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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람과 경외/나의 골방

<부정맥>

by 농민만세 2020. 1. 18.

 


부정맥

 

돌아와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본다 이 거대한

땅덩이가 비포장길

천천히 달리는

버스처럼 흔들거린다

 

본래 흐르는 시간이란

없는 거였다 그저 물성의

보편화 그렇게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우주가 나의

그리스도님처럼 있을 뿐

 

강가에 서서

멀어지는 증기선을

습관처럼 멈추어

봐야 했다 그게 뭐든

확인해 보려는 아이처럼

 

멈추어 세울 수 없어

사무치던 거기 어디에

사실 나는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던 것을 그리도

애절어 했구나

 

지나는 시간이란

본래 없는 것을

그러니 분열될 일도

없었던 걸 전소되고 남은

이 피로의 정점에서조차

 

중첩되고 또는 날리는

사건의 낱장들은

그냥 시골버스처럼

흔들리는 지구의 자전일뿐

이젠 멀미도 나지 않아

 

토굴 속 짐승인 줄 알다가

내가 사람 말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곤

날커피 마신듯 각성되며

내 자리로 돌아왔다

 

광야에 혼자 늘

종처럼 스러지고 또 그렇게

다시 왕처럼 일어나던

한 종려나무 그림자에 집중,

두근거림이 겨우 잦아든다

 


2020.1.18.