품과 관련된 직거래였기 때문에 변동이 많았고 생활의 안정에까지 이르지는 못하다가, 2008년 영등포의 '하자센터'와 손을 잡고 CSA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하자센터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쓸 때였는데 '콩세알 나눔마을'의 생산자와 함께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나눔이 시작되었다. 생산자와 지원 조직이 연합해서 틀을 만들어낸 경우이다.

콩세알은 '주도적인 생산자'가 있고 그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협력'하여 물품을 구성하고 조달하는 방식이다. 회비는 월 1회 3만 원, 격주 5만 원, 매주 10만 원이다. 소비자 행사로는 2009년부터 시작한 '마을 잔치'가 있고 정기적으로 '김장 잔치'를 한다. 주변에 친환경 농가가 많지 않아 물품의 다양성을 주도적 생산자가 담보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장류나 김장까지 꾸러미에 담은 노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우리가 콩세알을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가지이다.

째는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콩세알 사랑방 모임이다. 지금까지 아홉 번 정도의 모임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서로의 요구나 문제점, 여러움을 나눈다. 보통 꾸러미들이 1년에 1번의 소비자 행사를 갖기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생산자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사랑방 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임에서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기도 하고, 소비자들이 작부(1년 농사) 체계와 관련된 의견을 내기도 한다.


둘째는 '거점 배송'이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꾸러미가 택배를 이용하여 가정으로 보내지고 있는 이곳에서는 일부나마 거점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꾸러미 사업에서는 직접 배송이나 거점 배송의 비율이 중요하다. 그것은 당연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증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거점 배송의 경우 생산자가 그곳에 있으면서 소비자를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소비자끼리 만나는 시간이 있어 서로의 어려움과 문제점, 좋은 점 등을 공유할 수 있다.


3) 지자체 주도형 - 완주군 건강밥상꾸러미(http://www.hilocalfood.com)

전라북도 완주군에서는 농산물직판장, 농가 식당, 가공센터, 두레농장, 건강밥상꾸러미, 커뮤니티비즈니스 센터 등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선진지 견학장소로 급부상하였다. 완주 건강밥상꾸러미는 완주군이 주도하여 생산기반 조성에서부터 물류, 홍보와 소비자 조직화에 힘을 쏟아 만들어진 꾸러미이다...

양적으로 대단한 규모를 자랑하는 꾸러미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지자체에서 택배비와 포장비를 지원하여 유지되는 구준이고 생각만큼 큰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밥상은 개별 소농가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다양한 품목과 가격 대비 고가의 농산물이 들어가고 있다. 이는 지자체에서 지역 농업기반을 살리기 위해 정책적으로 투자하는 부분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소농의 꾸러미 사업도 수익보다는 '예측가능한 소득'에 중심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건강밥상이 투자 대비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완주 건강밥상을 통해 섣부른 생산자 조직화를​ 통하여 꾸러미사업에 뛰어드는 것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인이나 사업단, 농협에서 하는 꾸러미들이 생각만큼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꾸러미사업은 어느 정도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서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이들은 다분히 관계지향적이다. 이들에게 싼값에 풍성한 농산물보다는 정당한 가격에 '이야기'가 있는 농산물이 더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건강밥상이려 소비자와의 소통 증대를 목표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4) 기타 - 할머니 보따리(http://www.sonong.tistory.com)

할머니보따리는 2013년 3월까지 48회 정도 진행된 사례로 처음 꾸러미를 기획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할머니보따리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그리고 옆집 할머니 등 3명의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한 꾸러미이다. 할머니 두 분이 생산을 주도하고 젊은 며느리는 회원 모집과 관리를 담당하였다. 70이 넘은 생산자들의 노동력을 고려하여 무조건 격주 발송에 회원 수를 20여 가구로 제한하였는데 현재는 생산자들의 고령화로 중단된 상태이다.

생산자인 두 할머니들이 여행을 갈 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용돈을 모아 드렸다는 데서 알 수 있듯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꽤나 높았다. 여기에도 두 가지 정도 주목할 점이 있다. 첫째는 꾸러미사업은 생산자가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 기획하고 소비자가 응답하여 신정하고 함께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역 여성 생산자들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점이다. 할머니들은 김치나 장류, 한과, 식혜 등 전통음식을 만드는 장인들이었고, 도시의 젊은 소비자 주부들이 그 도움을 적절히 받았다는 점이다.

(입력자 주: 이 부분은 우리 농촌 어르신 교우님들이 주된 조합원으로 구성된 '주루골농장/한마음살림협동조합'의 강점이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